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치평가 ] — 좋은 투자의 5요소 ②

가치평가의 시작: 가치와 가격을 구분하자

이제까지 자산의 속성과 특징, 그리고 자산을 모아가는 효과적인 방법(법인)을 이야기했다. 우리가 모아갈 만한 좋은 자산 후보를 발견했다면 투자자로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바로 그 자산의 가치를 평가해 보는 일이다.

부자들의 가치평가 습관

투자자들이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자산의 가치평가를 생략해 버리는 것이다. 자산의 가치평가라고 하면 일단 어려워 보이고,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에 외면해 버리거나,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고 의존하려는 투자자들이 많다.

하지만 아무리 전문가라고 해도 자산의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만약 가치평가를 확실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순식간에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부자가 된 사람(또는 그 가문)은 설령 맞든 틀리든, 지속적으로 자산의 가치를 평가해 보려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었을 확률이 높다. 부자가 되고 자유를 얻기를 바라는 투자자는 맞든 틀리든 반드시 자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부동산, 주식, 금, 원화, 비트코인 등 다양한 자산의 가치 대비 가격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한다. 처음에는 당연히 낯설겠지만, 가치평가의 원리를 이해하고, 현재 보유 중인 자산부터 하나씩 평가하는 연습을 해보기를 바란다.

가치를 말하는데, 모두가 가격을 말하고 있다

자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정답은 없다. 처음에는 아주 쉽게 접근해 보자.

"이 주식이 5만원이라니….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 "월세가 50만원씩 나오니까 이 집의 가격은 1억원이면 적당하네." "PER(주가수익비율) 16배면 같은 섹터 내에서는 비싼 편이네."

이렇게 자산의 가치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조금씩 해 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자산의 가치를 평가할 때 나타나는 공통점이 있다. 위에서 예시로 든 자산가치 평가 문장들의 공통점이 보이는가? 바로 자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모두 가격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치를 가격과 구분을 지어 생각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산가치의 단위를 가격의 단위인 화폐로 표시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투자자들이 많이 저지르는 두 번째 실수가 나온다. 바로 자산의 가치와 가격을 동일시하는 것이다.

가치와 가격은 다르다

다음 질문에 답을 해 보자.

다들 맞든 틀리든 직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값이 있을텐데, 이때 단위는 당연히 우리 돈 '원'일 것이다.

여기서 단위는 아마도 '달러'일 것이다. 질문을 조금 바꾸어 보겠다.

아마 이런 질문들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을 확률이 높지만, 굳이 따지자면 얼마의 값을 생각할 것이고, 그 단위는 '원'이 될 수도 있고, 유튜브라면 '달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자산의 가치에 대해 질문했는데, 대부분 원화나 달러와 같은 화폐의 단위로 대답한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많은 사람들이 가격과 가치를 동일시하고 있다. 왜 그럴까?

네이버 경제학사전에서 '가격'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은 정의를 볼 수 있다.

가격 [價格, price]

  • 본질적으로 어떤 한 재화가 다른 재화와 '교환'되는 비율 (경제학사전, 박은태)
  • 재화의 가치를 '화폐' 단위로 표시한 것 (두산백과)

여기서 핵심 단어는 교환비율과 화폐이다. 현대사회에서 경제활동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화폐'와 연관되어 있다. 특히 국가에서 정한 법정화폐가 그 나라의 거의 모든 재화의 소유와 교환의 척도가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원화가, 미국에서는 달러가 기준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모든 것이 원화로 표시되는 우리나라에서는 '돈'이라고 하면 대부분 '원화'를 떠올린다. 그만큼 사람들은 이 '원화'에 중독되어 있다. 월급을 받을 때도, 세금을 낼 때도, 물건을 살 때도, 자산을 거래할 때도 모두 원화를 기준으로 생각한다. 무역을 하거나 유학을 간 자녀에게 송금하는 등 특별한 경우에만 가끔 '원/달러' 환율을 생각해 보는 정도이다.

따라서 원화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거의 하지 않는다. 원화를 절대기준으로 삼고 거의 모든 자산을 원화로 환산해서 가치를 매긴다. 투자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가격과 가치를 비교하려면 단위가 같아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영어에 "apple to apple comparison"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어떤 대상을 비교할 때는 동일선상에 있는 대상을 비교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과와 마늘을 비교하려면 비교 자체가 어렵다. 그래서 가치도 가격의 단위를 적용해서 비교하려고 하는 것이다.

자산가격 측정의 어려움 ① 부정확한 기준인 '원화' 화폐

가치의 단위는 사실 분명하지 않다. 그것이 자산의 가치를 평가할 때 어려운 점이다. 그래서 가치를 가격의 단위인 화폐로 환산하려다 보니 가치와 가격을 혼동하기 쉽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절대불변의 기준처럼 생각하는 화폐는 가치가 일정하지 않다는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다음은 세계 최대 '높이'의 댐인 타지키스탄의 누렉 댐이다. 댐 뒤에는 호수(저수지)가 있다. 우리는 댐의 물을 담고 있는 이 호수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댐의 높이가 자산의 가격이라 한다면, 댐이 담고 있는 물의 양은 자산의 가치다. 물의 양(자산의 가치)이 댐의 높이(자산의 가격)와 상관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댐의 높이만 측정하고 예측하려 하고 있다. 자산의 가치를 측정하려고 하기보다는 자산의 가격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 [그림] 세계 최대 높이인 타지키스탄의 누렉 댐 — 호수(저수지)=댐이 담고 있는 물의 양=자산의 가치 / 댐의 높이=자산의 가격

댐의 높이(자산의 가격) 측정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로 본질적인 어려움을 안고 있다. 첫 번째 문제는 가격의 단위가 계속 변한다는 점이다.

댐의 높이를 측정할 때, 고전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수준기를 이용해 측정 지점의 수준측량을 하고 삼각측량을 통해 높이를 구하게 된다. 이때 기준이 되는 자를 수준척(Staff)이라고 하며, 멀리서도 정확히 읽을 수 있도록 특수한 형태의 눈금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삼각측량을 위해 각 지점 사이의 거리를 재는 데 필요한 자도 있다. 하지만 만약 기준이 되는 자의 눈금이 변한다면 어떻게 될까?

🖼 [그림] 수준기와 수준척을 이용해 높이를 측량하는 모습

우리나라에서 가격은 '원화'라는 자로 측정하고 표시한다. 가격의 본질을 생각할 때 부딪히는 장벽이 바로 이 기준이 되는 자, 즉 화폐다. 가격의 단위인 '원'은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짧은 순간만 보면 크게 변하지 않아 고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긴 호흡으로 바라보면 그 간격이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

'변화하는 자', 이것은 원화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류 역사상 그 가치가 보존된 법정화폐는 존재하지 않는다. 문명의 발달과 함께 화폐가치는 항상 하락해 왔고, 해당 화폐에 대한 믿음이 점점 사라지면서 그 가치가 0으로 수렴했다. 우리 원화도 달러도 시간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그 가치가 0으로 수렴할 것이다. 따라서 가치의 단위를 원이나 달러 등 신용화폐로 매길 경우, 화폐가치의 하락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히 현재의 부동산, 주식, 금, 석유, 원자재 등의 자산가치가 수십 년 동안의 추이에 비해 어떠한지 평가하고, 먼 미래에 이들의 가치가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할 때에는 더더욱 화폐가치의 변화를 생각하고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가치를 말할 때, 만약 1990년대의 가격이 1억'원'이고 현재의 가격은 20억'원'이라고 하자. 이때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가치가 20배 증가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원화의 가치가 대략 10배 감소한 것을 감안하여, 그 아파트의 입지와 상품의 가치가 20배가 아니라 2배 증가했을 것이라 판단하는 것이다. 이처럼 자산의 가치를 원화나 달러와 같은 화폐로 측정할 때는 항상 기준이 변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자산가격 측정의 어려움 ② 사람마다 제각각인 기준

두 번째 문제는 댐의 높이를 측정하는 사람의 기준도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이 댐의 높이(자산의 가격)를 측정한다고 해 보자. 높이 측정도도 알려주지 않았고, 각자의 위치가 어딘지도 모르는 상태라고 한다면, 어떤 사람은 손가락 마디를 기준으로, 어떤 사람은 옆에 서 있는 나무를 기준으로, 또 어떤 사람은 그냥 눈대중으로 댐의 높이를 어림잡아 말할 것이다. 결국 가격은 여러 사람이 각자의 기준으로 제시하는 '원화'로 측정된 숫자이다. 즉, 시장에서 '미스터 마켓'이 제시하는 이 숫자는 정확한 방법으로 측정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설혹 정확한 방법을 사용했다 하더라도 그 기준 자체가 계속해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부부가 가격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자산의 가격은 부정확한 방법과 기준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낸 숫자에 불과하다. 그것이 화폐와 교환되는 비율로 표현되는 것이다.

투자에서 '자산을 산다'는 말은 미스터 마켓이 제시하는 숫자 중 맘에 드는 것을 고르고, 그 숫자에 맞게 화폐와 교환한다는 의미다. 그러려면 내가 생각하는 댐 높이(자산의 가격)의 대략적인 기준이 있어야 하고, 상대가 그 기준보다 낮은 숫자를 부를 때 그 댐을 인수하게 된다. 여기서 댐의 높이가 '정확히' 얼마인지, 그리고 앞으로 '정확히' 얼마가 될지를 측정하고 예측하려는 시도는 언제나 그랬듯 허무한 일이 될 것이다. 그 이유는 사실 '늘어나는 자'로 측정된 댐의 높이가 생각만큼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누렉 댐 뒤에는 '호수(저수지)'가 있다. 우리는 댐이 담고 있는 이 호수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 너머의 호수를 바라보고, 얼마나 많은 물이 유입되고 있는지, 가뭄과 홍수 시에는 물의 양이 어떻게 되는지, 이 물을 사용해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자산의 지형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물의 양, 즉 가치다. 투자자인 우리는 댐 앞에 서서 댐의 높이를 측정하는 데 몰두하는 대신, 댐 너머의 가치를 측정하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가치 단위의 새로운 대안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자산의 가치와 가격을 모두 '움직이는 자'인 화폐로 표시하려고 하니 측정 오류가 생기기 쉽다. 가치가 하락하는 화폐 대신, 대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산가치 측정의 단위는 어떤 것이 있을까? 변하지 않는 어떤 가치를 측정 단위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화폐가치의 하락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사실 '변하지 않는 가치'라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41,000년을 주기로 지구의 자전축에서 위치가 3도 정도 바뀌는 북극성처럼, 짧게 100년 정도를 보면 가치가 크게 변하지 않는 것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예로 금을 검토해 보자.

금이 새로운 가치 단위가 못 되는 이유

금은 그나마 그 가치를 오랫동안 보존하고 있는 화폐이다. 금은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적인 원소이고, 웬만한 에너지 없이는 원자구조가 바뀌지 않는다. 이런 믿음은 인류 역사 내내 증명되어 왔다. 금의 핵심가치는 '믿음'이다. 인류 역사상 금에 대한 믿음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따라서 그 믿음의 가치를 기준으로 다른 자산의 가치를 매기는 것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 [도표] 국제 금 가격 추이(트로이온스당 달러), 1913~2021년 (출처: FRED)

하지만 위의 그래프처럼 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가격에 반영된다. 금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 가격이 상승했다가, 금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 가격도 내려간다.

따라서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가치가 금 1,000트로이온스라고 한다면, 금의 가격변동(금에 대한 관심=가치의 변동)에 따라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가치도 시시각각 변하게 나올 것이다. 결국 '원'이나 '달러'로 측정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더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다.

새로운 가치 단위, 시간

다시 우리는 새로운 가치 기준, 또는 가치의 단위를 찾아야 한다. '시간'이 가치 기준의 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투자자이고, 투자자의 시간 자산(넓은 의미)의 가치는 자산농장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으로 구할 수 있다. 이 현금흐름(명목)의 누적은 그 자산의 가치를 대변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가치 기준으로 쓴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개인소득의 장기 시계열 데이터는 구하기 어렵다. 특히 우리나라는 소득통계의 역사가 짧아 사용할 수 없다. 반면, 미국 연방준비은행(FRB)의 경제 데이터베이스인 FRED(Federal Reserve Economic Data)는 1979년부터 분기별로 미국 근로자의 평균 주당 임금 데이터를 발표하고 있는데, 아쉬운 대로 이 데이터를 가공하면 평균 '근로자' 시간 자산의 현금흐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미국 근로자들의 평균 현금흐름(평균 주당 명목 임금)을 누적하면 시간 자산의 가치를 '달러'로 표현할 수 있다. 신기하게도 이는 미국 통화량(M2)의 증가와 거의 일치한다.

🖼 [도표] 미국 근로자의 현금흐름(평균 주당 명목 임금, 분기별), 1979~2023년 (출처: FRED)

🖼 [도표] 미국 근로자의 시간 가치와 통화량(M2)의 상관관계 — ① 미국 근로자들의 누적 현금흐름(우축)은 ② 미국 통화량(M2, 좌축) 증가량과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출처: FRED)

미국 근로자가 가진 시간 자산의 '가치(달러 대비)'는 달러의 유통량(통화량 M2)을 따라간다. 이는 다른 말로 하면, 평균 근로자의 시간 자산 가치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철학적 관점에서도 근로자(노동자)의 평균 시간 가치는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평균 노동시간은 일정한 범위 내에 있을 것이고, 약 50년 정도의 짧은 시계열에서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변화가 적은 가치, 즉 북극성을 얻은 셈이다.

시간 가치 기준으로 본 금 가격 추이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시간 자산의 가치가 통화량을 따라가기 때문에, 사실 통화량을 자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아도 된다. 다만, 통화량을 가치평가의 기준으로 삼으면, 단위가 다시 '화폐'가 되기 때문에 화폐가치의 하락을 염두에 두고 가치를 평가하는 문제가 생긴다. 반면, 평균 시간 자산 가치를 자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새로운 단위로 사용해 정의한다면, 우리는 가치와 가격을 동일하게 생각하는 오류를 피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근로자의 1주일 시간 가치를 1boum이라 정의하는 것처럼 말이다(boum은 필자가 임의로 만든 시간 가치 단위이다. 필자의 사이트 스페이스봄(www.spaceboum.com)에서 봄(boum)은 시공간의 시간을 의미한다).

금을 예로 들어보겠다. 금의 가치는 다음의 첫 번째 그림처럼 시간 자산의 가치(또는 통화량)를 따라갈 것이다. 그리고 시간 가치의 추세선을 1boum의 선이라 한다면, 금의 가치는 다음의 두 번째 그림과 같이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금의 가치가 변하는 이유는 사람들의 관심이 변하기 때문이다. 현재 금의 가치는 1.1boum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미국 근로자의 평균 시간 자산 가치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 [도표] 시간 자산 가치와 금 가격(달러), 1979~2023년 — 미국 근로자의 평균 시간 자산 가치 추세선 vs 금 가격 (출처: FRED)

🖼 [도표] 시간 자산 대비 금의 가치(boum), 1979~2023년 — 금의 가치(boum) (출처: FRED)

이처럼 가치의 단위를 화폐가 아닌 다른 단위(예를 들어 boum)로 사용한다면, 우리는 화폐가치가 영원불멸할 것이라는 착각에서 조금 더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자장면 한 그릇의 평균적인 가치나 효용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함이 없다. 다만 우리 돈 원화의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에 '원화 대비 자장면의 가치'가 변한 것이다. 이를 평균 근로자의 시간 가치로 표현하거나, 그 단위를 화폐가 아닌 다른 것으로 교체한다면, 크게 변하지 않는 어떤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가치의 층위: 내재가치에 집중하자

투자의 세계에서 우리가 흔히 접하는 가치평가는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작성하는 주식 리포트이다. 애널리스트들은 회사가 보유한 유무형 자산들의 가치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그 회사의 적정가치는 ◦◦만원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가치란 화폐로 명확하게 표현되는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현실세계의 다양한 자산들은 그렇게 숫자로 딱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나 시간 자산과 같이 무형의 자산은 더욱더 그렇다.

가치는 층위로 표현될 수 있다

가치는 층위(Level)로 표현될 수 있다. 이는 사람들의 마음이 어떤 재화의 가치를 결정하기 때문이고, 또한 사람들의 마음에는 단계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압구정 현대아파트, 테슬라, 삼성전자 같은 특정 자산에 얼마만큼의 가치를 인정할까? 지인의 추천으로 그냥 관심을 가지는 정도일까, 아니면 내 돈과 시간을 바로 투자할 정도인가?

만약 내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면 그 자산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것이고, 또는 그 자산을 지나치지 않고 꾸준히 지켜보는 정도라면 그 자산의 가치를 관심을 가질 정도로 인정하는 셈이다(아직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지는 않았지만).

예를 들어 보겠다. 어떤 식당이 오픈을 했다고 하자. 사람들은 이 식당 앞을 지나며 관심을 보인다.

관심: "여기 식당이 생겼나 봐." "뭘 파는 곳이지?" "맛있으려나?"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식당에 대한 좋은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다. 식당의 음식이나 서비스의 질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이 생겨난다.

믿음: "여기 맛있대." "친절하고 깔끔하대." "인테리어도 분위기 있나 봐."

사람들은 이 식당에 가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욕심: "가고 싶다." "나도 먹어 보고 싶다." "이번 주말에 가야지."

대기 줄이 생겼다. 식당에 방문한 사람들은 대기하며 시간을 쓰고, 식비로 돈을 지불한다. 또한 식당에 다녀온 것에 대해 시간을 써서 알린다.

시간과 돈: 대기시간, 식비 지출, 지인에게 알림.

여기서 이 식당의 가치를 그림으로 그려보면 다음과 같다.

🖼 [도표] 자산가치의 5가지 층위 — (바깥)관심 → 믿음 → 욕심 → 시간 → 돈(안쪽=내재가치·핵심가치)

이 식당 자산의 내재가치(핵심가치)는 식당에서 벌어들이는 현금흐름을 누적하면(DCF, 현금흐름 할인법)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명목 현금흐름의 누적' 편에서 자세히 설명한다). 이를 좀더 정확히 말하면, 이 식당의 내재가치는 서비스와 음식의 품질에 만족하며 돈과 시간을 쓰는 사람들의 시간 자산의 가치를 합한 것과 같을 것이다.

그렇다면 욕심, 믿음, 관심의 가치는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이는 내재가치와 같이 이 식당에 가고 싶은 사람, 이 식당의 서비스와 품질을 믿는 사람, 이 식당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의 시간 자산 가치의 합을 구하면 될 것이다. 이것이 각각 식당이 가지는 '욕심'의 가치, '믿음'의 가치, '관심'의 가치가 된다.

가치의 층위는 내재가치로 갈수록 밀도가 높다

🖼 [도표] 자산가치의 밀도 / 자산의 가치가 모여드는 모습 — 관심·믿음·욕심·시간·돈, 중심(내재가치)으로 갈수록 밀도가 높다

가치를 결정하는 밀도, 즉 가중치는 중심으로 갈수록 높아진다. 만약 가치가 사람들의 마음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라고 한다면, 언제든지 관심의 가치, 믿음의 가치 또는 욕심의 가치는 사라질 수 있다. 앞의 예에서 든 식당에서 오픈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언제든 사람들의 관심이나 믿음이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식당에서 사람들이 쓰는 시간과 돈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견조할 수 있다.

앞에서 우리는 시간 거위의 확장에 대해 알아보았다. 시간 자산은 마치 물과 같아서 그릇의 크기와 모양에 따라 그 크기와 모양이 바뀌고, 심지어 어떤 그릇이 되기도 한다. 이 시간 자산들이 모여드는 것은 시간 자산의 가치가 모여드는 것과 같다.

시간 자산 가치의 합을 구할 수 있다면, 우리는 자산 또는 재화의 가치를 구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가치의 층위가 다르다는 것이다. 즉, 가치의 밀도가 다르다.

가치의 밀도는 내재가치(핵심가치)에서 가장 크다. 이 가치의 밀도 분포는 어떤 확률 밀도 함수를 따라간다고 가정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파레토 분포와 같은 멱함수 분포처럼 말이다.

가치의 밀도 분포가 중요한 이유는 각 층위에 시간 거위들이 모여들 때, 단순히 그 가치들의 합이 그 자산의 가치를 대변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관심의 영역에 100만 명이 모였지만 시간과 돈을 쓰는 사람이 10명인 자산, 그리고 관심은 그리 높지 않아 1만 명 정도지만 시간과 돈을 쓰는 사람이 1,000명인 자산을 보자.

두 자산을 비교하면 단순히 시간 거위의 합은 '1,000,010 대 11,000'이겠지만, 가치의 합은 후자가 더 높을 수 있다. 왜냐하면 가치의 층위가 내재가치로 갈수록 그 밀도가 크게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시간과 돈을 쓰는 사람이 100배 많은 자산의 가치가 더 높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도표] 자산의 내재가치 / 자산가치의 밀도 분포 — 관심→믿음→욕심→시간→돈→내재가치(핵심가치)로 갈수록 밀도가 급증

자산에 대한 관심도의 변화

비트코인의 경우, 비트코인에 시간과 돈을 쓰는 사람들이 꾸준히 증가해 왔다. 비트코인에 투자된 돈과 사람들의 시간(비트코인 연구나 채굴 등)이 비트코인의 내재가치를 키워 오고 있다.

앞으로 비트코인이 '사라지지 않고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금과 같이 여겨지게 된다면, 비트코인의 핵심가치는 믿음의 가치가 될 수도 있다. 반면, 비트코인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가격이 오르면 잠깐 관심을 가졌다가, 가격이 떨어지면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은 관심의 가치라고 할 수 있다. 비트코인의 핵심가치를 이 중에서 어디까지 인정하는지는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것을 주식을 예로 든다면, 흔히 말하는 '성장주'와 '가치주'의 차이로 볼 수 있다. 우리는 성장주, 가치주의 구분을 옳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성장주는 혁신적인 기술을 이용해서 앞으로 크게 성장할 기업의 주식 정도의 의미인 것 같다. 물론 성장주 기업에 시간과 돈을 쓰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났지만(내재가치), 2021년까지 급증한 시장 유동성에 힘입어 성장주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크게 늘어났었다. 하지만 2022년 시장 유동성이 축소되며 가격과 관심의 가치가 하락했다. 이처럼 관심의 가치는 가격에 따라 요동친다.

🖼 [도표] 자산에 대한 관심도의 변화(예: 비트코인), 2004~2019년 (출처: 구글 트렌드)

자산의 핵심가치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까?

우리 부부와 같은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핵심가치를 내재가치, 즉 시간과 돈으로 이루어진 가치로 보기를 추천한다.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 '핫한' 자산은 관심의 가치가 크다. 이런 때는 가격이 이미 높아져서 내재가치 대비 매우 비싼 경우가 많으므로, 이런 경우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 편이 낫다. 즉, 다른 말로 하면 사람들의 관심이 많은 자산은 우리의 관심에서 멀리하자. 이는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 같은 말과 어느 정도 맞닿아 있다.

만약 언론에서 '요즘 뜨는 핫한 자산'이라고 홍보하는 기사가 나왔다면, 우리는 그 자산에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멀리해야 한다. 반대로, 언급만 했을 뿐인데도 주위 지인들이 말리는 자산군이 있다면 지나치게 저평가된 것은 아닌지 한번 관심을 가져봄 직하다.

이처럼 관심보다 내재가치 평가에 집중하고, 혹은 관심이 많아 고평가되어 있는 자산은 아닌지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장기적으로는 투자의 실패를 줄일 수 있다.

내재가치 측정 원리의 분류

앞에서 자산의 가치는 여러 층위로 이루어져 있고, 이 중에서 리스크가 적은 보수적인 투자를 위해서 집중해야 할 가치는 '내재가치'라고 했다. 이제 자산의 내재가치를 어떻게 측정하고 평가하는지 알아보자.

자산의 내재가치 측정법

댐과 저수지의 예를 생각해 보면, 댐 뒤에는 저수지가 있다. 우리는 댐이 담고 있는 저수지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이 댐은 세계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는 멋진 댐입니다!"라고 했을 때, 우리는 그 뒤에 담겨 있는 물의 양도 댐의 높이에 걸맞은지 알고 싶다. 댐의 높이가 '자산의 가격'이라고 한다면, 그 댐이 담고 있는 물의 양은 '자산의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물의 양, 즉 자산의 가치다.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댐으로 막은 지형에 따라 물의 높이가 달라질 것이고, 따라서 물의 높이는 지형과 물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

물의 높이 = f (지형, 물의 양)

물의 높이는 자산의 가치를 대변할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물의 부피가 자산의 가치가 될 것이지만, 자산의 가격과 비교되는 '자산가치의 값'은 물의 높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자산가치의 값 = f (자산의 지형, 자산의 가치)

여기서 우리가 알고자 하는 것은 자산의 가치, 즉 물의 양이다. 물의 양은 정적인 상태에서는 고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적인 상태에서는 시간에 따라 항상 변한다. 그 변화는 다음 그림과 같이 흘러 들어오는 양, 흘러 나가는 양, 강우에 의해 증가하는 양, 증발에 의해 감소하는 양, 땅으로 흡수되는 양에 의해 일어난다.

🖼 [도표] 자산가치(물의 양)의 변화 — 강우에 의해 증가하는 양 / 흘러 들어오는 양 / 증발에 의해 감소하는 양 / 흘러 나가는 양 / 땅으로 흡수되는 양

이처럼 가치는 고정불변한 값이 아니라 공간의 시간 변화에 따라 변한다. 따라서 이 모든 것을 측정하고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그 값은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가격의 단위와 다른 단위로 표현될 것이기에 더욱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만약 물의 높이, 즉 가치의 값을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그나마 쉽다. 물의 양이 얼마가 될지, 그리고 그 단위가 무엇인지에 상관없이, 물의 높이를 댐의 높이를 측정했던 것과 비슷한 단위로 측정한다면, 우리는 어렴풋하게나마 가치를 대변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댐에 담긴 물의 양이지만, 이것을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나마 우리에게 익숙한 '물의 높이(가치의 값)'를 측정하는 것이 가치를 대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산가치의 값을 측정하는 원리

댐과 저수지는 자산이다. 댐의 높이는 '가격'이고, 댐에 담긴 물의 양은 '가치'이며, 물의 높이는 '가치를 대변하는 값'이다. 우리는 현재 이 가치의 값을 측정해 보고 싶은 것이다.

가치의 값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너무나 많겠지만, 우선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 위주로 살펴보겠다. 단, 여기서는 전체 시장 상황의 변화(즉, 강우나 증발, 또는 지형의 변화로 인한 물의 높이 변화)는 없다고 가정하겠다. 이런 변화는 경제에서는 전쟁, 금융위기, 시장경제체제의 변화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투자자가 예측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물의 높이(자산의 가치를 대변하는 값)를 결정하는 요인 중 가장 큰 것은 기존에 있던 물의 양일 것이고, 그다음으로 영향이 큰 것은 저수지에서 나오는 물, 저수지로 들어가는 물의 양일 것이다.

  1. 기존에 있던 물의 양
  2. 나오는 물의 양
  3. 들어가는 물의 양

전체를 바라보려면, 우리는 댐과 저수지, 그리고 들어오는 물의 흐름과 나가는 물의 흐름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도록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렇게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우리는 겨우 자산의 댐 앞에 서서 상상해 볼 뿐이다.

🖼 [그림] 위에서 내려다보면 지형과 댐, 물의 흐름이 한눈에 보인다. 하지만 자산의 가치를 이렇게 볼 방법은 없다. 우리는 겨우 자산의 댐 앞에서 상상해 볼 뿐이다. (출처: 구글 어스)

이처럼 자산을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고사하고, 자산의 가치를 바라볼 생각조차 하기 힘들다.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람은 드물다. 겨우 댐의 높이만을 어떻게 측정하고 예측할지 고민해 볼 뿐이다. 그중 현명한 사람은 다음과 같이 나오는 물의 양을 가지고 댐 뒤에 얼마나 많은 물이 있을지 예측해 보기도 한다.

🖼 [도표] 저수지 물의 양(자산가치) / 들어가는 물 / 나오는 물 / 댐의 높이(자산가격)

즉, 자산으로부터 나오는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자산가치'의 값을 측정해 보려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내재가치의 측정'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여기서 측정된 어떤 숫자는 자산의 가치가 아닌 가치 값(수위)일 뿐만 아니라 그 숫자도 정확한 값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나오는 물이 없다고 해서 댐 뒤에 물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처럼, 현금흐름이 없다고 해서 그 자산의 가치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 또한 잘못된 것이다.

측정 원리의 분류

지금 우리는 댐 앞에 서 있고, 이 댐에 투자할지를 결정하려고 한다. 누군가가 댐의 높이(가격)를 제시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어떻게든 댐 너머에 담겨 있는 물의 양, 즉 자산가치를 측정해 보아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수많은 사람들이 겪었던 이런 과정을 꽤 긴 기간 기록해 둔 자료가 존재한다. 바로 자산가격의 시계열이다. 자산가격의 장기 시계열을 통해 자산의 가치를 엿볼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자산가치의 값이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이것이라도 예상해 볼 수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자산가격의 시계열이 상당히 긴 시간이라면 더 믿음을 가질 수 있어 좋다.

자산가치 측정의 원리는 다음과 같이 크게 물의 흐름(현금흐름)이 있는 경우, 물의 흐름이 없는 경우로 구분할 수 있다.

🖼 [도표] 자산가치 측정의 원리 — 물의 흐름(현금흐름) × 시스템의 상태(정상 상태/동적 상태). 나오는 물(Outlet): 안정적인 월세 부동산·배당 귀족주(정상) / 대부분의 자산(테슬라·전세 레버리지 등, 동적). 들어가는 물(Inlet): 비트코인·이더리움·스타트업·프로토콜 등(동적). 물의 흐름 없음: 금·토지·예금(낮은 이자) 등

정상 상태

정상 상태(Steady state)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물의 양(자산가치)이 변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즉, 들어오는 물과 나가는 물이 균형을 이루어 물의 높이(수위)가 변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특별한 경우로, 자산으로 말하면 가치가 크게 변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사실 정상 상태를 가정하고 자산의 가치를 예측하는 것이 가장 쉽다. 왜냐하면 들어오는 물과 나오는 물의 양이 같기 때문에, 댐 앞에 서서 나오는 물의 양만으로 가치를 계산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 예로 안정적인 월세 부동산이나 배당 귀족주를 들 수 있다. 이들 자산은 시간에 따라 가치가 크게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수 있고, 나오는 현금흐름이 주기적이고 일정한 편이다. 이런 경우 우리는 현금흐름을 누적해서 자산가치의 값을 예측할 수 있다. 그 원리에 대해서는 뒤의 '명목 현금흐름 누적의 원리'에서 더 설명하겠다.

사실 세상에 가치가 변하지 않는 것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 상태를 가정하는 것은 계산의 편의를 위해서이다. 들어오는 물의 양을 측정하는 것은 너무 어려우니, 나오는 물의 양만으로 댐에 담긴 물의 양(자산가치)을 예측해 보려는 시도이다. 그나마 안정적인 월세 부동산이나 오랜 시간 동안 뻔한 현금흐름을 가져다주는 배당 귀족주는 비교적 긴 보유기간 동안 자산가치가 크게 변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계산하는 것이다.

동적 상태

동적 상태(Dynamic state)는 시간에 따라 자산의 가치가 변하는 상태라고 정의할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의 자산이 여기에 속한다. 평가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은 물의 흐름으로 분류한다.

이 중에서 어느 것을 사용할지는 투자자의 자유이다. 자산가치의 변화를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흐름을 찾아야 한다. 우리의 목적은 최대한 물의 높이(자산가격)를 예측해 보는 것이며, 그것을 반복해서 비교적 믿을 만한 값을 찾으려는 것이지, 정확한 값을 구하려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것이 정확한 방법인가를 따지는 것보다 자산의 가치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값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한다.

나오는 물의 흐름(Outlet): 테슬라, 전세 레버리지 등

댐 안에 물이 많다면(자산가치가 높다면) 한번에 나올 수 있는 물의 양도 많아질 것이다. 이때 나오는 물의 양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또한 그 물의 양을 대변할 수 있는 값이 무엇일지도 고민해야 한다. 즉, 자산의 가치를 대표할 수 있는 것, 다시 말해 자산으로부터 나오는 어떤 흐름, 이것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지난 몇 년 동안 테슬라 주식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테슬라라는 댐 안에 물이 차오르고 있는데, 이 가치의 변화를 대신해 댐 밖으로 나오는 물의 흐름은 무엇일까?

지난 몇 년 동안의 테슬라처럼 기업의 가치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회사 같은 경우, 가치의 성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는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 FCF), 영업이익, 매출 등을 떠올려볼 수 있고, 그중에서 테슬라의 누적매출이 그나마 가치를 잘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누적매출은 정상 상태를 가정한 존슨앤존슨(JNJ) 주식에서도 효과적인 가치평가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테슬라의 경우 주가의 시계열이 짧기 때문에 아직은 정확한 가치를 반영한다고 할 수 없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자료가 쌓인다면 가치평가에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전세 레버리지의 경우는 나오는 물의 흐름을 '전세가의 상승분'으로 본 경우이다(2장의 '현금흐름도표: 은마아파트 사례' 참고). 이때 전세가 상승분의 누적은 전세가의 변화가 되는데, 전세가는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통화량으로 보정해 주어야 한다. 즉, 통화량으로 보정된 전세가의 변화는 그 주택의 자산가치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들어가는 물의 흐름(Inlet): 비트코인, 스타트업 등

앞에서 이야기한 예들은 들어가는 물의 흐름은 알기 힘들지만, 나오는 물의 흐름에 대한 자료는 충분히 쌓여 있는 경우이다. 그런데 만약 '들어가는 물'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자산이 있다면, 우리는 이를 통해서도 자산의 가치를 측정해 볼 수 있다. 여기서 다시 한번 자산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것, 즉 자산으로 들어가는 어떤 흐름을 찾아야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이라는 댐과 저수지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저수지에는 물이 채워지고 있다. 하지만 댐 앞에서 보았을 때, 아직 나오는 물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댐의 높이도 들쑥날쑥 제멋대로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댐의 높이(자산가격)를 보지 말고, 댐에 담기고 있는 물의 변화(자산가치의 변화)를 보아야 한다. 대표적으로 댐에 물을 채우고 있는 것은 채굴자들의 시간과 돈 에너지이며, 여기에 비트코인 사용자들이 지불하는 수수료가 포함된다. 만약 채굴 에너지를 누적하거나 수수료를 누적한다면 비트코인의 가치를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수수료를 이용해 암호화폐 이더리움의 가치를 평가해 볼 수 있다(3장의 '이더리움 가격평가' 참고). 여기서는 이더리움 전체를 자산 거위로 보고, 이 자산 거위가 낳는 황금알(현금흐름)을 가스비(Gas fee, 코인 거래 시 일종의 통행료)로 본다. 이는 가스비를 이더리움이라는 자산에서 나오는 물의 흐름(현금흐름)으로 본 것이지만, 사실 이는 이더리움으로 다시 들어가는 물이므로 자산의 가치를 증가시키는 데 사용된다.

스타트업이나 블록체인의 새로운 프로토콜의 경우도 들어가는 물의 양으로 가치를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창업 초기 사업이나 프로젝트의 경우, 아직은 매출 성장과 같이 가시적인 성과가 없을지라도 대표와 팀원들의 시간 에너지, 투자자들의 돈 에너지는 이 작은 댐 뒤에 물을 채울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는 정량적 데이터보다는 정성적 평가에 치우칠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 구성원의 에너지, 그리고 그 배후에 있는 멘토나 투자자들의 기여와 에너지를 평가해야 한다.

물의 흐름이 없는 경우

물의 흐름이 없는 대표적인 경우는 금이다. 금으로부터 나오는 물의 흐름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들어가는 물의 흐름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 바다 정도 넓이의 호수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자산의 물의 높이는 거의 변화가 없다. 따라서 금의 가격을 평가할 때 통화량과 직접 비교가 가능하다(3장의 '금의 가격평가' 참고). 이 외에도 토지, (초저금리) 예금 등도 물의 흐름이 거의 없는 자산일 수 있다.

[가격평가] 해외 주식: 테슬라

앞서 '가치의 층위' 편에서 가치에는 '관심, 믿음, 욕심, 시간과 돈의 가치' 등의 단계가 있는데, 우리는 이 중에서 내재가치를 핵심가치로 보고, 자산가치의 평가에 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재가치는 자산이나 재화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의 합, 정확히 말하면 시간과 돈을 투입하는 모든 사람들의 시간 가치의 합으로 정의할 수 있다.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핵심가치로 인정하는 범위가 달라지겠지만, 관심이 많은 자산의 경우 자산의 가격이 내재가치 대비 고평가 상태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여기서는 위의 논리를 바탕으로 테슬라의 주가를 분석해 보겠다.

테슬라의 내재가치

모든 사람이 테슬라의 내재가치를 정확히 알 수 있다면, 증권시장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가질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는 테슬라의 내재가치를 알 수 없다. 다만, 누군가는 코끼리의 다리를 만져보고 기둥 같다고 할 것이고, 누군가는 코를 만져보고 큰 뱀과 같다고 말할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이 내재가치의 어렴풋한 모습이라도 파악해 보려는 노력을 계속하는 것이 좋다. 당장 코끼리의 전체적 형상은 알 수 없지만, 경험이 많은 사람은 대충 동물의 몸에서 지면에 닿아 있는 부분이 다리인데, 다리가 이 정도로 굵으면 전체 몸 크기는 대략 어느 정도는 되겠다는 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동물을 지속적으로 파악해 보면(장기 시계열) 대략적인 모습을 파악할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이 말했듯이, 기업의 내재가치를 평가하는 유일한 방법은 현금흐름을 현가화해서 모두 더한 값이다. 즉, 현금흐름 할인법(DCF)이다. 이 경우 원래는 미래의 현금흐름을 할인율을 적용해서 현가화하고 잔여기간 동안 모두 더해 주어야 하지만, 과거 명목 현금흐름의 누적도 내재가치 파악에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시간의 가치를 더해 생각한다면, 테슬라의 내재가치는 결국 지금의 테슬라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된 모든 사람들의 시간 가치의 합으로 정의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에 쏟아부은 시간의 가치는 고스란히 테슬라의 내재가치에 녹아 있을 것이다. 테슬라 임직원들의 시간 가치와 초기 투자자들의 시간 가치도 포함될 것이고, 제품에 만족해 대기시간과 돈을 지불한 소비자들의 시간 가치도 포함된다. 물론 모델 S를 타고 열심히 테슬라에 도로 정보를 주고 있는 사람들의 시간 가치도 포함될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사람들의 시간 가치가 각기 다르다는 점이다. 일론 머스크의 시간 가치는 이제 막 테슬라에 입사한 신입사원의 시간 가치와 다르다(물론 어디까지나 현재 시점의 시간 가치이고, 신입사원의 미래 시간 가치는 당연히 크게 성장할 수 있다). 따라서 테슬라에 기여한 모든 사람의 시간을 단순하게 합한 것이 내재가치를 반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테슬라의 내재가치를 어떻게 구할 것인가? 모른다. 하지만 테슬라를 전체 거위(자산)로 보았을 때, 우리는 테슬라가 낳는 황금알(현금흐름)을 가지고 테슬라의 가치를 파악하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

테슬라의 시간 거위가 낳는 황금알은 어떻게 정의할까? 우선 이 황금알은 현금흐름이나 잉여현금흐름(FCF, Free Cash Flow)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영업으로 현금흐름을 얻기 때문에 영업이익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고, 더 넓게는 매출을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 [도표] 테슬라의 시간 거위(넓은 의미)

테슬라와 같은 기업의 경우, 사업이 급성장하고 급변하는 영역에 있기 때문에 혁신과 투자를 계속해야 한다. 따라서 재무제표상의 영업이익이나 잉여현금흐름(FCF)은 매년 크게 변동할 것이다. 실제로 테슬라는 최근을 제외하고는 거의 수익이 없거나 마이너스(-)였다.

테슬라가 좀더 안정적인 기업이 되었을 때는 잉여현금흐름이나 영업이익의 누적이 내재가치를 반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테슬라 같은 급성장 기업의 경우 '매출'을 거위가 낳는 황금알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누적 매출이 기업의 주가를 설명하는 경우는 많다. 우리 부부가 좋아하는 존슨앤존슨(JNJ)의 경우, 우리는 배당주 시스템이 아닌 존슨앤존슨 기업 자체를 분석하는 경우 '누적 매출'을 지표로 사용하기도 한다.

테슬라도 같은 방법으로 '누적 매출'을 이용해 주가를 평가할 수 있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의 테슬라 매출을 누적하고 그 추세선과 주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실제 누적 매출액을 잘 설명하는 모델이 선정되었고(결정계수 0.999), 이것이 테슬라의 내재가치를 반영하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코끼리의 코 정도만 만져보고 코끼리 형상을 상상하는 정도이다. 하지만 만약 이 작업이 장기간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점점 그 기업의 전체 모습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 [도표] 존슨앤존슨(JNJ)의 누적 매출액 대비 주가 추세선과 주가의 관계, 2005~2024년

🖼 [도표] 테슬라의 누적 매출액 대비 주가 추세선과 주가의 관계, 2010~2022년 (R²=0.999)

테슬라의 관심가치

테슬라는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워낙 셀럽인 일론 머스크가 CEO인 것도 관심을 받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암호화폐, 전기차, 자율주행, 우주 등등 최근 각광받고 있는 이슈들도 테슬라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것은 구글 트렌드로도 잘 나타나고 있다. 테슬라 주가와 구글 트렌드의 추세선을 비교하면 다음 그래프와 같다.

🖼 [도표] 구글 트렌드의 테슬라 주식 관심도와 주가의 관계, 2013~2022년 — 테슬라 주가 vs 구글 트렌드 테슬라 주식 관심도

테슬라의 주가가 사람들의 관심도에 따라 출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의 관심은 언제든지 급변할 수 있으므로 관심의 가치보다는 내재가치에 집중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주가는 내재가치에 수렴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오해를 할 수 있다.

"그럼, 앞으로 테슬라 주가가 떨어질 거라는 거야?" "구글 트렌드를 보고 테슬라 주식을 사고팔면 되는 거야?"

하지만 우리가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가격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단기의 가격 변화는 예측할 수 없다. 가격 변화를 예측해서 '싸게 사서 비싸게 팔겠다'는 전략은 일반인들이 해서는 안 되는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테슬라에 투자하지 말라는 거야?"

여기서 존슨앤존슨(JNJ) 주식 이야기를 해 보자. 존슨앤존슨은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까지 가장 매력적인 주식 50개 중 하나였다. 이들을 '니프티 피프티(Nifty Fifty)'라고 불렀다. 어찌 보면 지금의 테슬라, 미국 증시를 견인하던 테크 주식과 같다고 할 수 있다.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 존슨앤존슨의 주가 변화는 다음과 같다.

🖼 [도표] 1962년~1970년대 초반 존슨앤존슨의 주가 추이(달러)

불과 몇 년 사이에 엄청난 주가 상승을 보였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환호 소리가 느껴진다.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1970년대 중후반 존슨앤존슨의 주가 변화를 보자.

🖼 [도표] 1970년대 중후반 존슨앤존슨의 주가 추이(달러) — 존슨앤존슨 주가 vs 주가 추세선

존슨앤존슨의 주가는 결국 우리가 생각하는 어떤 점선으로 회귀했다. 고점에 샀던 사람들은 절규했을 것이고, 전 재산을 투자했던 사람은 생을 마감했을지도 모른다. 더 장기간으로 늘려 보면 어떨까?

존슨앤존슨 주가의 약 60년 장기 시계열을 보면, 1962~1970년대 초반, 그리고 1970년대 중후반, 그 격동의 시기는 파동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존슨앤존슨의 주가는 중간중간 사람들의 과도한 관심이나 무관심으로 출렁였지만, 결국 '어떤 내재가치'를 따라갔을 뿐이다.

🖼 [도표] 1962년~2022년 존슨앤존슨의 주가와 추세선(달러) — 존슨앤존슨 주가 vs 주가 추세선