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도 비용이 있다 — 어떤 판단에 얼마를 쓸 것인가

거위농장을 운영하다 보면 하루에도 여러 번 판단을 한다. 배당금이 들어왔는데 그대로 둘지 다시 넣을지, 전세 만기가 다가오는데 보증금을 올릴지 말지, 눈에 들어온 거위 한 마리를 살지 말지. 어떤 판단은 몇 초 만에 끝나고, 어떤 판단은 몇 달을 끈다.

흔히 좋은 투자자는 모든 판단을 신중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알아보고, 자료를 모으고, 여러 번 따져 본 뒤에 움직이는 사람. 그런데 이 정의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면이 있다. 어떤 사람은 모든 것을 신중하게 살피느라 정작 큰 판단 앞에서 지쳐 있다. 그렇다면 질문을 조금 바꾸어 보자. 신중함을 어디에 얼마나 쓸 것인가가 진짜 문제 아닐까.

이 글은 그 배분을 계산으로 다루어 본다. 뒤에서는 같은 계산을 사람이 아니라 기계에 맡길 때로 옮겨 본다. 요즘은 판단의 일부를 자동으로 처리하는 도구를 쓰게 되는데, 어떤 도구에 무엇을 맡길지가 결국 같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1. 생각에도 비용이 든다

우리는 돈 자산에만 비용이 든다고 여기기 쉽다. 거위를 사면 값을 치르고, 대출을 쓰면 이자를 낸다. 하지만 판단 자체도 비용이다. 자료를 읽는 시간, 비교하는 시간, 결정을 미뤄 두고 신경이 쓰이는 시간. 이것들은 모두 우리가 가진 시간 에너지에서 빠져나간다.

경제학자 허버트 사이먼은 1955년 「합리적 선택의 행동 모형」에서 이 사실을 합리성의 정의 안으로 끌어들였다. 현실의 사람은 계산 능력도 정보도 유한하므로 최선의 답을 끝까지 찾지 않고, 정해 둔 기준을 넘는 첫 대안에서 멈춘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만족화라고 불렀다. 여기서 기준은 경험에 따라 오르내리며, 그 기준을 넘는 대안을 만나면 더 나은 것이 남아 있어도 멈춘다. 대충 하자는 말이 아니다. 이 글은 여기에서 한 걸음을 더 간다. 멈추는 자리를 경험이 아니라 값으로 잡아 보는 것이다.1

이 관점에서 보면 판단은 두 부분으로 나뉜다. 무엇을 고를 것인가, 그리고 고르는 데 얼마를 쓸 것인가. 대부분의 투자 책은 앞의 절반만 다룬다.

2. 더 알아보는 일에도 값이 있다

더 알아보는 일이 늘 이득인 것은 아니다. 알아본 결과가 결정을 바꾸지 못한다면, 그 조사는 값이 없다. 의사결정 이론에서는 이것을 정보의 가치라고 부른다. 1966년 로널드 하워드가 「정보 가치 이론」에서 정리한 개념으로, 정보를 얻은 뒤 그 결과에 맞춰 고른 최선의 선택과 정보 없이 고른 최선의 선택 사이의 기대 성과 차이를 값으로 계산한다.2

간단한 꼴로 적으면 이렇다.

여기서 는 알아본 결과가 결정을 실제로 바꿀 확률, 는 결정이 바뀌었을 때 얻거나 피하게 되는 금액, 는 알아보는 데 드는 비용이다. 가 0보다 클 때만 더 알아본다. 이 꼴은 정보의 가치를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고를 것이 사실상 둘이고 결정이 바뀔 때마다 같은 크기로 나아진다고 볼 때 쓰는 간이형이다. 그래서 이름도 정보의 가치가 아니라 더 알아볼 값으로 적었다.

숫자를 넣어 보자. 아래 수치는 설명을 위해 만든 가상의 예다. 1억 원짜리 거위를 한 마리 살까 말까 하는 상황에서, 이틀을 들여 자료를 더 보면 판단이 뒤집힐 확률이 10퍼센트쯤 된다고 보자. 뒤집혔을 때 피하게 되는 손해는 매입가의 5퍼센트인 500만 원으로 잡는다. 그러면 조사의 기대 이득은 만 원, 곧 50만 원이다.

남은 것은 를 같은 단위로 바꾸는 일이다. 시간은 그 이틀에 원래 하려던 일에서 얻었을 것으로 값을 매긴다. 기회비용이다. 이틀에 다른 일로 30만 원을 얻을 수 있었다면 는 30만 원이고 는 20만 원이 되어 알아볼 값이 있다. 반대로 그 이틀이 80만 원짜리였다면 는 0보다 작아지고, 그냥 정하는 편이 낫다.

규모를 키워 보자. 10억 원짜리 결정에서 뒤집힐 확률이 같은 10퍼센트이고 피하는 손해도 같은 5퍼센트라면 는 5000만 원이 되고, 기대 이득은 500만 원이 된다. 앞의 50만 원과 견주면 정확히 10배다. 같은 신중함이라도 결정 규모가 커지는 만큼 그 값이 함께 커진다. 이때는 보름을 들여도 그 보름의 기회비용이 500만 원을 넘지 않는 한 남는다.

3. 무엇을 생각할지 정하는 것도 판단이다

그러면 한 단계 위의 질문이 생긴다. 이 판단이 큰 판단인지 작은 판단인지는 누가 정하는가. 이것 역시 판단이다.

인공지능 연구에서는 이 문제에 이름이 붙어 있다. 스튜어트 러셀과 에릭 웨팔드가 1991년 「메타추론의 원리」에서 정리한 메타추론이다. 우리말로 옮기면 생각에 대한 생각쯤 된다. 이들은 기계가 무엇을 계산할지 고를 때, 그 계산이 바깥 행동을 얼마나 낫게 만드는지와 계산에 드는 시간을 함께 견주게 했다. 한 걸음만 더 계산하고 바로 행동한다고 놓고 보면, 그 견줌은 앞 절의 식과 같은 모양이 된다.3

여기에는 함정이 하나 있다. 무엇을 생각할지 정하는 일에도 시간이 든다는 점이다. 그 시간 역시 앞 식의 에 더해진다. 따지는 데 오래 끌수록 가 커지고 는 줄어든다. 그래서 이 층은 값싸게 유지할수록 이득이 남는다. 실제로는 미리 정해 둔 몇 가지 기준으로 빠르게 나누고, 애매한 것만 위로 올린다.

4. 어긋남은 두 방향으로 일어난다

판단의 크기와 들이는 생각이 어긋나는 방식은 두 가지다. 대개는 한쪽만 경계한다.

하나는 모자란 쪽이다. 노후 자금 전체가 걸린 결정을 옆자리 이야기 한 번 듣고 내리는 경우다. 이쪽은 다들 위험하다고 안다.

다른 하나는 넘치는 쪽이다. 수수료 몇천 원 차이를 두고 사흘을 비교하는 경우다. 이쪽은 위험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성실해 보인다. 그런데 이것도 똑같은 어긋남이다. 사흘의 시간 에너지가 그 판단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 이득보다 크기 때문이다. 그렇게 쓴 사흘은 정작 큰 판단이 왔을 때 남아 있지 않다.

넘치는 쪽이 잘 보이지 않는 까닭은, 그 비용이 청구서로 오지 않기 때문이다. 손해는 안 본 기회의 형태로만 나타난다. 우리가 기회비용을 늘 늦게 알아차리는 이유와 같다.

다만 이 식을 그대로 믿기 전에 짚을 것이 셋 있다. 첫째, 는 재 본 값이 아니라 어림한 값이다. 어림이 틀리면 결론도 틀리므로, 두 값을 크게 잡았을 때와 작게 잡았을 때 답이 뒤집히는지 한 번 더 넣어 보는 편이 낫다. 답이 뒤집히지 않으면 어림의 정확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둘째, 되돌릴 수 있는 결정과 그렇지 않은 결정은 의 크기가 다르다. 사흘 만에 되팔 수 있는 자산이라면 잘못 골라도 손해의 일부는 되찾을 수 있어 가 그만큼 작아진다. 집을 팔거나 사업을 접는 것처럼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은 틀렸을 때의 손해를 되찾을 길이 없으므로, 되찾을 수 있는 몫이 사라진 만큼 가 커진다. 같은 식이 더 알아보라고 말해 주는 자리다.

셋째, 알아보는 일 자체가 다른 것을 바꾸기도 한다. 매물을 오래 들여다보는 사이에 값이 오르거나, 자료를 모으는 동안 마음이 이미 한쪽으로 기울기도 한다. 이런 부수적인 변화는 에 잘 잡히지 않는다.

5. 기계에 맡길 때도 같은 문제가 생긴다

앞의 세 절은 사람이 자기 시간을 어디에 쓸지를 다루었다. 같은 식은 그 일을 남에게 넘길 때도 그대로 쓰인다. 요즘은 판단의 일부를 기계에 맡기는데, 맡길 상대가 여러 층이다. 조건 몇 개로 끝나는 알고리즘이 있고, 사람 말을 알아듣는 큰 모형이 있다.

단순한 알고리즘은 정해진 몇 가지를 아주 빠르고 아주 정확하게 처리한다. 대신 미리 적어 둔 경우를 벗어나면 그대로 틀린다. 큰 모형은 처음 보는 상황도 다루지만 느리고 비싸며, 어려운 문제에서는 정확도가 100퍼센트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니 여기서도 답은 판단의 어려움에 따라 나누어 맡기는 쪽이다.

실제로 이 분야에서 쓰이는 방법이 그렇다. 값싼 쪽에 먼저 맡기고, 결과가 미덥지 않을 때만 비싼 쪽으로 올린다. 항을 그대로 옮기면 는 비싼 쪽에 올려서 답이 바로잡힐 확률이다. 답이 바뀌는 것과 나아지는 것은 다르므로, 여기에는 비싼 쪽이 틀린 답을 고칠 확률에서 맞는 답을 망칠 확률을 뺀 몫이 들어간다. 는 틀린 답을 그대로 썼을 때의 손해, 는 비싼 쪽에 드는 요금과 기다리는 시간이다.

한 가지 덧붙일 것은, 크기순으로 줄을 세워 맡길 근거가 생각보다 얇다는 점이다. 규모가 커지면 없던 능력이 갑자기 생기는 것처럼 보이던 현상을 두고, 재는 방법을 연속적인 것으로 바꾸면 그 급증이 상당 부분 사라진다는 반박이 2023년 「큰 언어모형의 창발 능력은 신기루인가」로 나왔다. 큰 모형이 못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크기와 성적이 계단처럼 이어진다고 보고 큰 쪽에 무조건 맡기는 방식은 재는 방법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이다. 어느 쪽이 나은지는 맡길 일에 직접 시켜 보고 값과 함께 견주어야 한다.4

6. 남는 기준 하나

판단 앞에서 스스로에게 물어볼 것은 하나로 줄일 수 있다. 더 알아보면 내 결정이 바뀔 만한가.

바뀔 일이 거의 없다면 지금 정한다. 바뀔 만하다면 바뀌었을 때 얼마가 오가는지를 어림하고, 그 금액에 바뀔 확률을 곱한 값과 들일 시간의 기회비용을 견준다. 앞의 가 그 견줌을 적어 둔 것이다. 되돌릴 수 없는 결정에서는 한 번 더 보는 쪽으로 기운다.

기계에 맡길 때도 물음은 같다. 값싼 쪽이 낸 답을 그대로 쓸 것인가, 비싼 쪽으로 올릴 것인가. 사람이든 도구든 어느 거위 앞에서 오래 서 있을지를 고르는 눈이 농장의 결과를 정한다.

이 기준은 자기 판단을 아끼는 방법이기도 하다. 시간 에너지는 한 사람에게 정해진 양만 있고, 아무 데나 쓰면 정작 필요한 자리에서 비어 있다.


1. H. A. Simon, “A Behavioral Model of Rational Choice,”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69, no. 1 (1955): 99–118. 원문의 만족화는 열망 수준을 넘는 첫 대안에서 멈추는 모형이며, 열망 수준 자체도 경험에 따라 조정된다. 멈출 자리를 비용과 이득으로 계산해 정하는 것은 사이먼의 주장이 아니라 이 글이 덧붙인 관점이다.

2. R. A. Howard, “Information Value Theory,” IEEE Transactions on Systems Science and Cybernetics 2, no. 1 (1966): 22–26. 본문의 는 정식 정의가 아니라 간이형이다. 정식 값은 정보를 얻은 뒤의 기대 성과에서 정보 없이 고른 최선의 기대 성과를 뺀 값이고, 거기에서 비용을 빼면 순정보가치가 된다.

3. S. J. Russell and E. H. Wefald, “Principles of Metareasoning,” Artificial Intelligence 49, nos. 1–3 (1991): 361–395. 원문은 계산이 바깥 행동의 기대 성과와 시간 소비에 미치는 효과를 견주며, 본문에 적은 한 걸음 뒤 바로 행동한다는 셈법은 그 근사형이다.

4. R. Schaeffer, B. Miranda, and S. Koyejo, “Are Emergent Abilities of Large Language Models a Mirage?,” NeurIPS, 2023. 이 연구가 보인 것은 특정 과제와 모형 계열에서 불연속적인 척도가 급증처럼 보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큰 모형의 우위나 비용 기준의 배분 자체를 부정한 연구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