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간의 자유 ]
현실세계와 가상세계
(이 절은 가상세계를 '11번째 레이어', 현실세계를 '13번째 레이어'로 부르는 한 정신과 의사의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된다.)
자연스레 눈이 떠졌다. 일어나 창가로 간다. 동틀 무렵이다. 남극점을 바라보고 섰을 때, 태양이 내 왼쪽 아래에 있을 시간이다. 달은 내 머리 앞쪽에 떠 있다. 하현달이다. 달 뒤로는 쌍둥이 자리가 있을 것이다. 봄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은 태양과 달과 지구의 위치로 시간을 매긴다. 딱 떨어지지는 않지만,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한 바퀴 돌면 일 년, 달이 지구 주위를 한 바퀴 돌면 한 달, 지구가 스스로 한 바퀴 돌면 하루이다. 과거의 사피엔스들에 의해 그렇게 정해졌다.
이 세상은 13번째 레이어의 세계이다. 인류가 지금까지 밝혀낸 바에 따르면, 이 세계는 하나의 점으로부터 출발했고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다. 시간이라 정의된 어떤 것은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사건이 발생하는 원리는 물리법칙을 따르는 것으로 보이는데, 인류는 아직 이 물리법칙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다. 다만, 거시적인 부분에서는 상당부분 예측이 가능하다. 이 세계의 구성원소는 원자이다. 나는 이 세계의 극히 일부인 지구에 있다.
내가 이 세계에 내려온 지도 벌써 40년이 되었다. 예전에는 내가 이 세계에 온 이유를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것을 알고 있었는지, 모르고 있었는지도 까맣게 잊어버렸다. 심지어 가끔은 내가 실제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한다. 어쨌든 나는 생각하고 있고, 고로 존재한다고 믿긴 한다. 더 좋은 말이 생각났다.
"나는 우주의 엔트로피를 증가시킨다. 고로 존재한다."
나는 대한민국의 정신과 전문의다. 11번째 레이어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람의 마음을 치료해주고 돈을 벌고 있다. Treat to Earn(T2E). 내 주변의 지인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벌고 있다. 어떤 사람은 글을 쓰면서 돈을 벌고(Write to earn, W2E), 그림을 그리거나(Draw to earn, D2E) 문제를 풀거나(Solve to earn) 가르치거나(Teach) 만들거나 다른 사람의 일을 대신해 주면서 돈을 벌고 있다. 모두 돈을 벌기 위해 무언가를 한다.
아~, 우선 11번째 레이어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겠다. 11번째 레이어는 인류가 만들어 낸 세계이다. 13번째 레이어인 지금 세계를 '현실세계'라고 부르며, 11번째 레이어는 '가상세계'라고 이름 붙였다. 왜냐하면 13번째 레이어에 살고 있는 인류는 이 세계를 현실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대비되는 말로 가상세계라고 지은 것이다. 가상세계는 블록체인의 세계이며, 2008년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졌다. 가상세계를 움직이는 원리는 논리 알고리즘이다. 그리고 그 구성원소는 0과 1이다. 이 가상세계에서는 현실세계의 물리법칙이 종종 무시될 수도 있다.
11번째 레이어에서 시간을 들여 돈을 버는 행위는 거의 대부분 P2E(Play to Earn)라 불린다. 현실세계 입장에서 보았을 때, 가상세계에서 시간을 쓰는 행위가 노는 것(Play)처럼 보였나 보다. 놀면서 돈을 번다는 의미로 P2E라고 이름 붙였다. 이 표현을 빌려 나는 T2E라고 한 것이다. 즉, 치료하고 돈을 번다.
돈을 왜 버는 걸까? 돈은 역사적으로 거래가 시작된 어느 시점부터 인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되어 왔다. 인류는 돈이 좋든 싫든 벌어야 했다. 살기 위해서다(Earn to Live, E2L). 우리는 잘 살기 위해 돈을 번다. 나는 살기 위해 돈을 벌고 돈을 벌기 위해 치료를 한다(T2E, E2L).
그렇다면 돈은 무엇일까? 다시 11번째 레이어의 말을 빌자면, 돈은 '토큰화 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가상세계에서 말하는 토큰은 소유할 수 있고 거래할 수 있는 어떤 것이다. 현실세계에서도 소유하고 거래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돈이다.
여담이지만, 가상세계의 블록체인은 이 소유와 거래를 보장한다. 내 소유와 거래가 지켜질 것이라는 믿음이 이 토큰에 가치를 부여한다. 블록체인은 그 믿음과 신뢰의 시스템이다.
토큰은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대체 가능한 것(Fungible), 대체 불가능한 것(Non Fungible), 그리고 어느 정도 대체가능한 것(Semi Fungible).
🖼 [도표] 토큰 스펙트럼 — FT(대체가능성 100%) ─ SFT ─ NFT(0%)
나는 오늘 FT를 가지고 NFT를 거래하러 가야 한다. 원화(KRW, FT) 6억 개와 인천의 한 아파트(NFT)를 교환하는 약속이 있기 때문이다. 그 사이 나는 몇 번의 지하철 승차권(SFT)을 KRW(FT)와 교환해야 하고, 점심으로 맥도날드의 빅맥 버거에 치즈 추가(NFT)를 KRW(FT)와 교환할 예정이다. 식후 커피는 스타벅스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교환권(SFT)이 있기 때문에 이때는 KRW(FT)와 직접 교환할 필요는 없겠다.
위에서 말한 모든 T는 돈이다. 현실세계에는 이런 셀 수 없는 다양한 돈들이 존재한다. 심지어 시간도 토큰화 할 수 있다. 이번 NFT 거래를 위해 나는 오늘 오전 진료를 다른 원장님께 부탁했다. 그 원장님의 오전 시간(SFT)을 대가로 나는 30만 개의 KRW(FT)를 준비해야 했다. 중요한 거래라서 내가 꼭 가야 했기 때문이다.
시간과 돈은 현실세계에서 '가치 있는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이 에너지를 얻기 위해 산다. 아니 살기 위해 이 에너지를 얻어야 한다. 자연스레 질문은 '그럼 왜 사는가?'로 넘어갈 수 있다(Live to ???). 즉, 무엇을 위해 사는가? 여기까지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to Earn → Earn to Live → Live to ???
현실세계의 인류는 살기 위해 돈을 벌고 돈을 벌기 위해 무언가(!!!)를 한다. 돈은 토큰이며, 토큰을 벌고 교환하고 저장하는 모든 과정은 투자와 연관되어 있다. 투자는 자산을 늘리는 모든 행위이며, 토큰은 자산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왜 투자하는가?'일 것이다. 답은 각자의 내면에 있다. !!!과 ???가 일치하는 사람은 행운아일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둘이 일치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우선 !!!에 집중하고, ???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에 집중해야 한다. 왜냐하면 !!!는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가 확고한 방향을 제시할 때, 갈팡질팡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 중 원하는 곳에 가장 확실히 갈 수 있는 수단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떳떳하다면, 그게 무엇이든 상관없고 남의 시선도 그리 중요하지 않다.
쓸데없는 생각이 많아졌다. 얼른 준비하고 NFT 투자하러 가야겠다. 오후에는 다시 T2E 투자를 위해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공간의 자유
새로운 자산군의 출현과 질문들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굉장한 행운아이다. 암호자산이라는 새로운 자산군의 출현과 그 초기 역사의 순간을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자산군의 출현은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금과 부동산은 거의 태곳적부터 존재했을 것 같고, 주식이라는 자산군이 등장한 것은 17세기다. 그리고 그 후 약 4세기 만에 우리는 암호자산이라는 새로운 자산군의 출현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우리 시대에 새로운 자산군이 등장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새로운 자산군이 가져오는 기회들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8년 비트코인을 시작으로 암호화폐 혹은 암호자산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자산군이 등장한 지 1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암호화폐가 '화폐'로서의 가치가 있는지, 또는 내재가치가 있는지 등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2022년 암호자산 가격의 하락을 보면서 사람들의 의구심은 더욱 커졌을 것이다.
최근까지의 가상세계와 암호화폐의 흥망을 지켜보면서 우리 부부가 고민한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 가상세계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가상세계에서 자산은 무엇인가?
- 가상세계 자산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가상세계에서 내 것이 지켜질 것이라는 믿음이 어떻게 지켜질 수 있을까?
- 암호화폐/자산의 가치는 어디에서 비롯될까?
- 암호화폐/자산은 화폐인가 아니면 자산인가? 이 분류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 가상세계에서 자산을 발견했다면 좋은 투자의 방법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이 질문들을 보면 우리의 의식의 흐름이 나타나 있다.
먼저 우리가 가상세계에 관심을 가진 가장 큰 이유는 '공간의 자유' 때문이었다. 공간의 자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리스크'를 이해해야 한다. 현재 가장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예는 '우크라이나 전쟁'일 것이다. 만약 대한민국의 한 투자자 가족이 우크라이나에 있었다고 가정해 보자. 행복하게 살 수 있을 정도의 집과 사업, 그리고 기타 자산이 모두 우크라이나에 있었다면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과거 돈의 자유와 일부 시간의 자유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매우 불안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자산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는 예상하지 못한 큰 리스크로 인해 가족의 총자산이 쪼그라든 것이다. 거위농장에 비유하자면, 가족농장에서 대부분의 거위가 폐사한 것이고, 댐과 저수지에 비유하자면 가족자산의 댐이 무너져 그 안에 담고 있던 저수지의 물이 쏟아져 나와버린 것이다.
여기서 '리스크'는 지정학적 위기다. 지정학의 사전적 의미는 '지리적인 위치 관계가 정치, 국제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현실세계만을 국한해서 본다면, 자신이 태어난 국가 또는 민족 등의 집단이 지구라는 행성의 한 지역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주변 집단과의 상호작용을 말한다. 더 근본적으로는 한 집단을 이루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믿음과 욕심을 만들어내고 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주변과의 상호 반응이다. 사람들의 믿음과 욕심은 종교, 정치, 문화, 제도, 역사, 경제 등으로 표현되고 표출된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호모사피엔스가 지구를 정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 '상상력'을 들고 있다. '허구를 믿는 집단적 상상력'이 인간을 결속시키고, 이로 인해 인간은 부족과 도시를 넘어서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발 하라리는 인간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는 상상 속 허구의 예로 기업, 정치, 경제, 제도, 신용, 심지어 국가를 말하고 있다. 사랑, 정의, 평등, 공정, 자유 등의 추상적 개념 역시 실제 존재할 것이라 믿는 상상력의 산물이다.
인류는 이 '믿음'을 근거로 주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존재이다. 다른 '믿음'을 가진 집단이 자신의 욕심에 방해가 된다면 언제든 제거할 수 있는 행동력도 가지고 있다. 투자에서 지정학적 위기는 여기서 출발한다. 이는 비단 국가 간의 관계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민족, 지역, 직장과 가족 등 작은 집단을 이룰 수 있는 곳이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다.
비트코인 전문가 오태민 대표는 그의 저서 『메타버스와 돈의 미래』에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 미국과 러시아와의 관계 등 다양한 지정학적 리스크 사례들을 언급하며 비트코인을 지정학적 자산으로 표현했다.
지정학적 위기에 노출되어 있는 자산은 말 그대로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 크게는 전쟁, 금융위기 등의 국제관계에 의해서, 작게는 국내정치, 사회 등의 변화에 의해서, 더 작게는 직장 내 인간관계 등에 의해 일어난다. 투자에서 공간의 자유는 이런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필요하다.
공간의 자유를 위한 자산 구성
공간의 자유는 주요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 자산들이 지정학적 위기에 상관없이 분포하는 것이며, 이런 공간의 자유를 이루는 방법은 시간 및 돈 자산을 지정학적 위기에 노출되지 않는 공간에 두는 것이다. 좀더 쉽게 표현하자면, '자산을 제2의 장소에 두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시간의 자유' 편에서 총자산은 다음과 같은 구성을 가진다고 했다. 우리의 총자산은 순자산과 레버리지로 구성되며, 순자산은 다시 순 시간 자산과 순 돈 자산, 레버리지는 시간 레버리지와 돈 레버리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했다. 이것은 시간의 자유를 얻기 위한 자산의 개념도이다. 여기에 '공간의 자유'를 추가로 얻기 위해서는 새로운 자산군이 필요하다.
🖼 [도표] 총자산의 구성 변화 — 총자산 = 순자산(순 시간 자산 + 순 돈 자산) + 레버리지(시간 + 돈), 여기에 '공간의 자유를 위한 자산 구성'이 추가된다
앞의 그림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간의 자유를 위한 자산에도 순자산과 레버리지가 있으며, 순자산은 다시 순 시간 자산과 순 돈 자산으로 나뉘고, 레버리지도 시간과 돈 레버리지로 나뉠 것이다.
예를 들어 여행 유튜버가 되어 전세계를 돌며 여행기를 업로드하는 경우는 시간 자산을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사용하여 현금흐름을 일으키는 투자를 하는 것이며, P2E(Play to Earn) 게임으로 돈을 버는 필리핀 사람들도 시간 자산과 일부 돈 자산을 이용해서 공간의 제약 없이 현금흐름을 만드는 경우이다.
좀더 복잡한 경우로는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를 들 수 있다. 비트코인(BTC), 이더(ETH), 솔라나(SOL) 등 L1 자산을 스테이킹(Staking,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암호화폐를 예치하면 그 보상으로 암호화폐를 주는 방식)하고 현금흐름을 얻거나, 또는 이들을 담보로 제공하고 레버리지를 일으켜서 현금흐름을 얻는 경우는 돈 자산과 레버리지를 만드는 것이다. 가상세계에서 부동산을 구매하거나 증권을 구매해서 스테이킹 또는 임대해서 현금흐름을 얻는 경우, 또는 탈중앙화 거래소에 LP(유동성 공급을 위해 두 개의 암호화폐를 쌍으로 묶은 것) 자산을 제공하고 현금흐름을 얻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것은 현실세계의 지정학적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리스크 헤지 전략이 될 수 있으며 공간의 자유를 위한 자산 배치이다.
거위농장으로 비유하자면 집단 폐사를 막기 위한 새로운 축사를 만드는 것이며, 댐과 저수지 모형으로 비유하자면 큰 댐이 무너졌을 때를 대비해 다른 곳에 새로운 댐을 건설하는 것을 말한다. 다만, 이런 경우 리스크의 종류가 달라진다.
공간의 자유를 원한다면
공간의 자유를 원한다면 가상세계 투자에 관심을 갖는 것도 좋다. 금 투자 또한 이를 이루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금은 인류 역사와 함께한 또 하나의 메타버스이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가 자산을 선택하는 기준은 '자유'이다. 현재는 돈의 자유(충분한 현금흐름), 시간의 자유(시간 레버리지 가능성), 공간의 자유(탈중앙화)를 기준으로 자산을 선택하려 노력한다.
가상세계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를 찾고 나서 가장 먼저 자산이 무엇일까를 고민한 이유는, 결국 투자란 자산을 늘려가는 모든 행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상세계에서도 좋은 자산을 발견할 수 있다면, 우리가 현실세계에서 적용해 온 투자원칙을 똑같이 적용해서 자산을 꾸준히 늘려가면 된다.
암호자산은 본질적으로 어떠한 속성을 가지고 있는지, 그 가치는 어디에서 비롯되고 있는지, 특히 가상세계에서 내 것이 지켜질 것이라는 믿음의 가치는 어떻게 지켜지는지를 확인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가상세계에서도 좋은 투자를 하려면 자산의 가치를 평가하고 싸게 사서 현금흐름을 일으키며 보유해야 하는데, 이것을 탈중앙화 금융(DeFi)을 통해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는지를 찾고 조금씩 실행하고 있는 중이다.
문과 출신의 필자가 가상세계의 기반을 이루고 있는 블록체인 관련 기술들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았고, 아직도 더 알아가야 할 부분들이 많다. 하지만 투자대상으로서 암호자산의 본질을 최대한 깊이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블록체인을 공부했고, 비전공자 입장에서 이해한 바를 최대한 쉽게 설명하고자 한다.
언뜻 보기에 어려워 보이는 블록체인 기술의 원리나 LP의 특징, 비영구적 손실(IL) 등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가 늘려가고자 하는 자산의 속성을 그 정도는 이해해야 자산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암호자산의 가격 등락에만 관심을 갖는다. 가상세계는 형성된 지 몇 년 되지 않은 시장이기 때문에, 얼마 전 루나 사태에서 볼 수 있었듯이, 앞으로도 많은 성장통을 겪게 될 것이다. 따라서 가상세계와 암호자산에 대해 표면적인 이해에서 그친다면, 자산에 대한 믿음과 확신을 갖기 어려울 것이고, 가격이 출렁일 때마다 자산에 대한 믿음 또한 흔들릴 것이다. 사실 암호자산과 관련된 개념이나 기술을 이해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낯설음'인 것 같다. 하지만 '낯선 것에 대한 호의'를 가지고 이해해 보려는 마음을 갖는다면 주식투자의 재무제표 분석보다 더 직관적이고 용이하다는 게 개인적인 소감이다.
투자대상으로서 자산을 잘 이해하고(기술), 좋은 투자의 방법을 이용해서 자산을 꾸준히 늘려간다면(투자원칙), 즉 기술적인 지식과 올바른 투자원칙을 같이 실행한다면 공간의 자유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메타버스와 탈중앙화
투자에서 미래의 가상세계는 매우 흥미로운 공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류는 앞으로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번갈아가며 살아갈 것이고, 가상세계의 투자는 현실세계의 투자와 아주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의 원칙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투자는 자산을 늘려가는 모든 행위이고, 자산을 늘려가는 좋은 방법은 현실세계와 같다. 즉, 모아갈 만한 자산을 발견했다면 가치를 평가하고 싼 가격에 사서 현금흐름을 일으키며 보유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부부의 가상세계에 대한 관심은 '가상세계에서 자산이 될 것은 무엇인가?'에 집중되어 있다. 이 가상세계의 자산을 찾기 위해 메타버스와 가상세계에 대해 알아보자.
메타버스
과거에 주로 현실세계만을 살던 인류는 최근 들어 점점 가상세계를 구체적으로 그리며 창조해 가고 있다. 앞으로는 현실세계만큼이나 넓은 가상세계가 펼쳐질 것이고, 어쩌면 현실보다 더 넓은 세계로 확대될 수 있다. 가상세계와 현실세계 사이에는 현실과 가상이 섞인 공간이 존재한다. 이는 '반가상세계'라 부를 수 있다. 반가상세계와 가상세계를 합하면 메타버스가 된다.
🖼 [도표] 현실세계와 메타버스 — 시간이 흐를수록 현실세계 → 반가상세계 → 가상세계로 확장. (반가상세계 + 가상세계 = 메타버스)
메타버스(Metaverse)는 최근 자주 나오는 키워드이다. 가상/초월을 의미하는 Meta와 세계·우주를 의미하는 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을 초월하는 세계를 의미한다. 메타버스는 1992년 소설 『스노우 크래쉬』에서 컴퓨터 속 가상세상을 지칭하는 단어로 처음 등장했다.
메타버스의 개념은 아직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다. 김상균 교수는 『메타버스』라는 책에서 메타버스를 '아바타로 살아가는 세상'이라고 정의한다. 이를 가장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모습은 과거 '싸이월드'와 '미니미'를 떠올려 볼 수 있다. 또한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는 영화로는 「레디 플레이어 원」, 「로그온 배틀그라운드」, 「13층」 등이 있다.
메타버스는 다음의 그림처럼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크게 현실세계를 증강했느냐, 가상세계를 만들었느냐에 따라 위아래로 나누고, 사용자에 집중했느냐, 사용자 밖의 세상에 집중했느냐에 따라 좌우로 나눈다. 따라서 각 4분면에 들어가는 메타버스 세상은 가상현실, 거울세계, 라이프로깅(Life logging, SNS), 증강현실(AR)로 구분할 수 있다.
🖼 [도표] 메타버스의 4가지 분류(가상↔증강, 내적세계↔외적세계) — 가상현실(세컨드 라이프·디센트럴랜드·싸이월드) / 거울세계(구글어스·자율주행·어스2) / 라이프로깅(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 증강현실(포켓몬고·페이스북 AR글래스·홀로렌즈). 출처: metaverseroadmap.org
놀랍게도 우리는 이미 메타버스 세상을 살고 있다. SNS도 하나의 메타버스이다. 메타버스는 저 멀리 어딘가에 있는 신기루 같은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 삶에 녹아 있고, 이미 상당부분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실존 공간이다.
우리는 메타버스 속 가상자산에 투자하기 위해서 가상자산의 특성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한다. 가상자산의 특성 중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탈중앙화'이다.
탈중앙화
탈중앙화(Decentralization)란 중앙집중된 것에서 벗어나서 분산된 소규모 단위로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말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블록체인'이다.
자산은 '계약'에 의해 사용되고 거래된다. 이때 계약은 상호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며, 현실세계에서는 이 신뢰를 담보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제도와 장치를 만들고 권위 있는 중앙화된 조직, 기관, 단체 등이 이를 검증한다. 예를 들면 권위 있는 기관(예로 은행)이 중앙화된 금융(CeFi, Centralized Finance)으로 거래 당사자들의 개인정보와 내용을 확인하고 거래를 진행시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반면, 탈중앙화 금융(DeFi, Decentralized Finance)은 중간에 권위 있는 기관 없이 서로가 서로의 거래내용을 확인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하며 신뢰를 담보한다. 이것이 가능할 수 있게 된 이유는 '블록체인'이 있기 때문이다.
🖼 [도표] 전통 금융 서비스(중앙화: 법정화폐 중심) vs 탈중앙화 금융 서비스(탈중앙화: 가상자산 중심) — 예금·발행·결제·보험·대출·신탁·외환·투자 등 동일 서비스군. 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인터넷진흥원
위 그림처럼 탈중앙화 금융도 전통 금융과 같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가상세계에서도 현실세계에서 존재하는 거의 모든 종류의 투자가 가능할 수 있다.
탈중앙화 금융 외에도 탈중앙화의 종류는 다양하다. 대표적인 예로 탈중앙화 조직, 기업, 거래소(자산/화폐), 애플리케이션, 클라우드, 심지어 탈중앙화 유튜브, 경제 시스템도 정의되어 있다. 물론 아직 완전히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점차 이런 방향으로 진행되어 갈 것이다.
- 탈중앙화 자산 거래소: DAX(Decentralized Asset EXchange)
- 탈중앙화 암호화폐 거래소: DEX(Decentralized EXchange)
- 탈중앙화 분산 앱: DApp(Decentralized App)
- 탈중앙화 분산 클라우드 네트워크: Dcloud(Decentralized distributed cloud)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를 바라볼 때 해당 시스템의 탈중앙화가 얼마나 되어 있는지에 대한 검토는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 탈중앙화에 따라 투자 리스크의 종류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익명성'을 들 수 있다. 탈중앙화된 시스템에서는 익명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는 정부의 법과 제도가 급격히 변화하는 것에 대한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더 자유로워진 만큼 그에 따른 책임은 전적으로 개인이 짊어져야 한다.
앞으로의 투자세계를 탈중앙화의 정도에 따라 현실세계, 반가상세계, 가상세계로 나누고, 여기에 시간 레버리지를 고려해서 총 6개의 단계로 구분해 보았다.
🖼 [도표] 투자세계의 6가지 구분(탈중앙화 정도 × 시간 레버리지 정도) — 가상세계(완전 탈중앙화·익명성 보장): 내 시간 이용=탈중앙화 게임 아바타·시간 소모 탈중앙화 자산 / 시간 레버리지 이용=탈중앙화 게임 아바타 용병·탈중앙화 기업/거래소·플랫폼·DeFi 자산. 반가상세계(불완전 탈중앙화): 개인 유튜버·블로거·게임 아이템 / SNS 플랫폼·기업화 콘텐츠 크리에이터·예술품 NFT·중앙집중식 금융 자산. 현실세계(기존 중앙화): 직장인·자영업자 시간 자산·시간 소모 투자자산 / 사업가·투자가 회사나 자산·시간 소모 없는 투자자산. 출처: 저자 작성
세상이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메타버스는 확장되며 수많은 직업을 포함한 새로운 투자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인류는 앞으로 현실세계뿐만 아니라 메타버스 세계에서도 자산을 이용해 현금흐름을 창출할 것이다. 이 현금흐름은 현실세계 또는 메타버스 세계의 나와 가족에게 경제적 풍요를 안겨줄 것이다. 시간의 자유를 원하는 사람은 시간 레버리지를 이용해야 하고, 더 나아가 규제와 통제로부터의 자유를 원하는 사람은 탈중앙화된 메타버스를 이용하게 될 것이다.
탈중앙화와 블록체인
현실세계만을 살던 우리는 앞으로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번갈아가며 살게 될 것이다. 먼저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비교를 통해 가상세계에 대해 이해해 보고자 한다.
🖼 [도표] 현실세계(중국·한국·일본·미국·캐나다 등 국가) vs 가상세계(비트코인·이더리움·솔라나·폴리곤·카르다노 등 네트워크)
현실세계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나라가 있다. 각 나라의 정치, 경제 시스템은 사회주의, 민주주의, 대통령제, 입헌군주제, 의원내각제, 자유 시장경제체제,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 등 다양하지만, 모두 중앙화되어 있고 각국 정부가 국민의 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가상세계에도 여러 나라(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비트코인, 이더리움이 있고 카르다노, 솔라나 등의 나라들이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있다. 가상세계의 나라들은 탈중앙화되어 있고,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블록체인 합의 알고리즘을 이용하고 있다. 각 나라의 블록체인은 그 증명방식이 다양하다. 비트코인은 작업증명(PoW) 방식, 이더리움과 카르다노는 지분증명(PoS) 방식, 솔라나는 역사증명(PoH) 방식을 사용한다. 하지만 큰 틀에서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은 모두 탈중앙화된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
신석기시대 원시부족사회를 예로 들어보겠다. 부족 구성원은 8명이다. 부족원 중 A씨라는 사람이 멋진 빗살무늬토기를 만들었다. A씨는 이 토기를 부족원들에게 자랑한다. "내가 이 토기를 만들었고 주인은 나다." A씨를 제외한 7명의 부족원들은 이 소식을 듣고, A씨가 그 토기의 원작자이고 주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제 A씨가 그 토기를 B씨에게 주기로 약속하고 또다시 공표한다. "나는 B씨에게 이 토기를 주기로 했다." A씨와 B씨를 제외한 6명의 부족원이 이 거래를 알고, 이제 소유권이 B씨에게 넘어갈 것이라는 것도 모두 알게 된다.
이런 경우 중앙화된 등기소가 필요 없다. 부족원 8명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족원이 1,000명, 10,000명이라면 어떨까? A씨와 B씨의 거래 외에도 수많은 거래가 있을 텐데, 그 많은 거래를 다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인류는 지금까지 이런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해 중앙화된 기관이 필요했다. 수많은 거래들을 확인해 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중앙화된 몇몇에게 권위를 주고 이 일을 전담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원시부족사회든 현대 사회든 중요한 것은 내 것이 지켜질 것이라는 믿음이다. 내 것에는 내 소유와 거래가 포함된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중앙화된 기관 없이 이 믿음을 담보하는 방법을 고안했고, 이것을 비트코인이라 정의했다. 여기서 비트코인은 '암호화 화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물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BTC도 비트코인이라 불리지만, 사토시 나카모토가 만든 것은 단지 화폐인 BTC만이 아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을 이용한 합의 알고리즘을 말하며, 여기서 사용하는 화폐가 BTC인 것이다. 즉, 블록체인으로서의 비트코인과 암호화폐로서의 비트코인은 구분되어야 한다. 같은 단어를 썼기 때문에 헷갈릴 수 있지만, 이 둘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우리는 이것을 가상세계의 국가와 그 국가에서 쓰는 통화로 구분한다. 예를 들어 '한국'은 국가 이름이고 '원화(KRW)'는 통화이다. 미국은 국가이고 달러(USD)는 통화이다. 마찬가지로 비트코인은 가상세계의 국가이고, BTC는 그 나라의 통화이다. 이더(ETH)는 이더리움이라는 국가에서 쓰는 통화이고, 에이다(ADA)는 카르다노에서 쓰는 통화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은 그 나라 국민(노드; 네트워크 참여자)에게 내 것이 지켜질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방법으로 블록체인 합의 알고리즘을 사용한다. 이는 마치 미국과 한국이 대의민주주의와 자유 시장경제체제를 이용해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지켜질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것과 같다.
현실세계의 각 국가에서 사용하는 통화는 가치의 교환 및 측정 수단이므로 중앙화된 정부에서 엄격하게 관리한다. 이를 우리는 법정통화라고 한다. 가상세계의 국가는 중앙화된 기관 없이 검증자(검증노드) 또는 채굴자(채굴노드)를 이용해 이를 관리한다. 검증노드나 채굴노드는 블록체인을 안정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들이 더 많은 시간과 돈을 사용할수록 시스템은 더 안정화된다. 따라서 이들 채굴자들에게 보상이 주어진다. 이것이 BTC나 이더와 같은 '화폐'이다.
블록체인 채굴의 원리
인터넷은 믿을 수 없다
온라인 게임을 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아이템 복제는 항상 큰 문제였다. 알고 보면 정보 덩어리에 불과한 아이템은 해커들에 의해 손쉽게 복제되곤 했다. 사진이나 영상의 경우도 수많은 복제품이 나올 수 있다. 인터넷에서는 진품을 가리는 것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순식간에 늘어난 개수 때문에 가치를 유지할 수도 없었다. 따라서 온라인 결제 시스템도 인터넷에 있는 화폐 그 자체만으로 유지될 수는 없었다. 항상 수많은 단계의 검증과정을 거치고 나서 중앙화된 기관(은행, 카드사 등)이 인증해 주어야만 결제가 가능했다. 이처럼 인터넷 세상에서는 그 누구도 믿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다. 블록체인 시스템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비잔틴 장군 문제
이 해결이 안 되던 문제는 '비잔틴 장군 문제'에 포함되어 있다. 즉, 서로 믿을 수 없는 컴퓨터들끼리 올바른 데이터를 공유하고 합의에 이를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가 바로 비잔틴 장군 문제이다.
🖼 [도표] 비잔틴 장군 문제 — 협동 공격 = 승리 / 비협조적인 공격 = 패배. 출처: Wheatstones, "CASE STUDY: AVALANCHE", 2021.12.15., LinkedIn
비잔틴 장군 문제는 1982년 레슬리 램포트와 쇼스탁, 피스가 공저한 논문에서 처음 언급되었다. 이 논문은 위의 그림처럼 적군을 공격하려는 비잔틴 제국의 여러 부대를 가정한다.
한 적진을 가운데 두고 비잔틴 장군의 부대들이 둘러싸고 있다. 이들이 동시에 공격하면 승리할 수 있지만, 이 중에서 1/3만 배신해도 패배하게 된다. 전체 장군 중 일부는 배신자일 수 있으며, 배신자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 더 어려운 것은 누가 배신자인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마치 인터넷 세상에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합의를 이루어야 하는 상황과 똑같다. 어떻게 합의를 이루고 승리할 수 있을까?
비잔틴 장애 허용
비잔틴 장군 중 한 명이 주변의 장군들에게 "내일 새벽 5시에 함께 공격합시다"라는 전령을 보냈다고 가정해 보자. 충실한 장군들만 모여 있다면, 전령을 받은 장군은 다시 "그럽시다"라고 전령을 보내 합의를 이룰 것이다. 배신자가 섞여 있다면, 배신자는 전령을 죽이거나 무시하고, 전령을 보내지 않거나 각종 방법으로 합의를 방해하려 할 것이다. 최초 전령을 보낸 입장에서는 전령이 중간에 적군에게 적발되어 사살당해서 답변이 오지 않는 것인지, 그쪽 장군이 배신을 한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렇게 비동기화된 네트워크에서는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 따라서 다음 방법을 사용한다.
전령을 계속 보낸다.
계속 전령을 보냈는데도 불구하고 답변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장군은 배신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정직한 장군이 2/3 이상일 경우 우리는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 이처럼 일부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전체 시스템은 정상 작동하도록 하는 것을 '비잔틴 장군 문제의 허용', '비잔틴 장애 허용'이라고 한다. 자, 이제 비트코인 이야기를 할 수 있다.
합의 알고리즘: 작업증명(PoW, Proof of Work)
인터넷 세상의 사용자들은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한다. 이렇게 서로 믿음이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합의에 이를 수 있을까? 비잔틴 노드(불량 참여자 또는 방해꾼)에게는 채찍을, 이성적 참여자를 포함한 정직한 노드에게는 당근을 주는 방식이 네트워크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올바른 합의를 이루는 방법이 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 원칙을 이용해 인류 최초로 인터넷(가상세계)에서 효과적인 합의를 구현한 것이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이다.
그럼, 비트코인이라는 나라에서 적용한 당근과 채찍을 주는 방식은 무엇일까? 이들의 종류를 '합의 알고리즘'이라고 부르는데, 비트코인에서는 작업증명을 사용한다. 대표적인 방법은 작업증명(PoW, Proof of Work)과 지분증명(PoS, Proof of Stake)이고, 이 중에서 우선 작업증명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 [도표] 합의 알고리즘의 다양한 종류 — PoW(작업증명)·PoS(지분증명)·DPoS(위임 지분증명)·LPoS(리스 지분증명)·PoH(경과 시간증명)·PoET·PBFT(프랙티컬 비잔틴 장애 허용)·DBFT(위임 비잔틴 장애 허용)·PoB(소각증명)·PoC(용량증명)·PoI(중요도증명)·PoA(활동증명)·DAG(방향성 비순환 그래프) 등
작업증명은 말 그대로 '작업을 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방식이다. '시간을 쓴다는 것의 의미' 편에서 시간과 돈을 쓴다는 것은 의미 있는 에너지를 쓰는 것이라고 밝혔다. 채굴이라는, 말 그대로 곡괭이를 가지고 땅을 파는 행동을 통해 작업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해시값'이라는 이름을 가진 구역의 땅을 파서 '논스'라는 광물을 캐내는 것이다. 이 광물을 캐고 '심봤다~'를 외치면 시간이 지난 후 비트코인을 얻게 된다.
결국 작업을 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시간과 돈을 써야 하고, 이것은 의미 있는 에너지를 쓰는 것이다. 비잔틴 노드에게는 이런 에너지를 쓰면서까지 네트워크를 방해하는 것이 큰 손실이 되게끔 채찍 역할을 한다.
현재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방해하는 비잔틴 노드가 되려면 얼마만큼의 에너지가 필요할까? 1년에 최소 약 50테라와트시(TWh) 이상의 전력을 소비해야 한다(2021년 11월까지 캠브리지 비트코인 전력소비지수인 CBECI 기준, 51%). 이것은 우리나라 1년 전체 전력 소비량의 10% 정도 되고, 루마니아 전체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시스템(채굴장비와 시설)을 갖추는 데 필요한 비용은 계산하지도 않았다. 거의 현실세계 국가를 하나 사야 하는 수준이다. 이렇게까지 해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은 거의 없기 때문에, 비잔틴 노드가 되기를 스스로(?) 포기하게 된다.
그렇다면 정직한 노드가 작업을 증명하면 얻을 수 있는 당근은 뭘까? 비트코인 나라에서는 비트코인(BTC)을, 도지코인 나라에서는 도지(DOGE)를 준다.
풉! 처음엔 사람들이 모두 웃었다. 하지만 지금은 발전소를 사면서까지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조선시대로 돌아가서 누군가에게 곡괭이질을 도와주면 "신사임당이 그려진 종이 한 상자를 주겠다"고 했다면 어땠을까? 모두가 비웃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서로가 앞다투어 하겠다고 할 것이다. 신뢰가 생겼기 때문이다. 사토시 나카모토의 대단한 점은 바로 이 신뢰를 꿰뚫어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여전히 이 시스템을 믿지 않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증기기관이 처음 나왔을 때도, 컴퓨터가 처음 나왔을 때도, 인터넷이 처음 나왔을 때도 반대하고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항상 많았다. 지금은 비트코인이 세상에 나온 지 13년이 넘었고 큰 문제없이 잘 작동하고 있다.
비트코인이라는 나라는 어떤 시스템을 가지고, 그 나라의 국민들(노드들)에게 내 것이 지켜질 것이라는 믿음을 주고 있는 걸까? 비트코인 시스템이 내 것이 지켜질 것이라는 믿음을 어떻게 주고 있는지를 이해해야 우리가 믿고 투자할 수 있을 테니, 블록체인의 기본원리를 이해해 보자.
해시함수
비트코인 블록체인은 해시함수(Hash function)를 무지하게 사용한다. 해시함수를 이용하면 정보의 위변조를 순식간에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도표] 해시함수 — (입력값) 홍길동·서울 송파구 잠실동·40세·180cm·5월 16일 → 해시함수(깔때기) → (해시값) 5645
해시함수의 정의는 임의의 길이의 데이터를 고정된 길이의 데이터로 출력하는 함수이다. 해시함수를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비유는 '깔때기'이다. 어떤 사람의 정보를 입력하면 그 사람의 전화번호 뒷자리를 출력하는 깔때기가 있다고 가정해 보겠다. 이 깔때기에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살고, 나이가 40세이며, 키가 180cm이고, 생일이 5월 16일인 홍길동 씨의 정보를 넣으면 전화번호 뒷자리를 출력하게 된다. 여기서 홍길동, 40세, 180cm… 등은 입력값이고, 해시함수를 통해 출력된 '5645'는 해시값이다.
깔때기의 비유를 이용해 알 수 있는 해시함수의 중요한 특징 4가지는 다음과 같다.
- 해시함수의 결과값(해시값)은 입력정보의 양과 상관없이 고정된 길이를 갖는다.
- 주어진 입력값으로 해시값을 구하는 것은 빠르고 쉽다.
- 주어진 해시값으로 입력값을 유추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 입력값이 조금이라도 바뀌면 전혀 다른 해시값을 출력한다.
전세계에 전화번호 뒷자리가 5645인 사람은 무수히 많을 것이다. 해시값 5645만 가지고 홍길동 씨의 정보를 유추하기는 매우 어렵다. 또한 입력되는 정보가 조금이라도 바뀐다면 전혀 다른 전화번호를 출력할 것이다.
이런 해시함수의 특징은 비트코인의 작업증명에서 매우 유용하게 사용된다. 비트코인의 해시함수는 SHA-256(Secure Hash Algorithm)이라고 불리며, 입력값을 256bit로 바꾸어 주는 함수이다. 256bit는 2진수 256자리를 뜻하지만, SHA-256의 해시값은 주로 16진수 64자리로 출력된다. 예를 들어 '스페이스봄'을 입력값으로 넣으면 SHA-256은 다음과 같은 해시값을 출력한다(SHA-256 암호화로 검색하면 해시값으로 출력하는 사이트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입력값: 스페이스봄 출력값: C5F2C0C167C8F6DD64DE268A757BC1CB1969D41196F621DA27BCBF03BFFF53C0
위 해시함수의 특징을 다시 한번 살펴보면,
- 입력값으로 어떤 값을 넣더라도(심지어 이 글 전체를 넣는다 해도) 해시값은 16진수 64자리가 출력된다.
- 입력값을 넣으면 순식간에 해시값을 얻을 수 있다.
- 하지만 해시값을 가지고 입력값을 알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 마지막으로 입력값을 조금만 변화시키더라도(심지어 점 하나가 바뀌어도) 해시값은 전혀 다른 값을 출력한다.
입력값: 슾ㅔ이스봄 출력값: 97488D0CD26B1DB2099988CD7A9711742F4F53D2EADBC6BC7289C3ECE64EB2C4
비트코인의 블록 구조
블록체인은 말 그대로 블록이 체인으로 연결된 것이다.
🖼 [도표] 비트코인 블록의 구조 — 블록(0xaf231d49) ─ 블록(0xyf139c55) ─ 블록(0xxt148a33)이 체인으로 연결
여기서 블록이란 정보의 저장 단위를 말한다. 비트코인의 경우는 블록의 크기가 1MB이며, 이 안에 약 3,000개 정도의 거래정보를 담을 수 있다. 블록을 연결하는 체인은 인접 블록 간의 해시값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트코인의 블록은 모두에게 공개되어 있고, 그 안에 담기는 거래정보도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이 글을 작성하는 순간, 가장 최근 블록은 715,995번째 블록이다. 2009년 1월 사토시 나카모토가 첫 번째 블록을 만든 후 약 13년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평균 10분에 한 블록씩 만들어지고 있다. 현재 715,995번째 블록에는 2,257개의 거래정보가 담긴 것을 알 수 있고, 이 블록을 완성하기 위해 찾아낸 논스(Nonce)는 587,301,487임을 알 수 있다(이 논스가 채굴자가 원하는 광물, 즉 목표이다).
🖼 [도표] 비트코인 블록의 구조(단순화) — 헤더(이전 블록 해시값 / 거래정보 해시값 / 논스 Nonce) + 바디(거래정보들)
실제 블록구조는 복잡하니 단순화해 보겠다. 블록은 크게 헤더와 바디로 나눌 수 있다. 블록바디에는 네트워크상에 떠돌아다니는 수많은 거래정보들이 담겨 있고, 블록헤더에는 블록을 설명하는 각종 정보가 들어 있다. 블록헤더에 있는 정보들 중에서 우리가 주목해서 보아야 하는 것은 이전블록 해시값, 거래정보 해시값(Merkle hash), 그리고 논스(Nonce, 임시값)이다.
거래정보들을 모아 해시함수에 넣으면 '거래정보 해시값'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을 하는 이유는 거래정보에 위변조가 없음을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해시함수의 두 번째 특징인 '입력값으로 해시값을 구하는 것은 빠르고 쉽다'는 것을 이용해 단번에 거래정보의 위변조를 판단할 수 있다. 만약 검사 시 해시값이 다르게 나온다면 어딘가 분명 위변조된 것이다.
'이전 블록 해시값'은 블록을 체인으로 연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각 블록은 이전 블록 해시값으로 연결되어 있다. 즉, 이전 블록의 헤더 정보를 이용해 해시값을 구하고, 이것을 다음 블록에 기록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현재의 블록이 과거부터 이어져온 역사의 연결선상에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이다. 앞에서 작업증명을 비유할 때, '해시값'이 있는 구역의 땅을 파서 '논스'라는 광물을 캐고 "심봤다!"를 외치는 것이라 했는데, 이 해시값 중 하나가 이전 블록 해시값이 된다.
'논스(Nonce, 임시값)'는 작업증명을 하는 채굴자가 찾고자 하는 목표이다. 한 블록이 있을 때, 이 블록의 해시값은 헤더의 정보를 이용해서 구할 수 있다. 즉, 헤더의 해시값에 논스를 붙이고 해시함수를 두 번 적용하면 이 블록의 해시값이 된다.
🖼 [도표] 논스와 블록의 해시값 — 블록헤더의 해시값 + 논스 → SHA-256 해시함수 두 번 → 이 블록의 해시값
여기까지 읽은 분들은 다음 질문이 떠오를 것이다. "분명히 작업증명은 이 논스를 구하는 것이 목표라 했는데, 정해지지도 않은 논스를 넣어서 블록의 해시값을 구한다고요?" 그렇다. 이 부분에서 작업증명의 곡괭이질이 시작된다.
곡괭이질 — 채굴
비트코인의 채굴은 다시 말하면, '해시값이 있는 구역의 땅을 파서 논스를 구하고 심봤다를 외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해시값'은 현재 블록의 해시값을 말한다. 즉, 아직 논스를 구하지 못한, 채굴되지 않은 블록의 해시값이다.
비트코인의 자체 시스템이 난이도를 결정하고, 결정된 난이도에 맞게 해시값의 범위(구역)를 제시한다. 채굴자들은 이 해시값의 구역이 정해지면 앞다투어 곡괭이질을 시작한다. 그리고 운 좋게 논스라는 광물을 구하면 가장 먼저 '심봤다~'를 외쳐야 하고, 일정시간이 지나 이 작업이 문제없음이 확인되면, 이 채굴자에게 비트코인(BTC)이라는 보상이 주어지는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SHA-256 함수의 해시값은 16진수 64자리이다. 즉, 2진수 256자리로 이 해시값을 정확히 만족하는 입력값을 찾기 위해서는 2의 256승 번의 연산을 각오해야 한다. 일일이 입력값을 변화시키면서 해시값을 찾아야 한다. 2021년 12월 현재 전세계에 있는 비트코인 채굴기들의 총연산속도는 약 178MTH/s이다. 상상할 수 있는 수의 범위를 벗어난 어마어마한 연산속도이지만, 2의 256승 개의 입력값을 넣기 위해서는 시간이 우주나이인 137억 년의 1.5×10³⁹배만큼이나 걸린다. 그럼, 비트코인은 어떻게 평균 10분마다 한 번씩 블록이 만들어지는 것일까?
난이도 조정
비트코인 시스템은 매 2주마다 난이도를 조정한다. 2주는 20,160분이므로 2,016개의 블록이 생성되는 시간을 측정해서 2주보다 빨리 만들어졌으면 난이도를 올리고, 2주보다 늦게 만들어졌으면 난이도를 낮춘다. 난이도를 조정하는 구체적 방법은 해시값의 범위(구역)를 조정하는 것이다. 해시값의 맨 앞부터 오는 0의 개수를 조절한다. 실제 비트코인의 블록을 보면 이전 블록 해시값의 앞에 여러 개의 '0'이 오는 것을 볼 수 있다. 715,995번째 블록은 19개이다. 비트코인 시스템은 앞에 일정한 개수의 '0'을 가진 해시값의 범위를 제시하고, 이것만 만족한다면 뒤에는 어떤 수가 오더라도 작업증명에 성공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렇게 되면 채굴자들은 입력해야 하는 경우의 수를 엄청나게 줄일 수 있다.
🖼 [도표] 비트코인 시스템의 난이도 조절 — 해시값 앞에 19개의 '0'
구체적으로 채굴자들이 하는 일은 현재 블록의 헤더값(이미 정해진 값)에 논스를 붙이고, 해시함수를 두 번 돌리는 것이다. 이때 나온 해시값이 시스템에서 정한 난이도에 맞는 해시값, 즉 앞에 0이 19개 붙은 값인지 확인한다. 운 좋게 맞았다면 그때 논스가 목표하는 광물이 되고 증명에 성공한 것이지만, 틀렸다면 다시 논스를 바꾸어 해시함수에 대입해야 한다. 이 단순한 작업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이다. 이렇게 운 좋게 논스를 구했다면 이제 꿈에 그리던 비트코인을 받을 수 있을까? 아니다. 한 가지 과정이 더 남았다. 바로 논스를 구하는 순간, 가장 먼저 '심봤다~'를 외쳐야 한다.
블록체인과 채굴: 이중지불의 해결
전세계 인터넷 네트워크는 정보전달 속도가 매우 빠르긴 하지만, 지구 끝에서 끝까지 정보가 온전히 전달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로 시간 지연이 발생한다. 내가 아무리 그 힘들다는 작업을 마치고 블록을 만들었다고 해도, 지구 반대편에서는 아직 내가 블록을 만들었는지 모를 수도 있다. 따라서 지구 반대편에서 동시에 누군가가 블록을 완성했을 수 있다.
그럼, 누구에게 보상을 주어야 할까? 둘 모두에게 준다면 비트코인은 더 이상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왜냐하면 서로 다른 거래정보가 동시에 채택되는 일이 벌어진다면, 한 자산의 소유자가 여러 명이 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이중지불 문제'라고 한다. 비트코인 이전에는 이것을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가상세계 또는 인터넷 세상에서 자산이 형성되기 어려웠다.
이중지불 문제의 해결
전세계에는 수없이 많은 채굴 노드들이 있다. 현재 n번째 블록까지 완성되었다고 가정하겠다. 그럼, 모든 채굴 노드는 n번째 블록까지 장부를 분산해서 저장하고 있다. 이때 누군가가 다음 블록의 논스값을 찾았고 '심봤다~'를 외친다. 이제 n+1번째 블록이 만들어졌다.
그럼, 주변 노드들은 이 논스값이 맞는지 검증한다. 검증은 순식간에 할 수 있다. 해시함수의 두 번째 특징, 즉 주어진 입력값으로 해시값을 구하는 것은 빠르고 쉽기 때문이다. 만약 논스값이 맞다면, 주변 노드들은 당연히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을 택한다. 그 즉시 주변에 n+1번째 블록이 만들어졌음을 알리고, 서둘러 n+2번째 블록을 만들기 위해서 다음 구역으로 이동한다. 이 연쇄적인 전파는 매우 빠르게 일어난다.
하지만 만약 n+1번째 블록이 만들어졌는지 모르는 지역에서 누군가가 다른 논스값을 찾고 '심봤다~'를 외쳤다고 해 보자. 이제 n+1번째 블록은 A와 B의 두 갈래로 나뉘게 된다. 이것을 '블록의 분기'라고 하며, 비트코인 시스템에서는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보통은 2, 3개의 분기가 일어나며,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 최대 6, 7개 정도의 분기가 일어나는 일도 있다.
🖼 [도표] 블록의 분기 발생 — n+1에서 A·B 두 갈래로 분기
분기의 해소 — 에너지를 더 많이 쓴 쪽으로
비트코인은 철저하게 채굴자들의 이기심을 이용한다. 채굴노드에게 에너지를 쏟아부어 논스값을 찾게 만들고, 논스를 찾으면 최대한 빠르게 전파하도록 하며, 만약 논스를 늦게 찾거나 전파가 느리다면 철저하게 무시해 버린다. 따라서 위에서 분기된 블록들은 '최대한 에너지를 많이 쓴 쪽'에 모든 보상을 몰아주고 나머지는 무시한다. 다시 말하면, 가장 긴 블록만이 살아남고 나머지 분기는 버려진다.
위 예로 다시 돌아와서 A와 B로 분기가 일어난 이후, A 영역에서 다시 새로운 블록을 완성했다고 가정해 보겠다. 이것은 누군가가 A의 해시값을 가지고 논스를 구했다는 이야기이고, A 뒤에 n+2번째 블록을 연결할 것이다.
만약 B 라인을 타고 B 블록의 해시를 이용해 열심히 논스를 캐고 있던 세계 최대 채굴기 생산업체 비트메인(Bitmain), 그리고 이방(Ebang) 입장에서 n+2번째 블록이 완성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고 하자. 이때 비트메인과 이방은 블록이 A와 B로 분기되었고, A 블록에서 벌써 다음 블록이 생성되었음을 알아차린다. 비트코인 시스템은 가장 긴 블록 외에는 모두 버려진다. 이 경우 비트메인과 이방은 지금까지 했던 것을 즉시 버리고, A 라인으로 옮겨가 n+3 블록을 계산해야 한다. 왜냐하면 계속 B 라인에 있다가는 모두 헛수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진행되다 보면, 비트코인의 블록체인은 한 줄로만 계속 연결될 것이다. 이것을 정격체인(Canonical chain) 또는 주류 체인(Main chain)이라고 한다.
🖼 [도표] 비트코인의 블록체인(정격체인) — 최초 블록 B0에서 Bn까지 한 줄로 연결, 분기(Bn+1′)는 버려진다
자, 이제 논스를 구해서 블록을 완성했고, 제일 먼저 '심봤다~'를 외쳐서 전세계 채굴 노드들에게 작업증명을 인증받았다면 드디어 비트코인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채굴로 받은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는 시기는 하루 정도 더 지나야 한다. 분기가 안정적으로 해소된 것을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 정확히는 작업증명 이후 100블록이 더 만들어진 후(약 1,000분, 17시간 정도 후)에 채굴 보상으로 받은 비트코인의 사용이 허가된다.
지금까지 비트코인 채굴과정을 살펴보았다. 좀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알고 보면 누구도 믿지 못하는 인터넷 가상세계에서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한 기술적인 문제해결 과정이다. 결국 이런 복잡한 과정을 통해 얻는 것은 '믿음'이다. 이것을 인류 최초로 해낸 사람(또는 그룹)이 사토시 나카모토이다.
다소 복잡해 보이는 비트코인 채굴과정을 이렇게 설명한 이유는 비트코인 또는 가상세계가 얼토당토않은 세계는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이다. 앞서 2장의 '가치의 층위' 편에서 설명했듯이, 최소한 이 세계는 '믿음'의 가치 정도는 기본에 두고 있다. 이곳에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그 가치는 더 커질 것이고, 이 세계에서 돈과 시간을 쓰는 사람, 즉 의미 있는 에너지를 쓰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내재가치가 늘어날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이 이 세계에 관심을 가지고 심도 있는 공부를 통해 믿음을 키우고 있으며 시간과 돈을 점점 더 투입하고 있다.
[가격평가] 비트코인
2장에서 설명한 내재가치 측정 원리와 누적 명목 현금흐름을 이용해서 비트코인의 가격을 평가해 보자.
들어오는 물의 양에 집중하는 이유
비트코인은 댐과 저수지로 이루어진 거대한 시스템이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최초로 댐을 만들었고 그 안으로 물이 차오르고 있다. 비트코인을 개발한 사람들의 시간과 돈, 비트코인 시스템의 유지에 기여하는 사람들의 시간과 돈, 비트코인 시스템을 사용하고 수수료를 지불하는 사람들의 시간과 돈 등으로 물이 차오르고 있는 것이다.
비트코인을 자산 또는 화폐로 볼 수 있느냐 등 많은 논란이 있지만, 어쨌든 많은 사람들의 돈과 시간이 저수지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이미 우리 인류에게 벌어진 하나의 현상이고, 애써 부정한다고 해서 이 현상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2009년 첫 번째 블록이 만들어진 이후부터 지금까지 비트코인 블록체인은 안정적으로 연결되고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발전소를 구매하면서까지 BTC 채굴에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다.
앞에서 설명한 자산의 내재가치 측정 원리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저수지에는 많은 물(사람들의 시간과 돈)이 흘러 들어오면서 물의 양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의 내재가치를 측정하려면 이 '들어오는 물'에 집중해야 한다. 현재 댐 밖으로 나오는 물이 뚜렷하게 없고, 댐 안의 물의 높이를 키우는 것은 저수지로 유입되고 있는 물의 양이기 때문이다.
🖼 [도표] 댐과 저수지 모형 — 들어가는 물의 양 / 저량(전체 물의 양) / 나가는 물의 양 / 댐
채굴력에 주목하는 이유
우리가 들어오는 모든 물의 양을 측정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하지만 100%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물의 양의 변화를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하기 위해 숫자로 표시할 수 있는 통계자료를 찾아보아야 한다.
비트코인 저수지로 들어오는 물에 대한 통계자료를 제공하는 곳은 여러 군데 있지만, 우리가 이용하는 곳은 Blockchain.com이다. 관련된 수많은 통계자료 중에서 우리가 주목한 것은 비트코인의 총 해시레이트(Total hashrate, 시간당 해시 연산능력)이다.
블록체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블록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해시 함수를 가장 빨리 푸는 사람은 블록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되고, 그 대가로 코인인 BTC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시간당 해시 함수를 푸는 속도를 높이는 이른바 해시 경쟁이 일어나게 되고, 채굴자들은 더 빠른 장비와 더 많은 장비를 이용하려 노력한다.
🖼 [도표] 비트코인의 총 해시레이트(시간당 해시 연산능력) 추이, 2009~2022년 (TH/s는 초당 계산할 수 있는 테라 해시 속도). 출처: Blockchain.com
즉, 총 해시레이트는 비트코인으로 들어오는 에너지를 보여줄 수 있다. 해시레이트가 증가한다면 비트코인에 시간과 돈을 쏟아붓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의미이고, 해시레이트가 줄어든다면 비트코인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줄어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해시레이트를 누적하면, 현재 비트코인 저수지에 있는 물의 양을 짐작해 볼 수 있다.
BTC 가격 평가하기
다음 그림은 2009년부터 현재까지 비트코인의 해시레이트를 누적한 결과이다. 누적값을 예측할 수 있는 적정한 함수를 찾았고, 결정계수가 0.9979로 높은 예측도를 보여주고 있다.
🖼 [도표] 비트코인의 누적 해시레이트와 추세선, 2009~2022년, R²=0.9979. 출처: Blockchain.com
이제 물의 높이와 비교해 보자. 비트코인 저수지에 있는 물의 양은 비트코인 전체의 가치라고 할 수 있다. 다행인 것은 물의 높이는 댐의 높이와 마찬가지로 화폐의 단위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음 그림은 미국 달러(USD)로 측정된 BTC의 시가총액(Market Cap, 댐의 높이)이다. 여기서 댐의 높이는 BTC의 가격이 아니라 시가총액을 사용해야 한다. 왜냐하면 BTC는 발행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 [도표] 비트코인(BTC)의 시가총액 추이, 2009~2022년. 출처: Blockchain.com
이제 비트코인의 누적 해시레이트와 시가총액 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결정계수가 0.85224로 상관관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 [도표] 비트코인(BTC)의 누적 해시레이트와 시가총액의 상관관계, R²=0.85224. 출처: Blockchain.com
비트코인(BTC)의 누적 해시레이트와 시가총액의 상관도를 이용해 BTC 시가총액의 추세선을 그리면 다음과 같다. 여기서 진한 별색선이 BTC의 시가총액인데 이는 댐의 높이를 보여주며, 옅은 별색선과 검정색 추세선은 우리가 예측하는 물의 높이를 보여준다.
🖼 [도표] 비트코인(BTC) 시가총액의 추세선, 2009~2022년 — 시가총액 vs 시가총액 추세선. 출처: Blockchain.com
BTC의 시가총액을 발행량으로 나누어 주면, BTC 가격의 추세선을 볼 수 있다. BTC의 시가총액(댐의 높이)을 발행량으로 나눈 것은 BTC 1개의 가격이 될 것이고, BTC의 가치(물의 높이)를 발행량으로 나누면 BTC 1개의 가치값이 될 것이다. 가격과 가치값의 차이를 '버블'이라고 한다면, BTC의 버블은 다음 그림과 같다.
🖼 [도표] 비트코인(BTC) 가격의 버블 평가, 2009~2022년 — 가격의 버블 정도
2022년 8월 현재 BTC의 가격은 추세선 대비 저평가 구간으로 보인다. 가격의 증가를 반영한 버블을 보기 위해서는 버블을 가치값으로 나누어 주면 된다. 즉, 버블의 가격 대비 비율을 보는 것이다. 이것을 버블%라고 정의한다면, 다음 그림과 같다. 이렇게 하면 2017년 말 암호화폐 시장의 광기가 얼마나 심했는지를 볼 수 있다. 그에 비하면 현재는 비트코인 가격이 비교적 안정되어 보이기까지 한다.
🖼 [도표] 비트코인(BTC) 버블 정도(버블%), 2009~2022년
이와 같이 비트코인의 내재가치는 비트코인으로 '들어오는 에너지의 흐름'으로 평가할 수 있다. 자산의 내재가치를 잘 반영할 수 있는 '들어오는 물'을 선택하고, 이를 이용해 물의 높이를 예측해 보는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것은 비트코인의 정확한 가치를 측정하려는 시도가 아니다. 투자자는 시장에서 제시하는 가격(댐의 높이)이 적정한지를 평가하기 위해, 댐으로 가려진 물의 양을 어떻게든지 예측해야 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시도는 그런 노력의 일환일 뿐이다. 다행인 것은 이런 시도가 지속될수록 좀더 현명한 투자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더리움의 지분증명(PoS)
이더리움은 가상세계에서 비트코인 다음으로 활성화되어 있는 신뢰 시스템이다. 이더리움도 앞서 설명한 비트코인과 같은 종류의 합의 알고리즘인 작업증명(PoW) 방식을 사용했지만 최근 지분증명(PoS)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는 마치 헌법을 바꾸어 국가 시스템을 전환하는 것과 같다.
이더리움의 고민
이더리움의 고민은 확장성이다. 현재 이더리움 생태계에 수많은 디앱(DApp, 탈중앙화 분산 앱)들이 만들어졌고, 특히 탈중앙화 금융(DeFi)과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의 수요가 급증했다. 따라서 많은 트랜젝션(거래)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약 12초의 블록 생성 시간은 이들을 처리하기에 매우 느리고 부족한 상황이다. 게다가 거래를 하기 위한 경쟁자가 많아지면서 거래 수수료가 치솟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따라서 이더리움은 느리고 확장성이 낮은 작업증명 방식에서 확장성이 높은 지분증명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더리움의 지분증명
블록체인의 합의 알고리즘은 매우 다양하다. 이 중에서 PoS는 Proof of Stake의 약자로 '지분증명'이라 불리며, 해당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지분율에 비례하여 의사결정 권한을 주는 방식이다. 마치 현실세계의 주주총회 같은 개념이다. 조금 다른 점은 블록을 생성할 사람(노드)을 매번 지분비율에 따른 확률로 한 명씩 정한다는 점이다. 쉽게 말하면, 매 블록마다 블록을 승인할 반장을 뽑는데, 이 반장이 될 확률이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의 양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지분증명 채굴방식의 장점은 암호화폐 보유량만 많다면 일반 PC 정도의 장비로도 충분히 채굴이 가능하고, 작업증명 방식에 비해 전력 소모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이더리움 재단에서 말하는 친환경의 의미이다). 또한 복잡한 연산을 하지 않기 때문에 블록 생성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다. 에너지 소모가 적어 각 거래에 지불해야 할 비용(수수료)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암호화폐 보유량이 많을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결국 부익부 빈익빈으로 소수의 사람들에게 암호화폐가 집중될 수 있으며, 지분량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주소가 공개되어야 하기 때문에 대량 보유자의 경우 해커에 의한 자금 도난 위험이 존재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단순히 지분증명 방식만으로는 이더리움의 확장성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탈중앙화와 보안성을 지키면서 확장성도 가지는 완벽한 블록체인은 없다. 이것을 '블록체인 트릴레마(Trilemma)'라고 한다. 즉, 확장성을 늘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탈중앙화와 보안성이 약해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더리움도 확장성을 위해서는 탈중앙화나 보안성 중 어느 하나에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 [도표] 블록체인 트릴레마 — 탈중앙화 / 보안성 / 확장성 (셋을 동시에 만족 불가)
작업증명이든 지분증명이든 모두 블록체인의 합의 알고리즘이다. 작업증명 방식이 채굴을 위해 전기 에너지를 써서 자신이 정직한 노드임을 증명했다면, 지분증명 방식은 보유한 자산을 근거로 자신이 이 시스템에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더리움 재단의 생각은 작업증명 방식이 확장성에 한계가 있고 환경에도 친화적이지 않으니 지분증명 방식으로 변경하겠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이더리움이 처음 출시될 때부터 진행되어 왔던 것으로, 이더리움의 로드맵 4단계 중 마지막 세레니티에 포함된 내용이다.
1단계 프론티어(Frontier): 이더리움의 시작, 작업증명 방식 2단계 홈스테드(Homestead): 디앱의 시작 3단계 메트로폴리스(Metropolis): 지분증명 방식 준비(비잔티움, 콘스탄티노플, 이스탄불 하드포크) 4단계 세레니티(Serenity): 이더리움의 최종 단계(이더 2.0), 완전한 지분증명 방식으로의 전환
이더 2.0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뷰테린은 2020년 한국 이더리움 콘퍼런스에서 이더(ETH) 2.0에 대한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이더리움의 가장 큰 고민은 확장성인데, 효율적이고 보안이 튼튼하며 환경에 친화적(?)인 지분증명 방식으로의 전환을 통해 일반 PC, 모바일기기, 사물인터넷(IoT) 디바이스에서도 채굴이 가능한 이더 2.0을 2022년까지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2020년 12월 지분증명 기반인 비콘체인(Beacon chain)이 도입된 후 작업증명 기반인 메인체인(Main chain)과 함께 운영되고 있었다. 메인체인(작업증명)과 비콘체인(지분증명)이 아직 병합되기 전에는 작업증명 방식의 채굴이 가능했었지만, 2022년 9월 두 체인이 병합됨으로써 이더리움의 작업증명 방식의 채굴은 멈추게 되었다.
투자는 자산을 늘리는 모든 행위이고, '이것이 자산인가?'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해야 한다. 자산은 시간 및 돈 에너지가 충분히 모인 것이다. 이더리움 시스템에 참여하고 이 시스템을 활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이더리움에 투입되는 에너지(시간 및 돈 에너지)는 커질 것이고, 이는 이더리움이 점점 더 가치 있는 자산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더리움이 자산이라면, 이더리움 내에서 사용되는 이더(ETH)가 핵심 화폐로서의 기능을 할 것이고, 이더 또한 자산이 된다.
작업증명은 사라질까?
작업증명 방식은 영원히 사라지는 것일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앞으로 작업증명 방식이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블록체인의 트릴레마 때문이다.
최근 블록체인에서 확장성이 대두되고 있고 수많은 거래를 빠르고 저렴하게 처리하는 것이 최고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탈중앙화, 보안성, 확장성을 모두 갖춘 블록체인은 없으므로, 이는 필연적으로 보안성이나 탈중앙화 중에서 한 가지 이상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비트코인에서 보는 것처럼, 작업증명 방식은 확장성은 부족하지만 높은 보안성과 탈중앙화를 이룰 수 있는 합의 알고리즘이다. 앞으로 가상세계가 커지면서 수많은 블록체인이 만들어질 것이고, 작업증명 방식을 사용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도 높은 보안성과 안정적인 탈중앙화로 이 세계의 한 국가로 남아 있을 것이다.
[가격평가] 이더리움
관심가치를 가장 먼저 보는 이유
이더리움의 가격평가를 위해 먼저 관심의 가치를 살펴보자. 앞에서 가치는 정도에 따라 층위가 있고, 가치를 결정하는 밀도는 핵심으로 갈수록 더 높다고 했다. 관심가치를 측정할 때는 주로 구글 트렌드를 사용한다. 가장 간편하기도 하고, 장기 시계열을 엑셀 파일로 다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구글 트렌드는 검색하는 사람의 '관심'만 측정할 수 있다. 그래서 관심은 있지만 검색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나, 실제 그 자산에 투자하는 것에 관심이 없어도 검색을 하는 사람들은 오차가 된다. 따라서 검색어를 선별하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가 사용한 검색어는 'Ethereum Price'이다.
이더리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2021년 상반기까지 급격히 상승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이후로는 관심도가 많이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사실 구글 트렌드의 결과가 마치 암호자산의 가격에 선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을 근거로 투자에 나서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우리가 구글 트렌드를 이용해서 관심의 가치 수준을 살펴보는 이유는 사람들의 관심이 많은, 이른바 '핫한' 자산은 이미 가격이 관심의 크기만큼 올라버려서 내재가치 또는 핵심가치 대비 비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라면 우리는 투자를 포기하고 다른 자산으로 넘어간다.
🖼 [도표] 구글 트렌드에 나타난 이더리움의 관심가치와 시가총액 비교, 2015~2022년 — 관심가치(글로벌 트렌드, 우축) vs 시가총액(좌축). 출처: 구글 트렌드, 이더스캔
관심 다음의 층위에 있는 가치들로는 '믿음'과 '욕심'이 있다. 미래에 암호자산이 변하지 않고 가상세계에서 중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믿음'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가치를 가질 것이고, 여기에 그것을 갖고 싶은 '욕심'까지 일으킨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자산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믿음과 욕심의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다. 희망적인 것은 앞으로 인공지능(AI)의 발달이 이 과정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는 점이다.
이더리움의 가격 평가
다음 층위의 가치는 '시간'과 '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가치이다. 만약 현금흐름이 나오는 자산이라면 현금흐름이 시간과 돈의 가치를 대변해 주기 때문에, 이 현금흐름을 누적하면 그 자산의 내재가치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더리움에는 이런 현금흐름과 같은 지표, 즉 시간과 돈을 쓰는 사람들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지표가 있다. 바로 가스비(Gas, 이더리움에서 송금 또는 스마트 계약의 수수료)이다. 이더리움은 암호화폐이자 암호자산임과 동시에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우리는 이것을 국가에 비유한다. 무한한 공간이 있고, 이 공간에 사람들이 모여 이더를 거래하고 거래비용을 지불한다. 가스비는 마치 세금과 같다. 이더리움을 국가에 비유하는 이유는 여기에 다른 토큰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국가에 세워진 기업들과 같은 것이다). 달러와 거의 같은 가치를 가지는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해서 탈중앙화 금융인 디파이(DeFi), 가상세계의 등기부등본이 될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그리고 게임까지 다양한 디앱(탈중앙화 분산 앱)들이 이 이더리움 플랫폼 위에 얹어지고 있다. 이 기업들은 영업을 하고 국가 시스템을 사용한 대가로 가스비를 지불한다. 즉, 가스비는 이더리움을 사용하고 관리하는 사람들이 시간과 돈을 사용하게 하는 매개체가 된다.
🖼 [도표] 이더리움의 가스비 추이, 2015~2022년. 출처: etherscan.io
이더리움의 가스비에 대한 시계열을 누적하면 유의미한 결과를 얻게 된다. 다른 자산들과 마찬가지로, 이더리움의 가스비를 현금흐름처럼 누적해 추세선을 만들 수 있다. 결정계수가 0.9980으로서 적합한 모델로 보인다(이더리움에 대한 모든 시계열 자료는 etherscan.io/charts 에서 얻을 수 있다).
🖼 [도표] 이더리움의 누적 가스비 추세선, 2015~2024년, R²=0.9980. 출처: etherscan.io
🖼 [도표] 이더리움의 누적 가스비 추세선과 시가총액 비교 / 이더리움 가격과 가치 추세선(가스비) / 이더리움 가격의 누적 가스비 대비 버블 정도, 2015~2023년. 출처: etherscan.io
이더리움 시가총액을 발행량 시계열로 나누면 가격을 구할 수 있고, 이더리움의 가격과 가치 추세선과의 차이를 이용해 버블 정도를 알 수 있다. 2022년 9월 현재 이더의 가격은 누적 가스비 대비 저평가 구간에 있다. 가상세계의 성장과 이더리움이라는 자산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이더를 조금씩 모아가면서 현금흐름을 일으키며 보유해 보는 투자방법을 적용해 보기 좋은 시점일 수 있다.
디파이: 가상세계의 투자세계
2020년 암호화폐 시장을 뜨겁게 달군 단어는 디파이(DeFi)다. 디파이는 Decentralized Finance의 약자로 '탈중앙화 금융'을 말하며 가상세계의 금융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주로 블록체인이 관여하며, 중앙화된 기관 또는 국가 없이 내 소유와 거래가 지켜질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금융거래가 이루어진다.
디파이와 반대되는 개념은 씨파이(CeFi)다. 씨파이는 Centralized Finance의 약자로 '중앙집중식 금융'을 말하며, 이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현실세계의 은행, 거래소, 증권사, 보험사, 카드사, 등기소 등과 같이 중앙화된 기관 또는 국가에서 일어나는 금융을 의미한다.
우리 부부도 2017년부터 암호화폐에 대해 관심을 가졌지만, 2020년 디파이가 활성화되기 이전까지는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았다. 디파이 이전에는 암호화폐를 사고팔아서 생기는 시세차익 현금흐름만 가능했기 때문에 조금씩 모아갈 뿐이었다. 하지만 디파이가 활성화되면서 암호화폐를 보유하는 동안 현금흐름을 만드는 방법들이 다양해졌다.
2022년 현재 디파이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디파이를 지원하던 일부 프로토콜이 유동성 문제로 지급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시장의 의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실세계의 금융 시스템도 처음부터 완벽하게 작동하지는 않았다. 현실세계의 금융 시스템이 지급불능 사태, 뱅크런, 파산 등 다양한 금융사고를 겪으면서 진화해 왔듯이, 가상세계의 금융인 디파이 또한 그럴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 [도표] 디파이(탈중앙화 금융)와 씨파이(중앙집중식 금융) — 가상세계(이더리움·카르다노·솔라나·비트코인·폴리곤)=DeFi / 반가상세계(업비트·바이낸스 거래소, 핀테크) / 현실세계(한국·중국·일본·미국·캐나다)=CeFi
반가상세계에도 금융이 있다. 바이낸스, 업비트, 빗썸과 같은 '암호화폐 거래소' 또는 핀테크(Fintech)로 대표되는 온라인 금융기관들이다. 이들 또한 중앙화된 주체가 운영하는 곳이므로 씨파이에 속한다. 많은 투자자들이 가상세계 투자를 할 때, 이런 암호화폐 거래소에 계좌를 개설하고, 거기에서 원화 등으로 암호자산을 샀다 팔았다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암호화폐 거래소에 자산을 두는 것은 탈중앙화를 통한 공간의 자유를 누리기 위한 투자가 되지 못한다.
공간의 자유를 꿈꾸며 중앙화된 국가 권력의 규제를 포함한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가상세계에 투자하는 것인데, 중앙화된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법정화폐와 암호화폐 스왑에만 몰두하는 것은 투자의 목적에 맞지 않는다. 우리는 현실세계의 씨파이와 가능한 가상세계의 탈중앙화된 디파이를 이용하며, 되도록이면 반가상세계의 씨파이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이용하려 노력한다. 사실 디파이라고 해서 모두 완전한 탈중앙화를 이룬 것은 아니다. 가상세계의 각 국가마다 합의 알고리즘의 차이, 네트워크의 크기 등에 따라 탈중앙화 정도가 다르며, 심지어는 거의 중앙화된 것으로 보이는 블록체인도 있으므로 잘 살펴보아야 한다.
디파이의 이해
디파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몇 가지 기본 개념들부터 알아보자. 사실 이 모든 것은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이라는 '계약'의 일종이다.
- 디앱(DApp): Decentralized Application의 약자로 탈중앙화(분산형) 애플리케이션을 의미한다('댑'이라고도 한다). 스마트폰의 앱과 비슷한 의미로, 우리는 디앱을 국가에 세워지는 기관, 기업 정도로 보고 있다. 은행, 증권사, 보험사, 거래소, 테마파크 등은 각각 하나의 디앱이 될 수 있다.
- 덱스(DEX): Decentralized EXchange의 약자로 탈중앙화 거래소를 말한다. 가상세계에서 하나의 암호화폐를 다른 암호화폐로 바꿀 때 덱스를 이용한다. 교환의 역할만 본다면, 현실세계의 환전소 같은 곳이다. 초기 이자농사로 대표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덱스와 반대되는 개념은 CEX(Centralized EXchange)로, 현실세계나 반가상세계의 중앙집중식 거래소를 말한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등에 원화를 넣고 원화와 가상화폐를 교환하는 것은 사실 가상세계에 자산을 두는 것이 아니라 반가상세계에 두는 것이다.
-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가치가 변동하지 않고 안정된 암호화폐라는 의미로 '스테이블'을 붙였으며 '가치 안정 화폐'라고도 한다. 사실 가치가 안정된 것은 아니고 '가격'이 안정된 가상화폐로 보는 것이 맞다. 미국 달러(USD)와 페깅(Pegging)된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와 거의 같은 가격을 유지한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 1개는 미국의 1달러와 가격이 거의 같다. 테더(USDT), USDC, 다이(DAI) 등이 대표적인 달러 스테이블코인들이다.
- 토큰(Token): 코인(Coin)과 대비되는 말로, 코인이 국가의 법정화폐라면, 토큰은 그 국가에 세워진 기업(DApp)에서 쓰는 화폐 정도의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의 원화를 코인이라고 한다면, 싸이월드의 도토리는 토큰이다. 이 둘은 같은 메인넷(같은 국가) 내에 있기 때문에 탈중앙화 거래소를 통해 쉽게 교환이 가능하다. 하지만 국가의 화폐인 코인 대 코인은 특별한 방법을 통해서만 교환이 된다(브릿지를 통해 토큰으로 바꾸어 교환, 또는 아토믹 스왑·CEX). 예를 들어 솔라나에서 이더를 쓰려면 솔라나의 토큰인 wETH로 바꾸어야 한다(이더와 1 대 1로 페깅).
- NFT: Non-Fungible Token의 약자로 '대체 불가능한 토큰'을 말한다. 간단히 말하면 가상세계의 '소유권'이다. 예를 들어 압구정 현대아파트 1채와 대치동 은마아파트 1채는 서로 다르고, 각각의 소유권은 1 대 1로 교환하기 힘들다. 이때 각각의 아파트 소유권이 바로 NFT이다. 이와 대비되는 '대체 가능한 토큰(Fungible Token)'은 1 대 1로 언제든 교환 가능하다.
정리하면, 가상세계의 다양한 나라 위에는 계약에 의해 여러 기업(DApp)이 세워지고 있고, 이들은 각각의 필요에 따라 화폐(토큰)와 소유권(NFT)을 만들며 거래소(DEX)를 이용해서 거래하게 한다. 이때 교환에 필요한 익숙한 기준(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한다.
디파이의 종류
사실상 가상세계에서는 현실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금융을 다룰 수 있다. 즉, 금융(Finance)의 범주 안에 들어 있는 '돈을 빌려주거나 빌리거나, 돈을 다른 돈(재화, 서비스)으로 사고파는 모든 거래'가 일어날 수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은행, 증권, 보험, 종합금융 등이 포함된다.
물론 가상세계 금융의 거래형태는 현실세계와 다르다. 예를 들어 현실세계의 증권거래는 오더북(Orderbook)의 형태로 매수자와 매도자의 주문이 쌓여 있고 가격이 만나는 접점에서 거래가 이루어지지만, 가상세계의 증권거래는 이런 형태로 거래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따라서 LP 풀(유동성 공급자 풀)을 이용한 스왑으로 교환이 일어난다.
따지고 보면, 현실세계의 금융은 '계약'으로 이루어져 있다. 계약은 주체와 주체 사이의 약속이고, 이 약속은 주로 '언제까지 가치 있는 무언가를 주거나 받겠다'로 구성된다. 서로의 가치에 대한 합의 문제만 해결된다면, 앞으로 현실세계의 모든 금융은 가상세계에서도 일어날 것이다.
가상세계에서 좋은 투자하는 법
가상세계에서 어떻게 좋은 투자를 할 수 있을까? 우리가 그동안 현실세계에서 적용한 좋은 투자방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된다. 가상세계의 좋은 자산을 찾고, 가치를 평가하고, 싼 가격에 사서 현금흐름을 일으키며 보유하면 된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한다면, 암호자산 시장은 아직 미성숙한 초기 시장이므로 리스크가 높다. 따라서 암호자산에 투자하는 비중은 전체 거위농장 중 적은 비중으로 시작하기를 추천한다.
가상세계에 투자를 시작해 보기로 했다면, 먼저 가상세계에서 늘려갈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 자산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가상세계 자산의 가치는 '내 것이 지켜질 것이라는 믿음'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 믿음의 가치는 블록체인 시스템에서 비롯된다. 블록체인 시스템을 통해 어떤 정부나 중앙화된 기관이 개입하지 않고도 가상세계에서의 자산에 대한 소유권과 거래가 인정되므로, 인터넷과 달리 블록체인 시스템을 믿고 투자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대한민국 시스템과 미래를 믿기 때문에 국내 부동산이나 주식 등에 투자를 하고, 미국이라는 나라의 시스템을 믿기 때문에 미국 화폐인 달러나 주식 등에 투자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가상세계의 시스템인 블록체인의 작동원리를 이해하고 블록체인을 믿는다면 그 시스템 내의 화폐나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우리가 투자하는 돈과 시간은 우리가 가진 믿음의 크기에 비례한다.
암호자산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할까?
앞에서 소개한 '가치의 층위 이론'에 따르면, 단순히 언론에 많이 보도되는 것과 같은 관심의 가치는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으므로, 사람들이 실제로 자신의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내재가치에 집중하기를 추천한다.
앞서 소개한 내재가치의 측정원리에 따라 비트코인의 경우, 비트코인에 사람들이 쏟아붓는 돈과 시간을 해시레이트(Hashrate)의 누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고 보았고, 그를 이용해서 현재 가격을 평가해 보았다. 이더리움의 경우에는 가스비(Gas) 사용 누적으로 이더리움에 투자하는 사람들의 돈과 시간을 측정해서 가격평가에 사용했다. 이와 같이 다른 암호자산의 경우에도 사람들이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는 어떤 지표의 시계열을 찾을 수 있다면, 암호자산의 가격평가를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가상세계 투자의 3가지 현금흐름
가상세계의 투자에서도 현금흐름은 중요하다. 현실세계에서 현금흐름은 3가지 종류가 있다. 가상자산에서도 이 3가지 종류의 현금흐름을 만들어갈 수 있다.
- 첫 번째 현금흐름은 거위가 낳는 황금알을 갖는 것이다. 현실세계에서 돈을 은행에 예금하고 이자수익을 받는 것처럼, 암호화폐라는 거위를 갖고 있다면 이 자산을 예치하고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된 투자방법은 스테이킹(Staking)과 LP 투자 등이 있다.
- 두 번째 현금흐름은 거위를 키워서 시장에 팔아서 황금알과 맞바꾸는 것이다. 많은 투자자들이 코인투자를 이런 방식으로 하는데, 이 경우에는 가치 있는 자산이 매도로 사라져 버린다는 큰 단점이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이런 트레이딩을 추천하지 않는다.
- 세 번째 현금흐름은 거위를 키워서 그 가치가 커진 만큼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것이다. 암호자산을 담보로 레버리지를 일으켜서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이나 이더를 담보로 현실세계에서 현금을 빌리거나, 가상세계에서 달러와 페깅된 스테이블코인을 빌릴 수 있다. 가치 있는 자산을 롱 하면서 가치가 덜한 자산인 현금 또는 스테이블코인을 숏 치는 셈이다.
이 세 번째 방법의 리스크는 무엇일까? 레버리지는 현실세계에서든 가상세계에서든 항상 조심스럽게 관리해야 한다. 특히 레버리지를 사용할 때 더블숏 하는 자산이 무엇인지를 유념해야 한다. 2022년 암호자산 대출 플랫폼들이 유동성 문제로 지급불능 상태에 빠져 버리는 등 초기 디파이 업체들의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담보가치 대비 대출비율(LTV)을 낮게 유지하고 담보물을 분산하는 등의 주의가 필요하다.
수익률, APR과 APY의 차이
가상세계에서 투자수익률을 흔히 APR, APY로 표시한다. APR(Annual Percentage Rate)은 연간 이자율이며, APY(Annual Percentage Yield)는 연간 수익률이다. 간단히 말하면, APR은 단리 수익률이고, APY는 복리 수익률이다. 덱스나 디앱에 LP를 제공하고 얻는 이자는 보통 APR로 표시한다.
가상세계에서는 이자가 실시간으로 나온다. 실시간으로 나오는 이 이자수익을 반복해서 재투자한다면, 1년 후 수익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렸을 때보다 훨씬 커질 것이다. 따라서 APY(연간 수익률)는 APR(연간 이자율)의 자연상수 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APY(연간 수익률) = (1 + APR/N)ᴺ − 1 (N: 반복 횟수, APR: 연간 이자율) 반복 횟수 N이 충분히 크면 → APY ≈ e^APR − 1 (e ≈ 2.718)
만약 APR이 100%인 LP가 있다면, APY는 약 171.8%(= e^1.0 − 1)나 된다. 즉, 충분히 반복해서 투자한다면 꾸준한 노력의 대가로 100%의 이자에 71.8%의 이자를 더 주는 것이다(하지만 그 이상은 주지 않는다).
디파이의 규모가 늘면서 LP를 자동으로 관리해 주는 디앱들이 생겨났다. 이들을 자동 재예치(Auto-compound)라고 하며, 주기적으로 LP 보상을 재투자해 주는 서비스이다. 이들은 주로 APR과 APY의 차이를 수수료로 떼어가고, 대신 자신들의 거버넌스/유틸리티 토큰을 준다. 또한 간혹 지나치게 높은 APR을 제공하는 LP가 있는데, 디앱 초창기에 유동성을 급격히 증가시킬 때나 디앱 토큰의 가치가 별 볼 일 없는 경우에 자주 일어난다. 높은 APR은 언제든 낮아질 수 있고, 수익이 토큰의 가치 변화에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스테이킹
거위농장주가 암호자산을 이용해서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 두 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는 암호자산을 스테이킹(Staking)하는 것이다. 스테이킹이란 보유한 암호자산을 말 그대로 맡기고, 약속한 수익률만큼의 보상을 얻는 것이다. 은행에 예금을 맡기고 이자라는 보상을 얻는 것과 결과적으로는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보상을 얻는 원리는 다르다.
블록체인의 합의 알고리즘 중 가장 많이 쓰이는 방식이 작업증명(PoW)과 지분증명(PoS)이다. 지분증명 방식에서는 블록체인의 화폐인 코인이나 토큰을 스테이킹 한 노드 중에서 지분 비율에 따라 거래정보를 검증하고 블록체인에 연결하는 밸리데이터(Validator, 검증인) 역할을 맡게 된다. 이 밸리데이터가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데 기여하며 보상으로 코인을 얻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밸리데이터가 일을 잘못한다면 예치한 코인을 잃게 되므로, 이는 채찍에 해당된다. 이 밸리데이터 역할은 매번 스테이킹 한 지분 비율에 따른 확률로 정한다.
밸리데이터 역할을 직접적으로 수행할 지식이나 시간이 없는 투자자는 밸리데이터 풀에 자신의 코인을 스테이킹 할 수 있다. 일종의 스테이킹을 공동 구매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서비스는 수많은 디앱, 덱스(탈중앙화 거래소), CEX(중앙화 거래소) 등에서 제공하고 있으므로 APR(연간 이자율)을 잘 따져보고 선택하면 된다. 현재 가장 큰 이더리움 스테이킹 풀로 알려진 리도(Lido)의 경우 이더리움을 스테이킹 하면 4.0%의 APR을 제공한다.
스테이킹을 고려할 때 가장 중요한 전제는 늘려갈 만한 가치가 있는 자산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투자는 자산을 늘리는 것이고, 스테이킹은 자산을 보유하는 동안 현금흐름이 나오기 때문에 자산을 잘 늘려갈 수 있는 방법이다. 특히 암호자산을 스테이킹 하면 중도에 찾을 수 없는 락업(Lock-up) 기간이 있기 때문에 가격이 급변한다고 해서 매도할 수도 없다. 따라서 가격이 급락하는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때라도 이 자산을 매도하지 않을 정도의 확신이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가상세계에만 존재하는 자산 LP
암호자산을 이용해서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LP를 이용한 이자농사(Yield farming), 유동성 채굴(Liquidity mining)이다. 여기서 LP(Liquidity Pool)는 유동성 풀을 말한다. 자신이 보유한 암호화폐 두 종류를 한 세트로 묶어서 덱스(탈중앙화 거래소)에 유동성 풀을 제공하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현금흐름을 얻는 것이다.
LP는 앞서 소개한 다른 자산들과 달리 현실세계에는 없고, 가상세계에만 존재하는 특이한 자산이다. LP는 두 개의 암호화폐가 동일한 가치의 쌍으로 묶여 있는 형태를 가진다. 현실세계를 예로 들면 달러-원화 LP가 있다고 가정할 때, 1달러에 1,300원이 한 쌍으로 묶이는 것이다.
LP는 왜 만들어졌을까? 가상세계의 거래소(DEX)는 노드들이 두 쌍의 토큰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충분한 LP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바이낸스, 업비트와 같은 중앙화 거래소(CeFi)에서는 호가창을 기반으로 암호화폐를 거래한다. 초기 탈중앙화 거래소에서도 호가창 모델이 개발되었지만, 유동성 문제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없었다. 이더리움에 새롭게 등장한 유니스왑이라는 덱스는 호가창 거래 대신 유동성 풀을 이용하는 방법을 제시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것을 LP(Liquidity Pool)라고 하며, 유동성 공급자(Liquidity Provider)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이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등장한 알고리즘을 AMM(Automated Market Maker, 자동화 마켓 메이커)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유동성을 공급해 주는 사람들을 LP(유동성 공급자)라고 하며, 이들은 공급에 대한 대가로 거래 수수료 또는 덱스의 거버넌스/유틸리티 토큰을 받는다. 그런데 여기서 유의할 리스크가 있다. LP는 서로 다른 암호화폐를 한 세트로 만들어서 덱스에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세트를 이루는 두 암호화폐들의 가격이 변동할 경우 LP의 가치도 변동하며 수익에도 변화가 생긴다. 이 LP 수익의 변화를 '비영구적 손실(IL, Impermanent Loss)'이라고 한다.
CPMM
유니스왑(Uniswap)은 이더리움에서 설립된 성공적인 탈중앙화 거래소이다. 현실세계에 비유하자면 외환 환전소 같은 곳이다. 여기서 이더리움 노드들은 두 개의 서로 다른 토큰들을 환전, 즉 교환(Swap)한다. 유동성을 공급한 노드들은 토큰 교환 수수료를 나누어 가지고, LP의 대가로 디앱의 거버넌스/유틸리티 토큰 등을 보상으로 받을 수 있다. 이런 알고리즘을 통틀어 자동화 마켓 메이커(AMM)라고 한다. 종류에는 CPMM, CSMM, CMMM 등이 있지만, 유니스왑에서는 CPMM(Constant Product Market Maker) 함수를 사용한다.
🖼 [그림] 유니스왑에서 이더(ETH)와 다이(DAI)를 스왑하는 모습
만약 x 토큰과 y 토큰의 교환을 위해 사용되는 LP가 있을 때, 이 LP의 CPMM 함수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X × Y = K (K = const. 상수, '풀의 유동성')
여기서 X와 Y는 x, y 토큰의 개수이고 K는 상수이다. 테더(USDT)와 다이(DAI)가 각각 100개씩 있는 풀이 있다고 하자(둘 다 1달러 스테이블코인). 이 풀의 유동성(K)은 둘의 곱인 10,000이 될 것이다.
🖼 [도표] 테더 100개·다이 100개 풀의 CPMM(X×Y=10,000) / 현실세계(CSMM, 직선) vs CPMM(곡선) 교환의 차이
만약 어떤 노드가 다이 20개를 테더와 교환한다고 하자. 현실세계(CSMM, X+Y=일정)에서는 20개의 다이가 20개의 테더와 1:1로 교환될 것이다. 하지만 유니스왑과 같은 CPMM에서는 그렇게 교환되지 않는다. 다이 20개가 공급되어 풀의 다이는 120개가 되고, K는 10,000으로 일정하므로 테더의 개수는 83.3개가 된다(83.3×120=10,000). 즉, 교환자는 16.7개의 테더만 받게 된다(20개를 받을 줄 알았는데). 이 차이가 가격 차인 슬리피지(Slippage)를 만들어낸다.
🖼 [도표] 코인 교환의 가격 차인 슬리피지 — X=83.3, Y=120일 때 X의 차이 16.7개
슬리피지는 풀의 유동성(K)이 적을수록, 거래하는 양이 많을수록 커진다. 두 토큰의 교환비가 실제 환율과 차이가 커지면 차익거래(Arbitrage)가 등장해 풀을 다시 100 대 100으로 채우며 환율을 되돌린다. CPMM은 X나 Y 모두 0에 수렴은 하되 0이 되지 않기 때문에 계속 교환이 가능하다(반면 CSMM은 한 토큰이 0이 되면 교환 불가). 이런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니스왑은 CPMM을 적용했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다만 CPMM 모델의 필연적 문제인 슬리피지는 계속 해결해 가야 할 숙제이며, 커브(Curve)의 AMM, 유니스왑 V3 등이 CPMM과 CSMM 사이의 빈 공간을 메우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LP 투자의 리스크: 비영구적 손실(IL)이란?
우리가 LP를 이용한 이자 농사, 또는 유동성 채굴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자산을 보유하는 동안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는 투자방법이기 때문이다.
LP는 두 암호자산이 1 대 1 비율로 묶여 있으므로, 지속적으로 둘의 가치가 같아지도록 개수를 조정한다. 이것이 비영구적 손실(IL, Impermanent Loss)을 일으킨다. 만약 두 가지 암호자산을 묶지 않았을 때 수익이 더 컸다고 생각되면 비영구적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예를 들면 은행에서 이자수익을 받기 위해 예금을 맡겼는데, 예금을 찾을 때 보니 이자수익은 받았지만 원금이 줄어들어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실제 LP는 보통 달러 코인(스테이블코인)과 다른 코인을 한 세트로 묶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x 토큰과 y 토큰(스테이블코인)을 1 대 1 비율로 묶어 LP로 제공했다고 하자. x 토큰(이더)의 가격이 오를 때, LP에 묶인 x 토큰의 개수는 줄어들고 대신 y 토큰의 개수가 늘어난다(마치 이더의 가격이 오를 때마다 분할매도를 하는 것과 같다). 반대로 이더의 가격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분할매수를 하는 것과 같다.
🖼 [도표] 토큰 x와 y의 CPMM(X×Y=K) — 초기 상태(X0, Y0)
비영구적 손실의 비율(IL%)은 LP에 넣지 않고 두 토큰을 그대로 들고 있었을 때(Vh)와 비교해서 유동성 풀에 공급했을 때(Vp)의 자산가치의 비율이다(m: x 토큰의 가격 변화율, n: y 토큰의 가격 변화율. 자세한 유도식은 스페이스봄 블로그 참고).
비영구적 손실(IL%) = 유동성 풀에 넣었을 때의 자산가치(Vp) / 그냥 보유했을 때의 자산가치(Vh) IL% = 2√(m/n) / (m/n + 1)
🖼 [도표] x, y 토큰의 가격변화에 따른 LP 자산가치의 변화(3차원) / y 토큰(스테이블코인)의 가격이 변하지 않는 경우의 총 LP 자산가치 변화(m축 로그)
이더와 테더 같은 스테이블코인을 함께 LP로 묶어 투자할 때, 이더의 가격 변화율에 따라 총 LP 자산의 가치는 다음과 같이 변한다(전체 LP 자산가치 / 손실).
- 이더 가격 −90% → 57.5% (42.5% 손실)
- 이더 가격 −50% → 94.3% (5.7% 손실)
- 이더 가격 −10% → 99.9% (0.1% 손실)
- 이더 가격 +10% → 99.9% (0.1% 손실)
- 이더 가격 +50% → 98% (2% 손실)
- 이더 가격 +100%(2배) → 94.3% (5.7% 손실)
- 이더 가격 +200%(3배) → 86.6% (13.4% 손실)
- 이더 가격 +900%(10배) → 57.5% (42.5% 손실)
- 이더 가격 100배 → 19.8% (80.2% 손실)
- 이더 가격 1,000배 → 6.3% (93.7% 손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가격이 오르거나 내리는 것에 상관없이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이고, 가격이 급등했을 경우 엄청난 손실이 발생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우리는 LP 투자를 해야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은 '과연 이것을 손실이라고 볼 수 있는가?'와 '실제로 손실이 일어나는가?'이다.
비영구적 손실의 실제
비영구적 손실(IL)은 LP에 투자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기회비용이다. 우리는 여기서 두 가지를 더 생각해 보아야 한다. 첫째, LP에 투자했을 때와 투자하지 않았을 때를 비교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비교일까 하는 점이다. 둘째, 비영구적 손실이 정말 손실일까 하는 점이다.
우리가 '어떤 부동산 또는 어떤 주식에 투자를 해볼까?'라고 생각할 때, 투자판단의 기준은 그 자산에 투자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투자수익이다. 마찬가지로 LP에 투자한다면, LP가 가져올 투자수익과 자산 증가를 고려하는 것이 우선이다. 만약 내가 LP에 투자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를 생각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우리가 집중해야 할 질문은 'LP에 투자했다면 가격 변화 시 실질적으로 어떤 이익이 되는가?'이다. 이를 위해 실질적 수익비율(Real Gain ratio, RG%)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실질적 수익비율(RG%) = LP의 나중 가치 / LP의 처음 가치
🖼 [도표] x 토큰의 가격 변화와 LP의 관계 — x 토큰의 가격이 오를수록 LP의 자산이 증가
실제로 x 토큰의 가격이 오를수록 LP의 자산이 증가하고 있다. 비영구적 손실이라고 하니 마치 손실이 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지속적인 수익(미실현이익)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 [도표] x 토큰의 가격변화와 실질적 수익비율(RG%) — ① x 토큰만 보유 ② LP에 묶지 않고 반반 보유 ③ LP에 묶었을 때 (로그 스케일 비교)
토큰의 가격이 오른다면 x 토큰만 가지고 있는 것이 가장 수익이 좋고, LP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자산 증가'가 낮다. 반대로 토큰의 가격이 떨어진다면, 가장 손해보는 방법은 x 토큰만 가지고 있을 때이고, 가격 하락에 가장 잘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은 x 토큰과 스테이블코인을 반반 가지고 있는 방법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토큰의 가격 변화에 가장 좋은 전략은 토큰과 스테이블코인을 반반 보유하는 방법인 것 같다(주식과 현금을 함께 보유하는 전략과 마찬가지).
비영구적 손실의 해결과 LP 투자전략
앞에서 LP로 묶는 것이 토큰을 그대로 들고 있거나, 스테이블코인과 반반 들고 있는 것에 비해, 토큰의 가격이 오를 때는 상승분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고, 토큰의 가격이 떨어질 때는 제대로 손실을 방어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LP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과연 그럴까? 사실 비영구적 손실(IL)은 잘못된 가정에서 출발한 잘못된 결과이다.
스페이스봄의 LP 투자전략
결론적으로 연간 이자율이 어느 정도 이상이고 장기간 투자할 수 있다면, LP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LP에 장기간 투자할 수 있는가?'이며, 이는 '이 LP가 믿을 만한가?'와 같다. 즉, 토큰의 미래를 믿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 토큰은 곧 프로토콜이며, 현실세계에 굳이 비유하자면 애플을 믿고 애플 주식(AAPL)을 보유하는 것과 같다.
투자의 시작은 '이것이 자산인가?'에서 출발하는 것이며, 이는 '이것이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있는가?'이고, '이 자산을 믿을 수 있는가?'와 같은 말이다. 가상세계에서도 투자는 '이 코인(또는 토큰)을 믿을 수 있는가?'에서 출발한다.
우리 부부는 충분히 고민하고 믿을 만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과감하게 투자한다. 물론 100% 믿는 것은 없다. 따라서 리스크를 함께 고려하고 헤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를 하는 것도 리스크를 헤지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우리 부부는 이더리움, 솔라나 등의 나라에서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 프로토콜(회사)의 토큰을 스테이블코인과 LP로 묶어 투자하고 있다.
LP에 꾸준히 재투자한다면
앞서 비영구적 손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우리가 주의하는 점은 첫째, 연간 이자율이 기준 이상이 되는지, 그리고 연간 이자율의 변화가 심하지는 않은지를 살피는 것이다. 둘째, 해당 토큰을 장기로 보유하려고 노력한다.
앞서 금과옥조처럼 지켜져 왔던 가정이 하나 있다. 바로 'CPMM의 K값은 변하지 않는다(X×Y=K, K=상수)'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탈중앙화 거래소에 LP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X, Y를 변화시킬 것이므로, K값은 변하지 않고 고정되어 있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K값이 변하는 값이라면, 지금까지 했던 모든 식과 결과의 유도과정은 헛수고가 된다. 즉, 비영구적 손실은 잘못된 가정에서 출발한 잘못된 결과인 것이다.
논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알아야 할 개념은 TVL이다. TVL(Total Value Locked)은 해당 LP로 예치된 자산의 총합계를 말한다.
TVL(탈중앙화 금융 서비스에 예치된 총 자금규모) = 2Y (토큰 y가 달러 스테이블코인이고 두 토큰의 가치가 1:1로 같을 때)
전체 유동성 풀의 K와 개인 노드가 가진 LP 쌍의 k의 값은 다르다(x × y = k). 여기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아닌 x 토큰의 가격이 변화할 것이고, 그에 따라 토큰 개수가 달라지며 k값이 변화할 것이다. k값과 토큰 x의 가격이 변할 때, 그에 따른 LP 가치의 변화는 다음과 같다(유도식은 스페이스봄 블로그 참고).
실질적 수익비율(RG%) = √(토큰 x 가격 변화율 × k의 변화율)
🖼 [도표] K값의 변화에 따른 실질적 수익비율 변화 — k 변화율 1·2.25·4·9 / LP에 묶지 않았을 때
해석하자면, k의 변화율(I)이 1인 경우(k값이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한 경우)에 비해, k값이 증가하면 할수록 실질적 수익비율(RG%)은 크게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I=4 이상인 경우에는 LP에 묶지 않았을 때보다 더 높은 수익을 나타낸다(m<13배 이하). 따라서 비영구적 손실은 k값이 변함에 따라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k값을 변화시키는 것일까? 바로 APR이다. APR은 LP의 연간 이자율, 즉 투자수익률을 말한다. LP에 유동성을 공급하면 탈중앙화 거래소에서는 공급에 대한 보상으로 거버넌스/유틸리티 토큰을 준다. 이 보상을 LP에 꾸준히 재투자했을 때, 1년간 충분히 그리고 꾸준히 반복해 투자했다면 연간 이자율은 연간 수익률이 되는데(APY ≈ e^APR − 1), 이를 적용하면 다음과 같이 된다.
실질적 수익비율(RG%) = e^APR × √(토큰 x 가격 변화율)
🖼 [도표] 연간 이자율(APR) 변화와 실질적 수익비율 / 연간 이자율(APR) 변화와 LP 자산가치 — APR 0·20%·50%·100%
즉, 연간 이자율은 k값을 변화시키며, 꾸준히 재투자를 한 1년 후 LP의 가치는 연간 이자율이 커짐에 따라 크게 증가한다. 연간 이자율이 20%일 때, 1년 후 토큰의 가격이 약 4배 이상 되지 않는다면 LP에 넣는 것이 LP에 넣지 않는 것보다 이익이다. 연간 이자율이 100%인 LP의 경우는 토큰의 가격이 2,800%가 되지 않는 이상 LP에 넣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좀더 나아간다면, 연간 이자율이 20%라고 해도 장기간 투자할 수 있다면 LP에 넣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다만, 우리 부부는 이더나 솔라나와 같은 '코인'은 LP에 넣지 않고 있다. 연간 이자율이 낮기도 하지만 개수를 줄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LP에 넣게 되면 코인의 가격이 상승할 때 이더와 같은 중요한 코인의 개수가 줄어들고, 대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치가 떨어지는 스테이블코인의 개수가 증가하게 된다. 이것은 마치 자동으로 분할 매도를 해서 현금으로 바꾸는 것과 같다. LP는 기준 이상의 연간 이자율과 장기간 투자할 수 있는 믿을 만한 토큰인 경우, 비영구적 손실 걱정 없이 투자해도 된다. 다만, 개수를 보존해야 하는 코인이라면 LP보다는 스테이킹이나 레버리지로 현금흐름을 만드는 것이 좋다.
인류의 메타버스, 금의 가치
공간의 자유를 위해 모아갈 또 다른 자산은 금이다. 금은 인류 역사와 함께한 메타버스이다. 오랜시간 동안 인류는 금에 대한 믿음의 가치를 공유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은 현실세계의 자산이기도 하지만 반가상세계의 자산의 성격을 갖고 있다.
금의 성질
금은 화합물이 아닌 단일 원자로 이루어진 금속이다. 화학 원소기호는 Au이고 라틴어 Aurum(빛나는 새벽, 태양의 빛, 금빛)에서 왔다. 금은 원자구조가 화학적으로 안정되어 있기 때문에 반응성이 매우 낮다. 따라서 공기나 물에 의해 부식되지 않고 원래의 상태를 유지한다. 금이 아주 오래전부터 귀금속으로 대우를 받는 이유이다.
금은 연성(잡아 늘이기 쉬운 성질)과 전성(두들겨 펴기 쉬운 성질)이 뛰어나다. 1g으로 3km(강남역에서 삼성역까지) 정도의 금선을 제작할 수 있고, 엄지손가락 크기 정도의 금으로 3층 건물 전면을 덮을 수 있다. 금은 노란색으로 보인다. 적외선과 붉은색 계열의 가시광선을 반사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금은 녹는점이 섭씨 1060도 정도로 낮다. 금은 밀도가 납보다 크기 때문에 같은 부피의 납보다 더 무겁다. 이것은 금을 보관하거나 운반하거나 소유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금의 역사
금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금속 중 하나이다. 인류는 후기 석기시대부터 금으로 다양한 장식품과 예술작품을 만들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이미 기원전 3600년에 금광석에서 금을 분리하고 제련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고, 투탕카멘의 황금마스크를 비롯한 많은 장식품을 금으로 만들었다. 에게문명, 잉카문명 등 인류의 거의 모든 문명에서 금은 귀하게 여겨졌고 유용하게 사용되어 왔다.
기원전 650년 무렵 소아시아 반도에서는 금 약 75%와 은 약 25%의 합금을 이용한 최초의 금화가 만들어졌다. 금화는 이후 고대 그리스와 로마로 이어져 현대에 이르기까지 진짜 화폐로서 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예전부터 금을 얻는 것은 곧 부를 확보하는 것이었고, 인류는 더 많은 금을 얻기 위해 전쟁을 하고 교역을 확대했다. 중세시대에는 값싼 금속이나 다른 물질로 금을 만들려는 연금술이 유행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영원불멸할 금은 지속적으로 인류의 부를 측정하는 하나의 기준으로 남을 것이다.
금의 산출
금은 주로 자연금 또는 은이 포함된 합금(일렉트럼)으로 석영, 황철석과 함께 산출된다. 또는 금 광산에서 흘러온 물에서 모래알 크기만한 금이 산출되기도 하는데 이를 '사금'이라고 한다. 세계의 주요 금 산출국은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세계 총생산량의 40% 정도가 생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충북 청양군 구봉광산이 금 산출 광산으로 유명하다. 금은 지각의 약 0.004ppm을 차지한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채굴된 금은 약 19만 톤으로 추산된다(현재 가격으로 11.2조 달러, 약 1경3,400조원 정도).
금의 사용
금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수천 년 동안 귀금속으로 사용되어 왔다. 또한 가장 믿을 만한 화폐로 사용되었고, 지금도 언제든지 교환수단으로 사용 가능하다. 각국의 중앙은행은 많은 양의 금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미국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은 약 8,100톤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많다(달러가 기축통화의 지위를 유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세계 중앙은행의 보유 비중은 약 18% 정도에 그치고 있으며, 금의 약 52%가 장신구로, 약 16%가 투자 목적의 금괴 형태로, 약 12% 정도가 산업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금은 보유 목적 이외에도 치과 보철, 미세회로, 반도체 등 다양한 산업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금의 단위
보석으로서 금의 단위는 다이아몬드와 비슷하게 캐럿을 사용한다. 24K(캐럿)는 99.9%의 순금을 의미하며, 18K는 순금에 25%의 다른 금속을 섞어 만든다(18/24=75%). 금의 무게 단위에서 1트로이온스(Troy ounce)는 약 31.1g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돈'이라는 단위를 주로 쓰는데, 금 1돈의 무게는 3.75g이다(1트로이온스는 약 8.3돈). 금은 살 때와 팔 때의 가격이 다르다. 수입관세 8%와 부가세 10%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금과 투자
금은 믿을 만한 화폐형 투자수단이다. 전쟁 중에도 안전한 교환수단이 된다. 로버트 기요사키는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72년 미국 해병대 장교로 전장에 투입되었는데, 금을 싸게 사기 위해 적지의 한 시골 마을 여인을 찾아갔다. 당시 미국에서는 금이 1온스당 55달러에 거래되고 있었고, 전쟁의 한복판이니 당연히 싸게 거래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여인은 국제 금 시세인 1온스당 55달러에 팔겠다고 했다. 기요사키는 금 시세가 전쟁 중에도 유지되고 있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고 한다(『페이크(FAKE)』).
금 투자로 큰 수익이나 자산 증가를 바라는 것은 효율이 떨어진다. 금은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정도로 리스크 헤지 차원에서 보유하는 것이 좋다. 현금흐름도 거의 없고, 자산 증가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산으로서 금의 가장 큰 가치는 최악의 위기에 우리 가족을 지켜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것이다. 우리가 건강해서 보험의 필요성을 딱히 느끼지 못할 때도 미래의 큰 병이나 사고를 대비해 보험을 가입해 두는 것과 같다. 따라서 우리는 최악의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최소 3개월 생활비 이상의 실물 금을 보유하기를 권하고 있다. 금을 보유하는 동안 현금흐름도 만들고 싶다면, 보유량만큼 금 옵션 매도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투자의 재발견』 참고).
금을 모으는 3가지 방법
(우화) 한 섬이 있다. 이 섬은 조개껍데기로 물물교환을 한다. 이 섬에는 손톱 크기만 한 금덩어리들이 있고, 처음에는 조개껍데기 100개와 금덩어리 하나가 교환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금덩어리의 가격은 높아져 105개, 113개, 124개, 147개… 사람들은 매일 금덩어리의 '가격'을 살피며 밤낮으로 조개껍데기를 주우러 다녔다. 어느 날 큰 해일이 들이닥쳐 집과 논밭이 폐허가 되었는데, 그 자리에 엄청난 양의 조개껍데기가 밀려 들어왔다. 하지만 더이상 조개껍데기로는 음식도 옷도 거처도 마련할 수 없었다. 너무 흔해졌고, 조개껍데기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제 섬사람들은 금덩어리를 가져와야 먹을 것, 입을 것으로 바꾸어 주겠다고 한다.
우리 부부는 다음의 3가지 방법을 주로 이용해서 금을 모으고 있다. 위와 같은 위기를 대비하기 위해 실물 금을 모으고, 금 콜옵션 매도를 병행해 현금흐름을 만들기 위해 KRX 금 현물계좌를 이용하며, 공간의 자유에 좀더 적합한 금 암호자산인 팍소스골드(PAXG)를 꾸준히 모아가고 있다.
실물 금 보유
금 투자의 우선적인 원칙은 실물 금의 보유량을 늘리는 것이다. 큰 위기가 닥쳐왔을 때 종이 화폐나 통장에 적힌 금 잔고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조폐공사, 은행, 증권사, 금 거래소, 금은방 등에서 금괴(골드바)나 금가공품을 살 수 있다. 실물 금을 사기 위해서는 10%의 부가세, 수수료와 세공비 등의 비용이 발생하고 보관의 번거로움이 있다.
KRX 금 현물계좌
증권사에서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 은행에서 개설하는 금 통장과는 달리 매매차익에 대해 비과세이며, 장내거래 시 부가가치세가 면세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실물 금을 인출하기 위해서는 이 역시 부가세, 세공비, 수수료 등을 지불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금 옵션 투자를 병행하는 경우, 금 가격의 급격한 상승에 대한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금 보유량의 일부를 KRX 계좌에 두는 것이 편리하다. 다만 KRX 계좌의 금을 매도한 후 받는 화폐가 원화이므로, 달러로 거래하는 금 옵션 매도와는 환율 미스매치가 있을 수 있다.
금 암호자산 팍소스골드(PAXG)
팍소스골드(PAXG)는 2019년 9월 팍소스(PAX)사에서 출시한 금 기반 암호자산이다.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작동하는 스테이블토큰으로 금 가격과 연동해서 움직인다. 팍소스골드는 실제로 금을 보관하고 그 금의 양만큼만 토큰을 발행하는 방법으로 가치를 유지한다. 팍소스사는 런던귀금속협회(LBMA)에서 승인한 보관회사의 금괴(London Good Delivery)를 소유하고 있고, 1팍소스골드는 이 금괴 1트로이온스와 페깅되어 있다. 팍소스골드 토큰에는 금괴의 일련번호가 기록되어 있고 블록체인으로 이를 증명한다. 또한 팍소스사는 매월 말 회계감사를 통해 보유한 금의 양과 토큰의 양이 일치하는지 감사를 받는다.
우리가 금의 일부를 팍소스골드로 보유하는 이유는 실물 금을 보관한 보관증서이며, 교환 단위가 달러이고, 실제 보관을 하지 않아도 되며, 위기 시 지갑 주소와 암호만 알고 있다면 전세계 어디서든 거래가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반가상세계의 자산이었던 금을 가상세계로 올린 셈이다. 다만, 팍소스라는 회사에 대한 신뢰, 실제 금으로 인출할 때의 문제 등 리스크가 있어, 우리는 금 보유량의 일정 비율만큼만 팍소스골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조금씩 늘려갈 계획이다.
[가격평가] 금
금을 사 모으기에 앞서 금의 가격 평가를 해보자. 앞서 '가치측정의 원리 분류' 편에서 보았듯이, 금이라는 자산은 나오거나 들어가는 현금흐름이 없기 때문에, 금 가격을 통화량과 직접 비교해서 가치를 평가해 볼 수 있다. 자산의 가격은 통화량과의 교환비율이기 때문이다. 즉, 오랜 시간 동안 어떤 자산의 가치가 크게 변화가 없다면, 그 자산의 가격은 통화량 증가에 따라 상승한다. 금은 수천 년 동안 믿을 만한 화폐이자 교환수단으로서의 가치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금의 가격도 통화량과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 [도표] 금 가격과 통화량 추세선의 상관관계 — 금 가격(달러) vs 통화량 추세선(원화 통화량 M2), 1986~2024년. 출처: 한국은행
🖼 [도표] 금 가격의 버블 정도 — 통화량 추세선 대비 금 가격의 버블, 1986~2024년. 출처: FRED, 야후 파이낸스
오랜 시간 동안 통화량이 증가하면서, 금 가격도 등락이 있긴 하지만 통화량 추세선을 따라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현재는 달러 대비 금의 교환비율이 적정한 편이다. 자산농장에 금이 전혀 없다면, 가족의 안전장치를 마련한다는 의미에서 조금씩 매수하는 것도 괜찮을 것으로 생각한다. 어차피 금을 보유하는 목적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팔기 위함이 아니므로, 금을 모아갈 때는 금 가격에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금 가격을 원화 통화량과 비교한 이유
위에서 우리는 금 가격을 한국의 원화 통화량과 비교해 보았다. 왜 달러가 아닌 원화 통화량과 비교했을까?
금은 글로벌 자산이기 때문에 금 시세는 당연히 국제 금 시장에서 달러로 결정된다. 물론 전세계 통화량에서 달러의 비중이 가장 높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함께 움직이므로, 금 가격이 적정한지를 알려면 사실상 전세계 주요 국가들의 통화량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블룸버그는 전세계 주요 국가들의 통화량(M2)을 미국 달러(USD)로 환산한 세계통화량지수를 발표하고 있는데, 아쉬운 점은 이 시계열이 약 19년 정도밖에 안 되어 너무 짧다는 것이다.
🖼 [도표] 세계통화량지수와 한국 원화 통화량 비교 / 상관도(R²=0.9819), 1986~2025년. 출처: 블룸버그, 한국은행
신기하게도 한국 원화의 통화량과 세계통화량지수는 매우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 원화와 세계통화량지수의 상관도를 보면, 결정계수가 0.98 이상으로 매우 높게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원화 통화량이 세계 통화량과 같이 움직이는 이유
- 원화를 사용하는 지역은 거의 대한민국 내로 한정되어 있다.
- 대한민국의 중앙은행(한국은행)은 비교적 정직하며 정확한 통계를 내놓을 능력이 있다.
- 대한민국은 생존을 위해 전세계 여러 나라와 활발히 무역을 할 수밖에 없으며, 세계 통화량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만약 원화의 상당부분이 대한민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사용된다면,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통화량에는 오차가 발생할 것이다. 게다가 대한민국은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환율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전세계의 통화량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국가이다. 따라서 한국 원화의 통화량은 전세계 통화량을 비교적 정확하게 반영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매우 강력한 무기를 손쉽게 얻은 셈이 된다. 세계통화량지수를 어렵게 구하러 다닐 필요 없이 한국 원화의 통화량을 보정하면, 금은 물론 글로벌 자산의 가격을 평가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원화의 통화량은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bok.or.kr)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