우리는 언제부터 가치 대신 가격을 보게 되었나: 가치를 재는 방법의 역사
앞서 「가치의 단위: 우리는 왜 가치와 가격을 혼동하는가」에서 우리는 가치를 평가한다면서 모두 가격을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런데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경제학이 태어나던 무렵의 질문은 분명히 가격이 아니라 가치였다. 언제, 왜 가치를 재는 일이 가격을 보는 일로 바뀌었을까. 이번 글에서는 그 역사를 따라가 본다.
1776년의 답: 가치는 들인 것에 있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상품의 가치를 그것을 만드는 데 들어간 노동으로 설명했다1. 의자의 가치는 나무 값과 목수가 들인 시간이 정한다는 생각이다. 리카도가 이 생각을 일관된 이론으로 다듬었고, 마르크스의 『자본론』에서 가장 정교한 형태가 되었다2. 세부는 서로 달랐지만 구조는 같았다. 들어간 것(투입)이 나온 것(가치)을 결정한다는 방향이다.
1871년, 가치가 가격에 자리를 내주다
1871년을 전후해 제번스, 멩거, 발라스가 각자 독립적으로 같은 발견을 발표한다3. 물건의 가치는 들인 노동이 아니라 사람들이 마지막 한 단위에서 느끼는 만족이 정한다는 것이다. 목마른 사람에게 물 첫 잔의 만족과, 갈증이 풀린 뒤 마지막 잔의 만족은 전혀 다르다. 경제학은 이를 한계효용이라고 부르고, 인과의 방향을 뒤집었다. 최종 소비자가 느끼는 만족이 먼저 있고, 나무와 노동은 그로부터 가치를 얻는다.
이 발견은 강력했다. 개인들의 평가가 시장에서 만나는 지점, 즉 균형 가격을 수학으로 다룰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대가로 가치라는 질문 자체가 중심에서 밀려났다. 가격은 자산과 화폐 사이의 교환 비율, 앞 글의 말로 하면 환율일 뿐인데, 이후 150년 동안 경제학의 표준 언어에서 가치를 재는 일은 사실상 가격을 읽는 일이 되었다.
공학은 따로 재고 있었다
그 사이 가치라는 말을 쓰지 않는 분야들이 가치 측정과 같은 구조의 문제를 풀고 있었다. 이름은 중요도, 몫, 정보였다.
신뢰성공학의 번바움은 1969년 부품의 중요도를 이렇게 정의했다4. 비행기 엔진이 정상일 때 비행 성공 확률이 99%이고 고장 나면 30%라면, 엔진의 중요도는 두 확률의 차이인 69%p다. 부품의 가치를 그 부품이 시스템의 성공 확률을 움직이는 양으로 잰 것이다. 이 측정법은 지금도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 평가에서 현역으로 쓰인다.
게임이론의 섀플리는 1953년,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든 성과에서 각자의 몫을 나누는 방법을 내놓았다5. 각 사람이 참여했을 때와 빠졌을 때의 성과 차이, 즉 한계기여를 모든 경우에 대해 평균한 값이 그 사람의 공정한 몫이라는 답이다.
물리학은 한 걸음 더 나갔다. 실라르드와 란다우어는 정보 1비트가 만큼의 에너지와 교환된다는 것을 보였다6. 앎에도 에너지 단위의 값이 있다는 뜻이다.
이 흐름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어떤 요소의 가치를, 그 요소가 목표(성공 확률, 공동 성과)를 움직인 양으로 잰다. 다만 한계도 같았다. 셋 모두 비행기의 구조, 게임의 규칙처럼 구조를 전부 아는 시스템 안에서만 작동했다. 세상 전체의 구조를 전부 아는 사람은 없다.
구조를 모르는 세계에서 기여를 재다
1990년대에 이 벽이 깨진다. 펄은 관측 데이터만 가지고도 개입의 효과를 알아낼 수 있는 조건을 정확하게 정리했다7. 신약의 가치를 재는 방법이 좋은 예다. 약을 준 집단과 주지 않은 집단의 완치율 차이가 약의 효과이고, 어떤 조건이 갖춰지면 실험 없이 관측 자료만으로도 이 차이를 알아낼 수 있다. 구조를 다 모르는 세계에서 기여를 재는 길이 열린 것이다.
2017년에는 섀플리의 몫 계산이 인공지능 예측을 설명하는 표준 도구가 되었다8. 이 예측에 어떤 입력이 얼마나 기여했는가를 묻는 일은 이제 일상적인 계산이다. 목표에 대한 기여로 가치를 직접 재는 일이, 경제학 밖에서 다시 주류가 된 셈이다.
다시, 가치란 무엇인가
이 역사를 한 줄로 줄이면 이렇다. 가치를 직접 재는 일을 균형 가격에 맡겨 둔 150년과, 목표에 대한 기여로 직접 재려는 시도가 돌아온 최근 30년. 우리가 제안하는 가치의 정의도 이 두 번째 줄기 위에 있다.
어떤 행동의 가치는, 그 행동 덕분에 내가 원하는 미래 세계가 실현될 확률이 얼마나 올라가는가다. 기호로는 , 확률의 변화량이다. 여기서 목표는 매도 차익 같은 결과 숫자가 아니라 문제가 해결된 세계의 상태이고, 맥락은 그 행동이 놓인 여러 관계와 상황 전체다. 투자자의 말로 옮기면 이런 질문이 된다. 이 자산을 사는 행동은, 농장의 현금흐름이 내 생활을 감당하는 미래의 확률을 얼마나 움직이는가.
주의할 점을 남긴다. 이 정의는 완성된 측정 체계가 아니라 검증 중인 제안이다. 그 확률을 실제로 어떻게 관측하고 언제 갱신할지는 아직 푸는 중이다. 그래도 역사가 주는 판단 기준은 하나 분명하다. 가격을 보기 전에, 이 행동이 어떤 미래의 확률을 움직이는지를 먼저 묻는 것. 가격은 그 가치의 한 표현값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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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dam Smith, _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_ (London: W. Strahan and T. Cadell, 1776). 스미스의 노동가치 서술에는 결이 여럿이다 — 이 글은 “투입이 가치를 정한다”는 구조만 가져왔다.
2\. Karl Marx, _Das Kapital_, Bd. 1 (Hamburg: Otto Meissner, 1867); David Ricardo, _On the Principles of Political Economy and Taxation_ (1817, 통설 연도).
3\. W. S. Jevons, _The Theory of Political Economy_ (1871); C. Menger, _Grundsätze der Volkswirthschaftslehre_ (1871); L. Walras, _Éléments d’économie politique pure_ (1874).
4\. Z. W. Birnbaum, “On the Importance of Different Components in a Multicomponent System,” in _Multivariate Analysis II_, ed. P. R. Krishnaiah (New York: Academic Press, 1969), 581–592. 원 정의는 다른 부품의 상태를 고정한 채 한 부품의 신뢰도만 바꾸는 편미분이다 — 본문의 엔진 예시는 이 조건을 단순화한 것이다.
5\. L. S. Shapley, “A Value for n-Person Games,” in _Contributions to the Theory of Games II_, Annals of Mathematics Studies 28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53), 307–317.
6\. L. Szilard, “Über die Entropieverminderung in einem thermodynamischen System bei Eingriffen intelligenter Wesen,” _Zeitschrift für Physik_ 53 (1929): 840–856; R. Landauer, “Irreversibility and Heat Generation in the Computing Process,” _IBM Journal of Research and Development_ 5, no. 3 (1961): 183–191. 두 결과는 평형 상태에서 성립하는 등식이라, 앎의 가치를 에너지 단위로 셀 수 있다는 방향의 선례로만 인용했다.
7\. Judea Pearl, “Causal Diagrams for Empirical Research,” _Biometrika_ 82, no. 4 (1995): 669–688.
8\. S. M. Lundberg and S.-I. Lee, “A Unified Approach to Interpreting Model Predictions,” in _Advances in Neural Information Processing Systems_ 30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