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금흐름 ] — 좋은 투자의 5요소 ④

명목 현금흐름의 누적

현금흐름의 중요성

현금흐름은 자산의 가치를 그나마 손쉽게 측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므로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는 현금흐름을 이용해서 자산의 내재가치를 측정하는 원리를 알아보자.

우리 부부는 자산의 가치를 평가할 때, 앞서 이야기한 가치의 층위 중에서 '내재가치'에 집중한다. 현금흐름을 이용해서 내재가치를 측정하기가 비교적 용이하기 때문이다. 또한 가치의 층위 중 가장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하므로, 자산의 가치를 과대평가할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명목 현금흐름의 누적이란

자산의 내재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우리 부부가 활용하는 방법은 과거 명목 현금흐름의 누적을 이용하는 것이다.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지만, 정확도가 높아 자주 사용하고 있다. 전세 레버리지용 아파트, 배당주 등 과거 현금흐름 시계열이 있는 자산이라면 이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워런 버핏이 말했듯이 '기업의 내재가치는 기업의 잔여수명 동안 발생할 수 있는 모든 현금흐름의 현재가치'이다. 즉, 현금흐름 할인법(DCF)이다. 이에 따르면 내재가치를 구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환산해서 모두 더해 주는 것이다.

현금흐름 할인법(DCF) = Σ (n=1 → 잔여수명) 현금흐름ₙ / (1+할인율)ⁿ

현금흐름 할인법(DCF)을 이용하기 위해서 우리는 3가지 변수를 알아야 한다.

  1. 미래 현금흐름
  2. 할인율
  3. 잔여수명
과거 명목 현금흐름의 누적은 내재가치를 반영한다

여기서 이런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왜 꼭 미래 현금흐름이어야 할까?"

설혹 미래 현금흐름을 정확히 예측했다고 하더라도, 할인율과 잔여수명을 주관적으로 대입해야만 한다. 잔여수명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할인율은 조금만 차이가 나더라도 내재가치가 크게 달라진다. 이를 직관에 맡긴다면, 우리는 어렵게 현금흐름을 예측하고도 내재가치 측정에 실패하게 된다. 워런 버핏이 현금흐름 할인법(DCF)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은 이런 뜻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생각을 다르게 해보자. 좀 전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보겠다.

"왜 미래 현금흐름을 할인해야만 할까?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과거 현금흐름으로는 안 될까?"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과거 할인율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잔여수명이야 그냥 자산이 발생한 시점부터 쭉 더하면 되겠지만(실제로는 충분한(!) 과거 시계열 데이터가 존재하는 시점부터 더하게 된다), 할인율은 너무 주관적인 값이다. 물론 3년물 국채금리 정도로 할인율을 퉁칠 수는 있겠지만, 뭔가 찝찝한 마음은 여전히 남는다. 그래서 우리는 내재가치를 평가할 때 할인율을 적용하지 않았다. 이것을 우리는 '명목 현금흐름'이라 부른다.

자, 그러면 과거 명목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더해 준 값, 즉 과거 현금흐름 할인법(DCF)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과거 현금흐름 할인법(DCF) = Σ (n=충분한 과거시점 → 현재) 현금흐름ₙ / (1+0)ⁿ

예를 들어 보겠다. A씨가 식당을 시작했다고 하자. A씨의 식당 자산(식당 거위)이 황금알을 낳았다. A씨는 이를 어떻게 사용할까? 일부 소비를 하고 일부 재투자를 할 것이다. 다음해에 A씨는 다시 황금알을 얻었는데 양이 조금 늘어났다. 다시 일부를 소비하고, 일부는 재투자를 하거나 다른 거위(예금, 적금, 부동산, 주식 등)에 투자를 한다. 다음해에 각 자산들에서 또 황금알이 생겼다. A씨는 다시 소비, 재투자, 투자를 반복할 것이다.

A씨가 가진 자산 거위들의 가치는 어디서 생겼을까? 식당을 포함한 자산 거위들이 가져다주는 황금알에서 출발했다. 거위들이 낳은 황금알을 실제 수익률로 현재가치화를 해서 누적하면, 정확히 A씨가 가진 자산 거위의 가치를 구할 수 있다. 즉, 과거 현금흐름(황금알)의 현재가치의 합은 A씨가 가진 자산의 가치를 대변하고 있다.

여기서 A씨의 수익률을 '0'이라고 가정해 보겠다. A씨의 수익률을 0으로 가정하는 이유는 정확한 수익률을 구하기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계산의 편의를 위해서인데, 이렇게 했을 경우 과거 현금흐름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투자결정에서 유리하다. 왜냐하면 자산의 평가가치를 실제 가치보다 조금 낮게 평가하면, 실제로 그 자산이 평가가치보다 저평가되어 있을 경우, 미래에 더 가치가 있는 자산이 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했듯, 과거 명목 현금흐름을 누적한 값은 자산의 내재가치를 반영한다. 이는 자산의 실제 내재가치보다 낮게 평가되며, 이는 투자결정 시 유리할 수 있다.

"미래를 알려면 과거를 봐라."

이는 투자결정에서 상당히 정확하고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미국 배당 귀족주 존슨앤존슨의 가치평가

앞서 말했듯이, 명목 현금흐름을 누적하면 현금흐름 시계열이 있는 거의 모든 자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우리 부부는 미국 배당 귀족주를 분석할 때, 이를 논리적 근거로 하여 '배당누적지수'를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존슨앤존슨(JNJ)과 같은 배당주의 경우 오랫동안 지급해 온 배당금을 명목 현금흐름으로 볼 수 있다. 이 과거의 명목 현금흐름을 누적하면 다음 그림과 같은 곡선을 얻게 된다.

그리고 과거의 명목 현금흐름은 오랫동안 누적되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행태가 미래에도 반복된다고 가정하면, 이 배당누적지수(누적 현금흐름) 추세선을 이용해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이 경우 배당누적지수 추세선의 상관계수는 매우 높다. 따라서 이 추세선을 연장하면 미래의 배당금(배당주 투자의 미래 현금흐름)을 예측할 수 있다.

🖼 [도표] 존슨앤존슨의 배당(명목 현금흐름)과 배당누적지수 추세선 — 1주당 배당금(좌축) vs 배당누적지수(우축), R²=0.9972

이렇게 추세선을 그리는 이유는 미래 현금흐름을 예측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더 강력한 이유는 이 배당누적지수 추세선이 존슨앤존슨의 배당 시스템의 자산가치를 대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명목 현금흐름의 누적으로 배당 시스템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 [도표] 존슨앤존슨의 주가와 배당누적지수 추세선 — 존슨앤존슨 주가 vs 배당누적지수 추세선

전세 레버리지 투자의 가치평가

전세 레버리지 투자를 하는 경우, 현금흐름의 누적은 '전세가'라고 할 수 있다. 전세 레버리지 투자를 한 주택의 가치는 과거에 현금흐름(전세금 상승분)을 얼마나 잘 증액해 왔는지, 그리고 미래에도 그만큼 증액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배당주 투자에서 이것과 대응되는 것은 배당누적지수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전세가와 배당누적지수는 둘 다 누적 명목 현금흐름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그리고 이들을 통해 얻은 추세선은 매매가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 [도표] 은마아파트의 전세가 변동(월 평균)과 추세선, 1988~2020년 (출처: 부동산 뱅크)

이제 지금까지 살펴본 것을 정리해 보자.

  1. 과거의 누적 명목 현금흐름은 내재가치를 반영한다.
  2. 과거의 누적 명목 현금흐름의 추세선은 미래 현금흐름을 예측하고, 자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매우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자산의 내재가치를 분류하는 원리와 '누적 명목 현금흐름' 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거의 대부분 자산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게 된다.

[가격평가] 국내 주식: 삼성전자

삼성전자를 내재가치 측정 원리의 분류에 대입해 보면, 물의 양이 변하는 상태(동적 상태)이고, 매출, 현금흐름 등 '나오는 물'의 통계가 어느 정도 장기간 기록되어 있는 경우이다. 따라서 관건은 삼성전자라는 저수지의 물의 양(자산가치)을 평가하기 위해 저수지에서 나오는 물 중에서 유의미한 값을 찾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매출'로 보았다.

누적 명목 현금흐름으로 삼성전자 주가 평가하기

1993년부터 28년간 삼성전자의 연도별 매출(연결 기준)이라는 현금흐름을 누적하면, 다음의 그림처럼 자산의 가치값을 엿볼 수 있다. 삼성전자의 누적 매출액과 자산가치의 결정계수는 0.9998로 예측력이 높음을 알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의 누적 매출액과 시가총액의 상관도를 분석해 보면, 다음의 두 번째 그림과 같다.

🖼 [도표] 삼성전자의 매출액 및 누적 매출액 추이 — 연도별 매출액(좌축) vs 누적 매출액(우축), R²=0.99981, 1993~2025년

🖼 [도표] 삼성전자의 누적 매출액과 시가총액의 상관관계 — R²=0.93568

삼성전자의 누적 매출액과 시가총액의 상관관계를 이용해서 시가총액과 추세선을 그리면 다음 그림과 같다. 그리고 다음의 두 번째 그림처럼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을 주식의 발행량으로 나누어 주면, 삼성전자의 주가와 추세선을 구할 수 있다.

🖼 [도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과 추세선 — 삼성전자 시가총액 vs 시가총액 추세선, 1993~2025년

🖼 [도표] 삼성전자의 주가와 추세선 — 삼성전자 주가 vs 주가 추세선, 1993~2025년

우리는 '명목 현금흐름의 누적'을 이용해서 자산의 내재가치 값을 구하는 이 과정을 미국 배당주, 아파트 전세 레버리지, 금, 비트코인 등 거의 모든 자산의 가치를 평가할 때 적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준으로 살펴보았을 때, 2022년 9월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는 고평가 구간은 아니었다. 따라서 삼성전자를 믿는다면 고평가 구간이 아닐 때 매수하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삼성전자는 우리 부부가 보유한 몇 안 되는 국내 주식 중 하나이고, 우리는 현재 가격 수준에서 다시 삼성전자 주식을 조금씩 모아가고 있다.

현금흐름도표의 활용: 은마아파트 사례

"이 배당 귀족주를 사서 20년 이상 보유하면 어떨까?" "이 아파트에 전세 레버리지 투자를 하면 어떨까?" "금을 늘려가면서 금 옵션 매도를 병행하는 것은 어떨까?"

현금흐름도표를 이용하는 이유

위와 같이 다양한 투자기회를 만났을 때, 우리 부부의 투자판단 과정은 항상 동일하다. 이 투자에서 좋은 투자방법을 활용할 수 있는가를 보는 것이다. 즉, 먼저 투자대상이 늘려갈 만한 가치가 있는 자산인가를 생각해 보고, 만약 그렇다면 자산의 가치를 평가하고 싸게 사서 현금흐름을 일으키며 보유하는 것이다.

이때 우리가 애용하는 강력한 도구가 바로 현금흐름도표이다. 현금흐름도표는 매입시점에 투자금만큼 마이너스(-)가 되고, 보유기간 동안 플러스(+) 또는 마이너스(-) 현금흐름이 생기며, 매도시점에 매도금액에서 비용을 제한 만큼이 현금흐름에 플러스(+)가 된다.

🖼 [도표] 현금흐름도표 — 매수시점 현금흐름(-) / 보유기간 동안의 현금흐름 / 매도시점의 현금흐름(+)

대부분의 경우 다음과 같은 그림으로 그려질 것이다. 투자의 시작점과 끝을 포함한 투자기간 동안의 현금흐름을 엑셀을 이용해서 내부수익률(Internal rate of return: IRR)을 구해보면 시간가치를 감안한 예상 투자수익률이 나온다. 이 기대수익률과 나의 기준금리를 비교해서 우리가 할 만한 투자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연 10% 이상의 투자수익률을 기대하는 투자자인데(나만의 기준금리가 10%인 투자자), 현금흐름도표의 내부수익률(IRR)이 15%가 나왔다면 이 투자는 해 볼 만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반대로, 현금흐름도표를 그려 보았을 때 예상수익률이 5%에 불과하다면, 투자수익률 10% 이상을 기대하는 투자자로서는 하지 말아야 할 투자가 된다.

어떤 자산을 매입할 때, 이러한 현금흐름도표를 그릴 수 없다면 투자 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더 강하게 말한다면,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투자금은 소중하고, 투자를 하는 데 소비하는 시간은 더더욱 소중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에 투자할까를 고민한다면, 우선 현금흐름도표를 그릴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만약 예상 매도시점도 불분명하고, 매도시점의 가격도 알 수 없으며, 보유기간 동안 현금흐름도 없다면, 우리는 투자수익률을 계산할 수 없다. 무작정 매수해 놓고 '가즈아~'를 외치는 투자는 도박에 가깝다. 다가오는 메타버스 시대에 비트코인이라는 자산을 늘려갈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고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조금씩 모아가는 것은 추천할 수 있지만, 현금흐름이 예측되지도 않는데 무턱대고 가격 상승 기대감에 무리해서 아까운 투자금과 시간을 투입하는 것은 말리고 싶다.

워런 버핏의 플로트 투자와 전세 레버리지

현금흐름도표를 이용해서 투자 판단을 하는 사례를 들어보겠다. 투자로 인해 예상되는 현금흐름을 이용해서 투자수익률을 계산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현금흐름이 어느 정도 예측되는 투자라면 현금흐름도표를 이용해서 투자 판단을 할 수 있다.

현금흐름이 어느 정도 예측되는 투자방법 중 하나가 바로 아파트 전세 레버리지 투자이다. 전세 레버리지 투자가 무엇인지 간단히 알아보고 시작하자. 부동산에 투자하는 방법은 수없이 많지만, 그중에서 가치 있는 자산을 오래 보유하면서 현금흐름을 일으키는 좋은 투자방법 중 하나가 바로 전세 레버리지 투자이다.

전세 레버리지 투자란 말 그대로 전세 보증금을 레버리지 해서(지렛대로 삼아) 아파트에 투자하는 것이다. 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사는 것이기 때문에,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액만큼만 내 돈이 들어간다. 전세 보증금을 레버리지로 삼으면 이자가 없고 대출기한이 거의 영구적이라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무이자, 무기한 레버리지를 '플로트(Float)'라고 하는데, 이 플로트를 가장 잘 활용해서 세계적인 부자가 된 사람이 바로 워런 버핏이다. 워런 버핏은 보험회사를 인수해서 가입자들로부터 받은 보험료로 현금을 꾸준히 조달했다. 이 보험료는 수십 년 뒤에 돌려줄까 말까 한 돈이므로, 워런 버핏의 입장에서는 무이자, 거의 무기한 레버리지인 플로트가 되었다. 한국의 투자자인 우리는 전세제도 덕분에 전세 보증금이라는 플로트를 활용할 수 있다.

전세가와 매매가가 모두 저평가된 지역을 선별해서 전세 레버리지 투자를 한다면, 전세가는 2~4년마다 증액되면서 투자자에게 현금흐름을 만들어준다. 하지만 이 책을 쓰고 있는 2022년 8월 현재, 우리 부부는 전세 레버리지 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천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전세 레버리지 투자의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인 전세가와 매매가가 모두 저평가된 지역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는 전세 레버리지 투자의 가장 큰 리스크인 역전세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전세가와 매매가가 모두 저평가된 지역을 찾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야 주택의 전세가가 완만하게 상승하면서 2~4년마다 현금흐름(전세 보증금 증액분)을 가져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어 주기 때문이다. 전세 레버리지 투자는 전세가 상승분을 현금흐름으로 보고, 오래 보유한다는 면에서 매매가의 단기차익에 집중하는 갭투자와 다르다.

현금흐름도표의 활용: 2005년 은마아파트에 투자해야 했을까?

전세 레버리지 투자를 하려는 A씨가 2005년 6월에 은마아파트 30평형에 투자할지 고민했다고 하자(시기는 아무렇게나 찍었다).

2005년 당시, 27년차를 맞이한 은마아파트는 재건축 기대와 수도권 부동산 상승 바람을 타고 급등했다. A씨는 은마아파트의 매매가 및 전세가의 변동을 분석했다. 물론 재건축이 되면 사용가치가 크게 높아져 아파트 가격이 크게 상승하겠지만, A씨는 현금흐름에 집중하기로 한다. 그럼, 전세가를 보아야 한다. 2005년 6월 당시, 연이은 공급 억제와 시장교란 정책으로 은마아파트의 전세가도 크게 상승했다가 이즈음에는 잠잠해진 모습이었다.

🖼 [도표] 2005년 은마아파트의 매매가와 전세가(월 평균) 변동, 1988~2020년 (출처: 부동산뱅크) — 은마아파트 매매가 vs 전세가(월 평균)

A씨는 2005년 6월 현재까지의 통화량을 이용해서 은마아파트 전세가의 변화에 대한 추세선을 그려본다(화폐가치 대비 명목 현금흐름 누적의 가치를 비교하는 것이다).

A씨는 앞으로 10년 동안 전세가는 이 추세선을 따라갈 것이라고 예측한다. 예측이 맞든 틀리든, 투자자인 A씨는 현금흐름을 예측해야만 한다. 실사용가치를 반영하는 전세가는 통화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예측에 성공할 확률이 그나마 높다(실제 전세가의 변화는 그래프의 회색 점선과 같았다).

🖼 [도표] 은마아파트의 전세가 변동(월 평균)과 추세선, 1988~2020년 (출처: 부동산뱅크) — 전세가 변동(월 평균) vs 전세가 추세선

2005년 6월 당시, A씨가 앞의 현금흐름(전세가 추세선)을 이용해서 계산한 은마아파트의 가치는 다음과 같다. 2005년 6월 은마아파트의 매매가는 현금흐름 대비 고평가로 판단되었다. A씨는 고민에 빠졌다. 그런데 실제 10년 매매가의 변화는 그래프의 점선과 같았다. 이로써 시장의 가격(매매가)은 가치 대비 등락이 심하여 매매가를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이런 불확실한 예측으로 투자에 임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도표] 은마아파트의 매매가치, 1988~2020년 (출처: 부동산뱅크) — 매매가(월 평균) vs 은마아파트 전세가 추세선(=은마아파트의 가치)

A씨는 2005년 6월 은마아파트에 대한 투자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1988년~2005년 전세가 및 통화량의 변화를 이용해서 전세가의 추세선을 만들었고, 이를 이용해서 현금흐름을 예측했다. 매매가치는 통화량의 추세선을 따라갈 것으로 예상하여 추정하고, 보유기간을 정하고 매도 시 매매가치를 매도금액으로 추정했다.

🖼 [표] 2005년 당시 은마아파트 전세 레버리지 투자의 예상 현금흐름 (월 단위, 핵심 수치 요약)

  • 2005년 6월: 투자금 6억2,500만원, 비용(간주임대료 891만원·취득세 445만원·중개수수료 1,164만원)
  • 2년마다 전세금 증액분(현금흐름 +): 2007.6 +3,835만원 / 2009.6 +5,033만원 / 2011.6 +3,152만원 / 2013.6 +3,018만원 (각 회차에 보유세·수리비 등 비용 차감)
  • 2015년 6월(매도): 매도수익 8억, 전세금 7,325만원 제외 후 약 5,145만원

이제 현금흐름표를 이용해서 현금흐름도표를 그린다. 아울러 지금까지의 과정을 통합해 2005년 은마아파트의 현금흐름과 자산가치를 보면 다음과 같다.

🖼 [도표] 2005년 은마아파트의 현금흐름과 자산가치 — 자산가치(가격), 현금흐름(+/-), 매수→보유(2005~2015). 보유기간 동안 가격 그래프는 비어 있음

눈치 빠른 독자들은 아셨겠지만, 보유기간 동안 가격 그래프는 비어 있다. 가격은 예측할 수 없기도 하지만, 예상 투자수익률을 계산할 때 가격의 변화는 계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보유기간 동안의 가격 변화는 단지 자산의 증가일 뿐이다.

다만, 자산의 매입시점에는 가격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투자수익률은 투자금을 줄일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자산을 매입할 때 이 가격이 가치 대비 저평가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투자결정에서 매우 중요하다. 가장 고전적이면서 합리적인 방법은 현금흐름을 예측하고, 그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다. 그래서 현금흐름이 더더욱 중요한 것이다.

2005년 은마아파트 투자 여부 결정

그럼, 다시 돌아가서 A씨는 2005년 6월 이 은마아파트 30평형에 투자해야 했을까?

여기서 A씨의 투자목표를 살펴보아야 한다. A씨가 구한 목표수익률(나만의 기준금리)이 8%라고 한다면, 예상 투자수익률이 이 기준금리 이상일 때만 투자해야 한다. 우리는 현금흐름도표를 이용해 수익률을 구할 수 있다. 132쪽의 표처럼 날짜에 따른 현금흐름표가 있을 때, 엑셀에서 내부수익률을 구하는 XIRR 함수를 이용하면 연 수익률을 쉽게 계산할 수 있다.

🖼 [그림] 엑셀 프로그램에서 XIRR 함수로 연 수익률 구하는 모습 — 내부수익률(XIRR), [guess] 부분은 입력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132쪽의 표와 같은 현금흐름이 예상되는 투자의 예상수익률은 다음과 같이 나온다.

2005년 A씨의 10년 예상 수익률(XIRR) = 4.5%

10년 동안 연 4.5%의 수익률이 예상된다고 나왔다. A씨의 목표수익률(나만의 기준금리)인 8%보다 예상 수익률이 작게 나왔기 때문에, A씨는 은마아파트에 투자하지 않기로 한다.

은마아파트가 저평가된 1999년에 투자한 경우

2005년 은마아파트의 경우 그동안 매매가가 크게 올라 가격이 가치보다 고평가된 상태였고, 전세가와의 갭도 매우 큰 상태였다. 따라서 당시 은마아파트를 매입했을 경우 투자금이 많이 들었기 때문에, A씨의 예상 수익률이 4.5%로 나온 것이다(131쪽 그래프 참조).

만약 A씨가 1999년 은마아파트가 저평가 상태일 때 매입했다면, 같은 방법으로 계산했을 때 예상 투자수익률(XIRR)이 무려 20.5%에 달한다. 전세 레버리지 투자를 잘하기 위해서는 매매가가 가치보다 저평가된 시점, 또는 저평가된 지역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도표] A씨가 1999년 은마아파트에 투자했을 경우 현금흐름도표 — 1999년 매입, 1988~2020년

2022년 9월 현재, 서울 은마아파트는 전세 레버리지 투자로 어떨까? 지금 서울 아파트는 가치 대비 고평가 구간에 있다. 특히 은마아파트, 잠실주공5단지 등 사람들이 관심이 많은 아파트의 경우에는 더더욱 고평가되어 있다. 게다가 전세가도 고평가 구간에 들어서고 있어 향후 레버리지 상환 위험까지 있다. 투자로 이런 자산을 고려하고 있다면, 반드시 현금흐름도표를 작성해 보고 예상 투자수익률을 계산해 보기를 바란다.

현금흐름은 '원화'만이 아니다

현금흐름의 단위: 화폐

현금흐름을 이야기하면 대부분 말 그대로 현금, 즉 화폐를 떠올릴 것이다. 화폐(貨幣)에서 화(貨)는 조개(貝), 폐(幣)는 비단(巾)을 의미하는 글자가 포함된 형성문자이다. 화폐의 단순한 의미는 문자 그대로 조개와 비단처럼 지불 기능을 가진 교환수단이라는 뜻이다. 이것이 현대사회로 발전하면서 사용의 편의성을 위해 종이로, 그리고 다시 디지털로 바뀌었을 뿐이다.

하지만 화폐의 기본적인 역할 중 하나인 '교환수단'으로서의 의미는 변하지 않았다. 물론 다양한 종류의 화폐가 있고, 특히 '법정화폐'는 국가의 주권이나 경제력 등의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교환수단의 관점에서만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우리는 '화폐로서의 가치'를 말할 때 항상 혼동하게 된다.

'화폐로서의 가치'는 단순히 교환수단인 것만으로도 가치를 가진다. 화폐가 되는 조건은 첫째, 교환수단으로서의 가치, 둘째, 충분한 수량, 셋째, 안정적인 가치 유지이다.

그런데 이것은 그저 '좋은' 법정화폐나 '좋은' 신용화폐가 되는 조건일 뿐이지, 이 조건들을 만족하지 않는다고 해서 화폐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며, 화폐의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자산에서 나오는 현금흐름은 '원화'만이 아니다

현금흐름을 이야기하면서 화폐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화폐가 될 수 있는 것은 무한히 많기 때문이고, 현금흐름의 종류도 화폐의 종류만큼이나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을 이해하는 것이 가상세계를 이해하는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자산에서 나오는 현금흐름은 '원화'뿐만이 아니다. 미국 주식의 배당금과 금 콜옵션 매도 프리미엄은 '달러'로 나오고, 일본 주식의 배당은 '엔화'로 나오고, 팬케이크 스왑(탈중앙화 거래소, DEX)에서는 CAKE가 나온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는 더 많은 현실세계와 가상세계 '국가'에서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 모든 현금흐름은 서로 환율로 연결되어 있다. 현금흐름의 단위를 '원화'로 하고 원화로 계산하면, 직관적인 가치를 파악하는 데 익숙해져서 편하기는 하다. 하지만 너무 원화만 바라보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원화의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하는 것에 대비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현금흐름에서도 환율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화폐가 있다면, 원화를 적극적으로 그 화폐로 교환해야 한다. 이를테면 원화를 팔아 달러나 엔화를 사는 식으로 말이다. 또는 환율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화폐가 현금흐름으로 나올 수 있는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달러 환율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될 때, 미국 주식이나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것이 그 예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